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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있는 맨해튼 거리
 벽화가 있는 맨해튼 거리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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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주요 뉴스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19와 관련된 것들이고 생활 속 규칙들도 이와 관련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행자가 경험하는 뉴욕에서의 미시적인 정책들은 너무 자유롭거나 되레 갑작스러운 규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몇 가지 상황을 나열해보기로 한다.

첫째 코로나19 검사 비용이다.

뉴욕시티에 도착하고 6일째인 7월 2일 맨해튼에 있는 사설 코로나 검사소인 CityMD로 향했다. 실은 미국에서는 자가 격리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할 강제성은 없다. 여행자라고 따로 관리받지는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 백신을 접종(6월 10일 얀센 접종)하고 2주가 지나서 뉴욕에 도착했으므로, 굳이 코로나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K 방역에 길들여진 몸은 혹시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검사소로 향했다.
 
뉴욕시티 지하철
 뉴욕시티 지하철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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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한쪽에 설치된 자동 신원 입력기에서 요구한 사항들을 차례대로 입력한 다음에 호출받고 창구로 가니 직원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보험을 들지 않았을 경우의 일종의 서약서 같은 거다(Patient Attestation Of No Insurance Or Medicaid Self-Pay Agreement). 고용보험은 들었는지 어떤 보험회사에 가입했는지 등을 묻는 4개의 질문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보험에 들지 않았다면 CityMD 방침에 따라서 총금액인 220달러(한화 약 25만 원)를 지불하라는 거였다.

가로 안에 작은 글씨로 검사만 받을 경우 40달러지만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 검사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전부 계산하기를 요구받았다(한국에서 코로나 검사를 했을 때 9만936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영문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했기에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 2만 원을 추가로 냈다).

현지인은 한국보다 세 배의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으려는 나에게 말했다. '백신을 접종했으니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 귀국하기 전 72시간 안에 검사 때만 받아도 가능하다, 굳이 돈 낭비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였고 왜 미국 시민들에게 고용보험이 중요한지, 실업자가 되었을 경우 병원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내가 아는 현지인은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회사가 그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
 
맨해튼에서 올버니로 가는 길
 맨해튼에서 올버니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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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차에서의 코로나 에티켓이다.

7월 4일 맨해튼에서 기차를 타고 240km 떨어진 뉴욕 주의 수도인 올버니(Albany)로 출발했다. 2021년 1월 1일에 개장한 맨해튼에 위치한 아주 세련된 역사인 모이니한 트레인 홀(Moynihan Train Hall)에서였다.

2시간 25분 동안 제법 편한 좌석으로 바깥 풍경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바라보았지만 지정 좌석이 아닌 그곳은 한 자리 건너서 앉기 등과 같은 어떤 거리두기는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7월 12일 오전 10시 5분, 맨해튼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예매를 했을 때는 올 때와 다른 조건이라 당황했다. 참고로 기차 편도 요금은 45달러(한화 약 5만 원)이고 날짜나 시간 변경도 환불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출발하기 2시간 전인 아침 8시 5분에, 기차를 타려는 모든 승객은 탑승하기 전 24시간 안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뒤통수를 가격 당한 느낌이었다. 예매할 때는 그 어디에도 코로나 검사와 관련된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스란히 45달러를 날려야 했다.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려고 올버니 주청사 앞에 몰려든 사람들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려고 올버니 주청사 앞에 몰려든 사람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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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올버니에서의 실내외 공연 코로나 에티켓이다.

올버니에 도착한 날이 공교롭게도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우리나라 추석처럼 대명절인 독립기념일 하이라이트는 불꽃놀이이다. 허드슨 강 상류를 끼고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유럽풍의 작은 소도시인 이곳도 낮 동안 내내 한적했던 것과 달리 해가 기울수록 뉴욕 주 시청과 뉴욕 주립 박물관 사이로 멋을 낸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9시 15분에 시작하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몇 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돗자리를 깔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구경하려는 사람들도 돌발 상황을 대비하는 경찰들도 거의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마스크 한 동양인 여자 혼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가 어색해서 숙소로 일찍 귀가했다.

9시가 지나서 호텔 창문 너머로 전원주택에서 개인적으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를 보며 그나마 독립기념일의 흥에 합류할 수 있었다. 7월 14일 자 신문에 '미 독립기념일 여파 코로나 확진자 급증'이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뉴욕 주 수도인 올버니 극장
 뉴욕 주 수도인 올버니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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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극장에서의 방역 수칙은 맨해튼에서 영화를 봤을 때와는 약간 달랐다. 맨해튼 극장에 갔을 때는 마스크를 하긴 했지만 비교적 자유로웠다. 팝콘과 콜라를 마실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백신 접종 여부가 입장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이곳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7월 10일, 올버니의 오래된 극장에서 상연되는 록키 호러 픽쳐 쇼(Rocky Horror Picture Show)라는 뮤지컬을 사이트에서 30달러로 예약을 했다. 하지만 극장에 와서야 새로운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백신 접종자에게만 입장을 허용한 거였다. 백신 확인서를 미처 준비하지 않았던 나는 부랴부랴 호텔로 다시 돌아가서 한국에서 발급받아온 얀센 접종 증명과 여권을 제시했다. 모든 절차가 끝내고 나서, 그야말로 '축제'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배우들과 비슷하게 코스프레한 사람들, 각가지 이벤트 행사용 도구들,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맥주(돈을 주고 사야 했지만)... 관객들은 공연 내내 추임새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떼창' 하거나 일어서서 맞춤형 율동을 했다. 이 공연을 11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공연자와 관객의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1974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영화를 상영하고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동네 배우들이 영화 속 인물들을 흉내 내며 공연을 하는 식이었다. 관객들은 어설픈(?) 배우들의 몸짓에 웃음과 응원으로 호응하며 온 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마치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말이다.
 
뉴욕 주 수도인 올버니 극장 외관
 뉴욕 주 수도인 올버니 극장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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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적은 서부에서 연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일일 확진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접하고 있다(16일 기준). 가깝지만 먼 듯도 하고 먼 듯하면서도 시종일관 경각심을 갖게 하는 바이러스. 그래도 제 각각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기에 세상을 돌아가고 여행도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태그:#뉴욕 , #올버니 ,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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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문학박사.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투마이 투마이》, 장편소설 《죽음의 섬》과 《스노글로브, 당신이 사는 세상》, 여행에세이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등이 있다. 현재에는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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