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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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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4일 55~59세 백신 접종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접종 시간을 변경하고 연령층을 분산시켜서 예약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정치인이나 관료가 사과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질책이 쏟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SNS나 커뮤니티 등에선 정 청장의 사과를 책임지는 자세로 받아들이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움직임이 상당하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정 청장에 대해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라고 발언했지만, 누리꾼들은 댓글에 "이순신이 왜 임진왜란때 모함당했는지 알겠다"라는 식으로 반박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SNS에서는 지난 6월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트위터 계정에 "판단은 알아서들"이라는 말과 함께 사용내역이 올라왔다. 내역을 살펴보면 한 사람당 1~2만원대 도시락, 카페 음료수 등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음식이 전부 '포장'이었다. 누리꾼 다수의 반응은 이랬다.

"맛있는 음식좀 드세요."
"건강 좀 챙기세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질병관리청장 2021년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김밥, 도시락, 음료 등이 대부분이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질병관리청장 2021년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김밥, 도시락, 음료 등이 대부분이다.
ⓒ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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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런 현상을 벌어지게 할까.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정 청장의 신뢰가 바탕에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4차 대유행을 놓고 정치권이 다시 정쟁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 청장의 '내탓' 자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vs 기모란... 정쟁화 된 4차 대유행 책임론

4차 대유행이 벌어지자 여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누고 있다. 서울시 확진자가 유난히 많아진데다, 오 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서울형 상생방역'을 이야기하며 엇박자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역학조사TF를 해체했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서울시가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구한 상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에 대응 속도나 방법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라며 "방역 현장에서 서울시장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지난 11일 "정부의 방역 정책을 무시한 지자체별 섣부른 방역 완화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며 "'서울형 상생방역 시범사업'과 콜센터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한 '자가검사키트 시범사업', 집회 제한 인원 완화와 도심 집회 허용 등은 실패한 방역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최종윤·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오 시장이 추진했던 '상생방역'이 방역 완화 메시지를 강하게 준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및 폭염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마포구 합정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및 폭염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마포구 합정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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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게 책임을 묻고 공격하고 있다. 

12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가 제때 백신을 확보했더라면 이런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도 오지 않았다. 참 나쁜 정권"이라며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 두 사람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은경 청장 위에다 무능하고 소신 없는 기모란 기획관을 갖다 놓으셔서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면서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라는 제도와 그 기획관의 코드 맞춤식 판단이 4차 대유행을 가져왔다"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Korea방역이 아니라 사람도 민생도 다 잡는 킬(Kill) 방역이 될 수 있다"라고 비난하고, 기 기획관을 겨낭해서도 "쓸데없이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옥상옥 불법 건물"이라고 비난했다.

그 와중에... "오세훈? 기모란?... 책임은 방역당국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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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권이 서로 화살을 겨누는 와중에, 정 청장은 담담히 "(4차대유행의)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다"라고 밝혔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 청장에게 여야는 서로 정 청장의 입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했지만, 정 청장의 답변은 명확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중대본 입장과 달랐는데, 왜 강하게 주장을 밀어붙이지 못했냐"라고 물었지만 정 청장은 "제 의견이 중대본 의견과 다른 것은 아니다, 중대본·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과 매일 회의하면서 위험도와 대응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질병청 의견을 듣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방역당국 책임자로서 4차 유행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하다"라고 밝혔다.

반대로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의 상생방역이 4차 대유행의 근원이라고 지적하자 정 청장은 "이번 4차 유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3차 유행 이후 한 6개월 정도 500명에서 600명대 확진자가 계속 누적돼 왔었다"라며 "누적돼온 것이 약간의 방역이완들과 개별적인 요인이 겹쳐서 6월 다섯째주부터 급증한 상황이 왔기 때문에 상생 방역만으로 원인을 해석하기는 어렵다"라고 서울시 책임론 역시 일축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기모란 방역기획관 책임론'에 대해서 물었을 때도 정 청장은 "책임은 방역당국에 있다"라며 선을 그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비슷한 질문에도 "질병청과 또 부처, 중대본 그러한 지휘체계 하에서 모든 의사 결정을 대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소신대로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밝혔다.

태그:#정은경, #질병관리청, #카드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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