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부모님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 산다. 각종 금융 기관과 비즈니스 건물들이 들어서며, 수많은 아파트 단지가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아파트값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부모님 집은 한 층에 세 집이 사는 곳이다. A집이 개를 키우는데 이 집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었다. B집은 이 문제를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렸다. 바로 옆집이지만, A집에는 직접 말하지 않았다. 아파트의 공동체 문화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아파트 거주민 간의 갈등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가 생기고 나서 이런 문제들은 쭉 있어왔다. 아파트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 층간 소음 문제, 흡연 문제 등.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8일, e편한세상봉황역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임원이자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인 신단비(39)씨를 만나 아파트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편한세상봉황역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신단비(39) 씨
 e편한세상봉황역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신단비(39) 씨
ⓒ 신단비

관련사진보기

 
아파트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하다

신단비씨는 e편한세상 봉황역에 입주한 지 약 4년 정도 됐다. 그동안 수많은 공동체 활동을 진행해왔다. 첫 시작은 2017년 입주하던 해, 김해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는 '품앗이 육아'였다. 

아이의 엄마들과 같이 매주 1회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교육했다. 엄마표 미술, 과학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비대면으로 같이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다거나, 놀이터에 보물을 숨겨놓고 아이들이 보물을 찾는 오락도 진행했다.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면서 살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지금은 아파트에 살면서는 소소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은 놀이기구와 운동기구가 함께 있어 한 여자아이가 놀다가 팔이 빠져 다친 적이 있었다. 신 씨와 몇몇 엄마들은 운동기구를 옮기자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줄기차게 제안했고, 몇 차례 회의 끝에 결국 받아들여졌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엔 아이들의 통학로 문제였다. 아이들이 다니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많은 차들이 주 정차되어있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걷는 아이들 특성상 사고가 나는 것이 뻔히 보이는 곳이었다.

"통학로를 새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통학버스를 운영하자고 입주자 대표회의에 제안을 했어요." 

이후 신씨는 부모회라는 단체를 새로 만들고,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필요하다는 응답이 꽤나 있었다. 필요한 사람끼리 통학버스를 운영하려고 하니 1인당 최소 월 2만 5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유료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적자 운영이 예상됐다. 적자 보전을 위해 아파트에 50%를 지원 요청했다. 이는 사업에 대한 찬반으로 나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아이가 없는 세대나 버스 이용이 필요 없는 세대는 강력히 반대했다.

커뮤니티에선 하루 종일 이 문제로 찬반이 나뉘어 열띤 논쟁을 펼쳤다. 신단비씨는 "사실 통학 문제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었고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했어요. 또, 이런 사업이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반대 여론을 보면서) 이사를 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라고 덧붙였다.  
통학버스.
 통학버스.
ⓒ 신단비

관련사진보기


신단비씨는 문제 접근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아이만을 위한 단체가 아닌데,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는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재능 기부였다. 신씨가 오랫동안 취미로 해온 바이올린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주민들이 재능 기부에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태교 관련 수업을 해주는 분도 있었고, 그림 그리기, 심지어 법무사 하시는 분들은 무료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했어요."

이웃 간 정이 넘치는 마을

부모회 활동을 시작하며 신단비씨는 이외에도 어린이날 행사, 크리스마스 행사, 작은 도서관 개관 문제 등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부모회는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적었다.

그래서 직접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에 따라 동별 대표자로 구성돼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결정하는 아파트 내 의사 결정기구다. 신단비씨는 현재 감사로 활동 중이다.

"대부분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선정, 공사업체 계약 등 행정적인 업무만을 맡죠. 하지만 저희는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이웃 간에 정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보자. 그가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가며 한 다짐이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가서 먼저 부딪힌 벽은 예산 문제였다. 아파트 잡수입은 아파트 주민이 버린 재활용품 등으로 창출된 수익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사업을 진행하기엔 다른 세대의 민원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해서 공모 사업을 지원했다. 운 좋게 작년에 경남 주민 공모 사업으로 약 46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신단비씨는 처음으로 공동주택 예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 흡연 문제, 폐지 배출일 등 공동으로 사는 데 필요한 공공규칙을 적은 팜플렛을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그 중에 신씨가 강조하는 캠페인은 '한층 걷기 운동'이다.

"엘리베이터 층 차이가 별로 안되는데 층층마다 눌러서 멈추잖아요. 에너지 절약 차원도 있지만, 시간 문제도 있거든요. 한두 층 차이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신씨는 이런 작은 배려가 정말 급한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이러한 배려문화가 정착되면 이웃 간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동주택 예절 캠페인 때 배부한 팜플렛
 공동주택 예절 캠페인 때 배부한 팜플렛
ⓒ 박기완

관련사진보기

 
신단비씨는 현재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아파트 예절 캠페인을 가까운 곳에 있는 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연합해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 2년간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른 아파트와 연합하는 것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아파트를 경제적 자산으로만 보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거주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이웃 간에 소통과 배려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사진들은 신단비씨가 그동안 진행한 캠페인 현장을 담은 것이다.
 
21년 1월 28일에 진행한 어려운 이웃돕기다. 간편식 기부를 통해 1357개(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21년 1월 28일에 진행한 어려운 이웃돕기다. 간편식 기부를 통해 1357개(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 신단비

관련사진보기

 
2019년 5월에 진행한 가정의 달 기념 행복 큰잔치.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불러냈다.
 2019년 5월에 진행한 가정의 달 기념 행복 큰잔치. 주민들의 많은 호응을 불러냈다.
ⓒ 신단비

관련사진보기

2020년에 진행한 크리스마스 행사. 공동주택 예절 캠페인 당시 만들었던 카드로 아파트 나무에 소원을 적는 행사를 진행했다.
 2020년에 진행한 크리스마스 행사. 공동주택 예절 캠페인 당시 만들었던 카드로 아파트 나무에 소원을 적는 행사를 진행했다.
ⓒ 신단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csc0511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마을공동체, #경남공동체마을협력가, #E편한세상봉황역아파트, #신단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