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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아내는 참 소박한 사람이다. 생활비로 아기 용품을 사고 아기 용품을 다 샀다 싶으면 아기에게 선물할 창의적(?)인 상품들을 물색하고 구매한다. 마땅한 상품이 인터넷 상점에 없다면 과감하게 직구를 해 버린다. 상품이 부서져 오거나 늦게 오는 단점들도 감수해 가면서 말이다.

아기를 낳고 그렇게 아기 엄마는 변했다. 아내는 자신의 욕심부터 내려놓았다. 밖에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니, 아기 엄마의 외출복과 아기의 외출복은 새 것이거나 새 것 같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졌다. 아내는 고민하지 않고 팔아버렸다. 대신 시기에 맞는 아기 용품들을 사주었다.

아내는 화장품까지도 이 시대에는 사치라고 여겨서 정리해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옷과 아기의 옷, 그리고 쓰지 못하는 화장품들은 과감하게 중고 거래로 판매했다. 필자가 매일 같이 출근길에 택배를 부치는 이유다. 이 돈이 아내의 아기 용품 마련의 든든한 밑천이 되어 주었다.

이런 아내라 항상 마음이 더 쓰였다. 이런 알뜰함을 연애 때부터 잘 알고 있어서, 아내에게 무언가를 자주 선물하기도 했다. 제일 신경을 썼던 것이 '향수'였다. 아내는 하나의 향수를 닳을 때까지 알뜰하게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하루하루 다르지 않은가. 아내에게 선물로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 기념일마다 고심해서 아내에게 향수를 선물했다. 그렇게 아내는 남편의 바람처럼 비로소 서너 개의 향수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출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외출도 힘든 시기에 코로나까지 계속 유행하자 아내는 향수조차 모조리 팔아버렸다. 고민을 거듭해 선물한 향수들은 눈앞에서 보기 좋게 팔려 나갔다. 내 손으로 선물하고 내 손으로 보내버리는 '대환장 파티'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비로소 아내의 향수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여보, 설마 그것도 판다고?
 
아침 출근길에 택배를 보내버린 아내의 향수, 팔아버린 향수는 새상품이다. 사진은 아내가 예전에 향수를 사용 하던 당시, 어느 날의 모습이다.
▲ 샤넬 넘버 5 아침 출근길에 택배를 보내버린 아내의 향수, 팔아버린 향수는 새상품이다. 사진은 아내가 예전에 향수를 사용 하던 당시, 어느 날의 모습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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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그 향수... 설마 그것도 팔게요?"
"네. 아기 때문에도 쓸 일이 자주 없지만 상황이 이래서 외출도 많이 못하니 새 상품을 뜯어도 몇 번이나 뿌릴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냥 필요한 분께 저렴하게 팔려고요. 그래서 차라리 아기 장난감이나 교구 하나라도 더 사주려고요." 


퇴근해서 저녁을 준비하던 때였다. 아내가 화장대에서 향수를 가지고 나왔다. 설마 하는 마음에 아내에게 물었더니 남은 향수 하나마저 팔아 버리겠다는 거였다. 그것도 미개봉인 향수들이 중고 거래 어플에 많은 걸 감안해서, 싸게 팔아버린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향수까지 팔아버리겠다는 아내의 결정이 이해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더욱 말릴 수 없는 아내의 결정이라는 것을 안다. 눈물을 머금고 이 사태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급히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아내가 판다는 향수의 시세를 검색했다. 다행히 상품군이 많아서 평균 가격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를 물었다. 아내의 대답이 나를 미치게 했다. 아내는 필요한 사람에게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균 시세의 80%에 팔겠다고 했다.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번에는 막아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말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팔아버릴 기세였다. 말릴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는 도중에 벌써 사진을 다 찍고 글까지 작성을 마친 아내를 발견했다. 이대로 두면 헐값에, 내가 아내에게 공들여서 선물한 향수가 날아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이 망할 코시국에 통장 잔고를 보고도 지른 향수였다. 그것도 대용량으로. 부부의 기념일을 추억하려 용기 내어 선물한 고가의 향수였다. 기사라서 다양한 이유와 수백만 가지의 원통함을 다 적지 못하지만 내겐 중요한 향수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문득 '출근길에 내가 그냥 뿌리고 다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보았음은 안(?) 비밀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계속할 시간이 없었다. 아내가 글을 올리는 순간, 새 상품에 가격도 싸겠다 바로 팔려 나갈 것이 자명했다. 아내를 말릴 여러 가지 창의적(?)인 고민을 하던 도중 아내는 결국 한 젊은 여성분께 향수를 팔아버렸다. 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네고'(할인)까지 해 주면서 말이다. 

내가 선물한, 심지어 새 상품인, 아내의 하나 남은 향수를 출근길에 택배로 부치게 된 사연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그래도 '한 번씩은 뿌릴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아내의 화장대에 고이 놓여 있었을 것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꾸준히 넘겨가는 시기인 요즘... 아내가 향수를 팔겠다고 생각한 게 이런 상황의 결과인 듯해 씁쓸했다. 

아기를 위해 자신의 물건을 내놓는 엄마들 

중고 거래 앱에서 아기 용품을 검색하면서 아기 엄마들이 올려놓은 옷, 화장품 그리고 향수 판매글을 많이 봤다. 이런 이유로 판매를 마음먹는다는 게 새삼 슬프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중고 거래 어플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아기 용품과 아기 엄마들의 물건이 함께, 그것도 새 상품의 모습으로 올라온다.

아기 엄마들이 올린 판매 목록들을 바라보며 아픈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 글을 작성하던 엄마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다. 그 슬픈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지금, 아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내려놓으며 중고 어플이나 사이트에 접속해서 아기의 물건들과 엄마의 물건들을 거래하고 계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께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방금 개봉한 샤넬의 향수 향기를 닮은 존경을 보낸다.

향수에 관한 좋은 명언의 글귀를 존경하는 독자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행복이란 향수와 같아서 먼저 자신에게 뿌리지 않고는 다른 사람에게 향기를 내뿜을 수 없다."
-랄프 윌도 에머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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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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