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리 너머로 보이는 낯선 조경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 하나 없지만, 괜히 발을 들이고 싶은 마음에 문 앞을 서성인다.

"안녕하세요! 처음 오셨나요?"

누군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머뭇거리던 시간이 무색하게, 고개를 끄떡인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낯설지만 새로운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잔잔한 호수에 물 수제비를 뜨듯,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비일상으로 요동친다.

두 달 만에 방문객만 3만5000명... 강남 한복판의 '핫플'
 
조경에 주목하며 콘텐츠를 즐겨보자. 즐거움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조경에 주목하며 콘텐츠를 즐겨보자. 즐거움은 두 배가 될 것이다.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걸었을까. 회색 벽에 걸린 '틈'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자동으로 열린 문. 1층에서 직원들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어색함이 감돌아 시선을 돌린다. 알록달록한 대리석 바닥에 놓인 베이지톤의 간이용 의자와 책상을 보며 캠핑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쪽 벽을 채운 미디어월에는 여름을 알리는 초록 식물의 향연이 이어진다.

'일상비일상의 틈'은 LG유플러스가 강남역 한복판에 마련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지 두 달여 만에 방문객 3만5000명이 다녀갔다. 강남에서 핫 한 장소로 급부상하자, tvN에서 방영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촬영 장소로도 쓰였다. 지난 6월 6일, 이곳을 방문했다. 

MZ세대를 겨냥한 듯, 트렌디한 브랜드와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공간에 담았다. 매 월 새로운 전시나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이색 카페나 독립 책방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VR과 오락실 게임을 체험하는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본격적인 입장에 앞서, 일상비일상의 틈 전용 어플을 다운받아 멤버십 가입을 마쳐야 한다. 직원에게 개인 바코드를 보여주고 공간 여행을 떠나보자. 지하 1층부터 루프탑까지 꼼꼼히 돌아볼 경우, 최소 4시간 소요된다.
 
유튜브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공간, 무료 강의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 1F 일상 비일상의 틈 유튜브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공간, 무료 강의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유튜브에 관심있는 사람 위해 일상비일상의 틈이 야심차게 마련한 공간도 있다. 한 구석에는 유튜브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는 것. 유튜브 입문자들을 위한 무료 기초 강의가 열린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일상비일상의 틈 전용 어플이나 네이버 예약에서 가능하다. 한편, 1층 정중앙에는 매번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열린다. 
 
도심에서 서핑 맛보기. 바다에 온 듯한 착각을 느껴보자.
▲ 2F, Espresso와 Latte의 틈 / 글라스하우스 도심에서 서핑 맛보기. 바다에 온 듯한 착각을 느껴보자.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도심 속 바다를 즐기고 싶은 자는 이 카페를 주목하자. '글라스하우스(Glasshaus)'.
2층에 들어서면 조개껍데기를 본 딴 의자, 제주도 하늘을 연상케 하는 천장을 만날 수 있다. 카운터 옆 스크린에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모습이 그대로 송출된다.

유리 너머 보이는 강남 거리와 거울에 비친 바다는 모순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색적인 광경에 목이 탄다. 커피를 주문한다. 아메리카노는 5000원. 멤버십 회원이라면 3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종이컵에 그려진 서핑 그림이 커피를 더 시원하게 만든다.

이곳의 추천 음료는 '슈비에이드'. 이국적인 분위기 속 청량한 바다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드로 된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주는 곳, 스토리북앤필름에서 독립출판물 즐기기.
▲ 3F, Prologue와 Epilogue의 틈 / 스토리지북앤필름 우드로 된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주는 곳, 스토리북앤필름에서 독립출판물 즐기기.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다소 조용한 분위기. 독립 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도 도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해방촌 5.5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독립 책방이 강남에도 자리를 잡았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책의 테마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여행이나 도시의 모습을 다룬 책들이 많고, 연애나 반려동물 관련 책도 있다. 잡지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책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책방 카운터가 마음 한 켠을 울린다. 브라운 톤의 책장은 적막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한 고객은 "분위기가 조용하고, 공간이 쾌적해서, 책을 더욱 집중하게 보게 된다"고 전했다. 또 "독립출판물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3층에서만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아이패드를 무료로 대여하고, 책을 구매한 고객에게 스페셜 굿즈를 증정한다.
  
나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곳. 인생사진도 남겨보자.
▲ 4F, Look과 Feel의 틈 / 시현하다 모먼트 그리고 컬러룸 나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곳. 인생사진도 남겨보자.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인플루언서가 좋아할 사진 맛집도 있다. 4층으로 걸어 올라오면, 사진관 '시현하다'와 '컬러룸'을 만날 수 있다. '시현하다'는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사진작가와 상의하면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털어놓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더욱 주목할 만한 곳은 '컬러룸'이다. 공간 앞쪽에 있는 태블릿을 이용해 원하는 조명색을 고른다.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어떤 색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하나씩 눌러본다. 방 안에 들어선 순간, 거울 방에 비친 수많은 나를 만난다.

가장 안쪽에 있는 단상에 오른다. 천장에 크고 작은 미러볼이 달려있다. 미러볼을 하나 건드리며 카메라를 바라본다. 조명색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다. 거울에 비친 내가 가장 환해지는 순간, 나만의 색을 찾는 동시에 나만의 취향을 발견한다.

MZ세대 겨냥해 꾸민 공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 
  
아늑한 영화관과 레트로 게임의 이색적인 조합.
▲ 5F, Digital과 Analogue의 틈 / 넷플연가 아늑한 영화관과 레트로 게임의 이색적인 조합.
ⓒ 신주희

관련사진보기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도 있다. 콘텐츠 룸에서는 LG유플러스의 기술과 서비스로 VR, 게임, 영화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독립영화 4편을 상영한다. 따뜻하고 아늑한 의자에 앉아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영화를 즐길 수 있다.

VR과 오락실 게임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철권 게임이 이곳의 묘미다. 한 고객은 "철권 게임에는 관심조차 없었는데, 어느 순간 승부욕에 불타 있었다"며 "이를 악물고 이기려고 애쓰다 보니 손에 땀이 가득 했다"고 회상했다. 오는 16일부터 7월 말까지 심박수 체험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상비일상의 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LG 유플러스 관계자는 "MZ세대 성향과 니즈 분석을 통해 '전시', '카페', '독립서적', '사진', '모임' 5가지 키워드를 도출했다"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키워드에서 MZ세대가 선호할만한 업체들이 입점한 것이다.

그러나 인기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조경이다. 이곳은 도심 속 힐링 숲을 컨셉으로 조경을 배치했다. 각 층별로 만날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다. 단순히 시각적인 연출을 위해 식물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각 층의 스토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2층 카페는 고성에서 자라는 식물을 마감재로 사용했다. 고성 앞바다에 있는 카페의 분위기를 강남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업체들이 각 층에 잘 녹아 들 수 있도록, 컨셉에 맞는 식물들을 두었다. 조경이 이 건물의 스토리를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손에는 너덜거리는 팜플렛, 한 손에는 직접 만든 키링을 들고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는 사람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낸 까닭일까, 그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5층, 4층, 3층, 2층. 틈 사이로 보이는 조경이 말을 건넨다. 살가운 에어컨 바람에 잎이 흔들린다. 잘 가라며, 다음에 다시 오라며.

태그:#일상비일상의틈, #강남, #휴가, #MZ세대, #LG유플러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신주희입니다. 쉽고 재밌는 기사로 다가가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