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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요?」
  책 「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요?」
ⓒ 루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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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느 날, 문득 경력단절 10주년을 맞이하기 전에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고, 한 번 써먹어 보지도 못한 채 여태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약 한 달 반 기간 동안 어린이집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체험, 삶의 현장' 아니, '체험, 노동인권 말살의 현장'을 겪었다. 같은 기간 전국 곳곳에서 함께 실습을 했던 같은 조원 실습생들이 마지막 날에 자신들이 실습을 하며 겪었던 일을 울먹이며 이야기하는데 분노가 함께 솟구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어린이집 원장이 CCTV로 계속 감시하며 잠시라도 앉아 쉬려고 하면 바로 전화가 와서 "실습생이 어디 앉아서 쉬고 있느냐"며 일을 시키는 바람에 화장실에서 앉아서 쉬고, 나중에는 화장실을 몇 번을 가는지도 감시당했다는 실습생, 지도교사에게 받는 무시와 폭언은 너무 잦은 일이었고, 먹는 것에 대한 차별을 겪은 실습생도 있었다.

물론 실습생을 따뜻하게 받아준 어린이집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부분 가정주부이고 엄마였던 실습생들은 실습일지 작성과 교구 작업을 하느라 하루에 많아야 네다섯 시간을 겨우 잤다.

실습생들은 집 안과 밖 각각의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번갈아 해내며 기를 쓰고 버텨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정말 철저한 '을'이 되었고, 보육교사의 처우와 노동인권 현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노동으로 연결돼 있다 

'안녕'하지 못한 시간들이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겨우 한 달하고도 반이라는 정해진 기간이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육교사 실습을 했던 경험을 길게 쓴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린이집 돌봄 노동은 동네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는 눈에 불을 켜고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그 학대가 일어나는 구조적인 요인,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까지는 접근하지 않는다. 난 보육교사 실습을 경험하면서 보육교사들의 노조 조직은 어떤 상황인지, 보육교사들의 산재(특히 근골격계 질환)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궁금했고 틈틈이 알아보았다. 예상했지만 둘 모두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노동이 있고, 다양한 일터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노동자들이 노동을 한다. 그것들은 각각 연결 고리로 이어져 하나의 세상을 이룬다. 하나의 세상 속, 다양한 노동의 현장 그 안에서 산업재해는 특성화고에서 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에게도, 건설현장에서도, 고요한 사무실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급식실에서도 발생한다.

법률과 함께 보는 노동인권 이야기인 책 <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요?>의 저자 김경희는 누군가의 노동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노동으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그런데 정작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숨겨야 한다고 사회로부터 강요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인노무사로 민주노총제주본부에서 일하며 직접 진행했던 상담 내용과 노동인권교육활동 등을 통해 모은 사례를 바탕으로 각 사례에 맞는 노동 관련 법률과 근로기준법 내용을 소개한다. 노동법을 비롯하여 모든 법률들은 한글로 써져 있지만 단번에 이해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하여 노동과 관련된 법률을 실제 사례와 연결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책은 ▲불안정한 고용과 해고 ▲노동시간과 쉴 권리 ▲존중받아야 할 노동인권 ▲노조, 단결권 등 노동자들이 쟁취해야 할 몫 ▲건강하게 일할 권리 ▲보호받아야 할 노동 등의 챕터로 나눠 노동자의 삶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련된 법률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다양한 노동자들의 다양한 일터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를 넘어 연대로

이 글을 쓰는 동안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9160원. 필자가 '라떼' 시절 처음 아르바이트 했던 때가 21년 전인데 그 때 시급이 1600원이었다. 22년,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2년이 지난 시간 동안 최저시급은 약 5.7배 올랐다. 집값도 5.7배 뛰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확실히 비정상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맞다.

최근 몇 년 동안 같은 뉴스가 계속 반복된다. 11년 전에는 펄펄 끓는 쇳물에 노동자가 빠져 사망했는데, 얼마 전엔 음식물 쓰레기 저장소에 노동자가 빠져 죽었다. 청소·경비 노동자를 향한 갑질 뉴스는 정기간행물 마냥 정기적으로 뉴스를 장식한다.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은 여전히 '인간적'이지 않고, 경비노동자에 대한 문자 해고  통보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다.

기계와 화물에 깔리고, 학생들에게 먹일 밥을 만드는 노동자의 손목과 허리는 남아나질 않는다. 여성들의 돌봄노동은 그늘에 가려져 있고, 청소년의 노동은 여전히 존중받지 못한다. 우리의 분노는 자꾸 거기에 멈춘다.

분노를 넘어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 연대를 발판삼아 조금 더 안전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연대는 노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사람도 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노동자가 되고, 그렇게 너와 나의 세상이 연결된다.

저자 김경희에 따르면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멀쩡히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산업재해를 당하는 수만 계산한다면 과연 선진화된 나라인지 깊은 의문이 든다.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선진국은 속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 아닌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한데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을 보니 헛웃음이 났다.

한국 사회는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죽하면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단어를 써왔을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규정한 헌법 제32조와 제33조에도 '노동' 대신 '근로'라는 단어로 채워져 있다. 노동자는 '근면'해야 한다는 사용자의 가치 기준이 이입된 단어를 헌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어느 곳에서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노동인권교육의 부재는 일을 하다 억울한 일, 부당한 일을 당해도 '꾹' 참는 것으로 귀결되게 만든다.

(예비)노동자로서 스스로 나의 권리를 찾아보기 위한, 어색하지만 올곧은 첫 발걸음을 책 <당신의 노동은 안녕한가요?>의 도움을 받아 내디뎌보자. 저자의 바람대로 당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받아야 할 (예비)노동자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이 책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배여진씨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입니다.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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