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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제2차 추경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제2차 추경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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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본인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의견을 재확인시켰다. 관료 출신 행정가들이 펼치는 정책이 정부 방향과 충돌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예로 꼽을 수 있는 2015년 유럽 연합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스 경제위기 이후 EU, ECB와 IMF는 그리스에게 지속 가능하지 못한 구제금융, 긴축, 구조개혁을 강요했다. 이에 분노한 그리스 대중은 2015년 선거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 아래 '시리자')를 다수당으로 선출했다. 이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유럽연합의 재무장관 회의기구인 유로그룹 미팅에서, 그리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구제금융 정책을 고수하는 다른 회원국 재무장관들을 설득하려 시도한다.

그가 스스로 상식적이고 온건했다고 칭한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전임 정부가 자발적이었든 사실상 강요였든 동의한 구제금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급진좌파연합은 현재 형태의 구제금융을 거부하는 그리스 대중들의 선택을 받고 집권한 정부이기에 이러한 국민의 의사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급진적인 디폴트 선언 후 유로존 탈퇴, 혹은 반민주적인 구제금융과 긴축의 속행 모두를 배제하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구제금융의 조건에 관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리스 재무장관 바루파키스의 발제 직후 유로그룹의 실세였던 당시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äuble)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 결과가 유럽연합의 경제정책을 바꾸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쇼이블레는 전형적 독일의 긴축주의자였고, 신념에 따라 민주주의조차도 '지속 가능한 재정'(이후 그리스 경제를 박살 낸 희대의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긴축과 재난지원금 
 
2017년 독일 뮌헨 도시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 참석한 볼프강 쇼이블레의 모습.
 2017년 독일 뮌헨 도시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 참석한 볼프강 쇼이블레의 모습.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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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블레와 홍 부총리가 각각 주장하는 긴축이나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그 자체가 반민주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들이 본인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있다. 홍 부총리와 같이 쇼이블레 또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료에서 바로 정치로 직행한 사례다. 이들은 정치라는 민주적 주권을, 필요하면 언제든 무시해 버릴 수도 있는 재정정책의 장애물쯤으로 생각하는 듯해 보인다.

본인들의 직책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공동선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는 걸까. 혹은 그러한 사실조차 모르는 걸까.

민의를 받드는 정치가 합의한 사안이, 본인들이 학습하고 실천해온 우파 경제학 이념과 상충될 때 정치적 합의는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가. 그런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는 패기는 이런 데서 오는 듯하다.

당시 바루파키스는 쇼이블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것 참 중국 공산당 관료들이 듣기 좋아할 주장이군요."

홍 부총리는 이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본인의 신념이 국민의 의사와 정치적 합의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공산당 관료들의 철학 혹은 17세기 왕정 하 재무장관에게나 어울릴 법한 철학을 갖고 있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2021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후일담. 2015년 위에 언급된 회의 이후에도 유럽연합은 그리스에 대한 강경노선을 고수했다. 시리자 정부는 결국 3차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스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했지만,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구조개혁과 긴축의 대상이 됐다. 시리자는 결국 다음 선거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밀려난다(재무장관 바루파키스는 사퇴 후 반구제금융당을 창당했다).

2018년 8월, 그리스는 8년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스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청년실업율이 치솟았고 연금 수령이 삭감됐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은 급격히 축소됐다. 

한국 사회는 유럽의 사례를 통해 관료 출신 행정가들이 민주주의를 대하는 방식, 또한 민주사회가 관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에 관해 비판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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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정치경제를 공부했습니다. 유럽정치경제, 독일정치, 자본주의의 다양성, 신자유주의 담론과 이념을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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