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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이 들어가나 보네. 무슨 일이 있어도 급식 봉사에는 가봐야지."
"당신 병원 진료일인데요. 날씨가 너무 더워. 병원부터 가요."


남편은 한 달에 한번 가는 병원 진료일을 바꾸고 급식센터 봉사 현장으로 가자고 서둘렀다. 참 기묘한 일이라고 구시렁거리면서, 오늘 배부할 필사엽서 230장을 챙겼다.

무료 급식을 받는 어르신들에게 배부하는 필사시화엽서 나눔 4번째 날이었다. 군산급식센터에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했는데 지난달 엽서를 받은 분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지난주까지 필사 봉사자들이 전해준 엽서는 600여 장, 7월에 배부할 550장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필사 엽서를 받으면서 봉사자들이 전하는 말 중 가장 많은 표현을 안나샘이 전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꿈많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남을 위한 봉사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치료하는 힐링제죠. 이런 기회가 있어서 고맙고 행복합니다."

안나샘은 멀리사는 딸과 손녀딸이 함께 필사를 하는데, 세 분 모두 그림에 보통 이상의 소질을 가진 듯하다. 엽서를 받을 수혜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어느 것 하나 그냥 주고 싶지 않을 정도다.

 
시화엽서를 넣다말고, 읽어보는 봉사자들과 시화엽서도시락
▲ 필사시화도시락 시화엽서를 넣다말고, 읽어보는 봉사자들과 시화엽서도시락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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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시 필사가 작품에 가까울 정도인 분들의 엽서들은 나만 알아보는 게 아니다. 오늘도 도시락에 엽서를 하나씩 끼워 넣는 일은 하셨던 K 할아버지(노인 일자리 업무차 나오심)는 도시락을 담다 말고, 물으셨다.

"이런 그림은 누가 그리는 거요? 학생들인가? 작품이네.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쓰나. 보통 정성이 아니고만."
"어르신 정말 멋지지요. 글은 어떠세요. 맘에 드시면 어르신께서 먼저 가지세요."


옆에 계시던 어르신까지 두 분이 나란히 엽서를 받으시면서 품속에 넣고 다독거렸다. 도시락을 넘어지지 않게 쌓는 일을 하시는데, 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필사를 한 봉사자들의 시가 다양하게 보이도록 도시락을 정돈해주었다.

보통 현장에서 도시락 준비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밥과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 봉사자들은 도시락을 만든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봉사자들은 제 위치를 잘 알고 있고 정말 기계가 놓는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다.

게다가 웃음과 담소가 곁들여지니 얼마나 더 맛있는 도시락이 될 것인가. 오늘같이 시화 엽서가 보태지면 금상첨화, 임금님 상다리와 진배없다고 말씀을 나눈다. 나를 보고, 젊은 사람이 수고한다는 말씀도 빼놓지 않는다.

도시락 230여 개가 준비되어, 필사시화엽서 나눔 플래카드를 걸어 놓으려고 앞마당으로 나갔다. 폭염에도 어르신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했는데, 두 명의 어르신이 일어나셨다.

"지난번 나눠준 엽서를 또 주는 거여? 나도 받은 거 집에 있는디. 그거(플래카드)는 이곳에 붙여야 안 떨어져. 의자 줘봐" 하시며 직접 플랑을 붙이는 걸 도와주셨다.

"지난번 받은 글이 뭐였어요? 기억하세요?"
"내 거는 '동행'이라고 써 있더만. 오늘은 어떤 것이 오는가?"
"오늘도 220개를 가져와서 도시락 위에 넣었어요. 어르신에게 꼭 필요한 글귀가 써있을 것 같은데요. 기대해보세요."


도시락 배부가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휠체어에 앉아있는 분들에게 먼저 도시락이 전해졌다. "맛있게 드세요. 엽서에 써있는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라며 도시락을 전달하는 봉사자의 얼굴이 땀으로 송글거렸다. 기껏해야 10여 분 정도 되었는데, 봉사자들마다 옷이 축축해졌다.

도시락을 받아가는 어르신들 중, 어느 분은 가다 말고 글을 읽어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 우리 봉사자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걸까. 저분은 이 엽서를 받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보았을까.

필사 봉사단을 조직하면서 '민들레 씨앗'처럼이라고 명명할 때는 그 씨앗이 언젠가는 싹을 틔울 거라는 희망을 담았었다. 단지 봉사자들의 희망만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수백 장의 엽서가 나눠지면 단 한 명이라도 그 엽서를 간직하시겠지. 간직하는 마음은 씨앗이 되겠지.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신호라도 믿었다. 오늘은 엽서를 받아 가는 수혜자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사시화엽서 나눔 봉사 활동은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 예정이다. 현재 70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초등학생부터 최고령 78세까지 이력도 다양하다.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할 뿐만 아니라, 그림 솜씨 또한 너무도 탁월하다.

가족이 함께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림 잘 그리는 자녀와 글씨 잘 쓰는 엄마의 작품을 보면 이 엽서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교감과 대화를 나누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운 좋게도 모든 필사 엽서가 나한테 온다. 엽서를 받아들면 나의 오감은 호사를 누린다.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 봉사자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해드려야 할 것 같은 책임감도 따라온다.

엽서 나눔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각으로만 멈춰지지 않고 세상을 향해, 특히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까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동행하는 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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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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