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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수박
▲ 설익은 수박 설익은 수박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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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설익은 수박인데 맛이 달다. 색만 아직 완전한 붉은색으로 탈바꿈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 입 먹었을 뿐인데 지난해 사 먹었던 수박보다 단맛이 속에 꽉 차 있다. 단지 풋내를 동반한 단맛이 아쉽다.

옥수수밭 옆 노지에 수박 모종 세 개를 심었다. 그중에 두 개만 살아남고 한 개는 시들다가 죽어버렸다. 4월 초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많이나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었는데 공기 구멍을 뚫어주지 않았더니 숨을 쉬지 못해 죽은 것이다. 그것을 알고 바람 구멍을 내주었더니 두 개가 살아 남았다.

그 두 개의 수박 모종에서 처음에는 1개만 수박이 열린 줄 알았다. 어느 날 자세히 보니 3개가 열려 있었다.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풀숲에 가려 수박 열매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다음에 수박 2통을 더 찾아냈다. 수박 모종 두 개에서 5통의 수박이 열린 것이다. 어쩌면 풀숲에 가려 아직 찾아내지 못한 수박 한두 통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지 맞은 장사다.

수박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수박을 따 먹어볼 생각으로 가득 찼다. 수박 밭을 지날 때면 오늘일까 내일일까 수박 꼭지를 따고 싶은 유혹과 싸우는 중이다. 수박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깨보고 싶기 때문이다

수박 모종 자체가 큰 수박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자란 수박을 두들겨 보았다. 통통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수박이 익는 시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리를 들어보니 익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단숨에 수박 꼭지를 따버렸다.

수박 한 통이 아무리 싸도 만 원이 넘는데 수박이 다섯 통이나 있다.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매주 한 통씩만 수박을 따서 먹어도 수지맞은 장사였다. 여름 한 달 동안 과일값은 굳은 셈이다. 거기에 직접 재배한 수박을 먹을 수 있다는 흥분감도 있었다.

시골에 내려온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수박 앞으로 모두 둘러앉았다. 수박이 도마 위에서 칼날에 반이 쪼개지는 것을 모두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잠시후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수박의 속살이 드러났다.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빨간 속살을 가진 달콤한 수박을 기대했고만 아직 하얀 속살을 가지고 있는 설익은 수박이었다.

이미 수박 꼭지는 따버렸고 수박도 반으로 잘렸다. 한 잎씩은 먹어 봐야 했다. 그러나 모두 각자의 몫마저 다 먹지 않고 내려놓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이미 빨간 속살의 수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하얀색을 가진 풋내 나는 수박은 입맛에도 눈에도 차지 않았던 것이다. 남은 수박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수박김치를 담가 먹어."
'그래 수박김치 담가 먹으면 오이김치처럼 시원하고 맛있더라."
"나는 안 가지고 갈래."


아까운 수박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설익은 수박을 가지고 가 김치를 담가 먹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골에서는 먹고 싶지 않던 설익은 수박이 도시에 오니 달콤하게 맛있었다. 냉장고에 며칠 넣어둔 시간 동안 숙성이 된 것인지, 오이만 며칠 먹어서인지 알 수 없다.

수박 김치를 담가 먹을 요량이었지만 본연의 과일로 한낮의 갈증을 달래주었다. 분명 오이보다 달았다. 설익은 수박이지만 매주 사랑과 관심을 주며 살펴보던 수박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풋내나는 오이만 먹다가 설익었지만 단맛이 느껴지는 수박을 시원하게 먹으면 맛있을 수밖에 없다.
 
노지수박
▲ 수박 노지수박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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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4통이 수박밭에서 주인이 꼭지를 따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박을 수확하는 시기를 잘 알아두어 설익은 수박을 따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설익은 수박도 맛있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빨간 속살을 가진 맛있는 수박을 먹고 싶다. 수박 따는 시기가 정말 궁금하다.

텃밭에서 키운 수박을 수확하는 시기는 수박 암꽃이 피고 수정이 된 날로부터 50일 전후가 된다. 그런데 따로 수박 꽃 피는 날을 세어보지 않았다. 수박 고수가 알려주는 수박을 따는 시기를 보니 수박 꼭지를 보면 위에 작은 잎이 보이고 또 덩굴손이 보인다. 작은 잎과 덩굴손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말라비틀어질 때가 바로 수박 따는 시기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트루진 지역신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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