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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결정문에 실은 'A중 학생자치위 선관위의 연설문 사전 수정 내용'.
 인권위가 결정문에 실은 "A중 학생자치위 선관위의 연설문 사전 수정 내용".
ⓒ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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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한 중학교가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낸 '체육복 등교', '두발 규제 완화', '화장실 화분 설치' 등의 공약을 빼도록 개입, 검열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생 인권침해 결정을 받았다.

인권위 "학생회 선거 후보 공약 검토행위 중단하라"

13일, 인권위는 "A중학교장에게 학생회 선거에서 교사에 의한 후보 공약과 연설문 검토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교사가 선거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을 사전에 제출받아 수정을 지시하는 행위를 비롯해 학생회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삭제하는 등 학생자치위원회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지난 4월 29일 결정한 문서를 보면, 해당 학교는 경기지역 중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학생생활안전부장 등은 지난해(2020년) 11월 학생회 선거 기간 중 후보자로 나선 학생들에 대해 공약 등을 미리 살펴본 뒤 내용을 고치도록 지시하는 등 개입 행위를 벌였다.

A중 학생생활안전부장 등이 금지토록 사전에 개입한 공약과 연설 내용은 '체육복 등교', '핸드폰 소지', '두발 규제 완화', '화장실 방향제 비치와 화분 설치', '화장실 가글 비치' 등이었다.

이렇게 한 이유에 대해 이 중학교는 인권위에 낸 의견서에서 "체육복 등교, 핸드폰 소지 등은 학칙개정을 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후보자의 의지로 학칙을 개정할 수 있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심어줄 수 있어 후보자에게 공약을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학칙개정과 관련된 내용은 학생회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주장할 수도 없도록 막은 셈이다. 

이 학교 학생생활안전부 한 교사는 다음과 같은 알림 글을 후보자들에게 보내, 공약 내용은 물론 표현에 대해서도 지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이 공약/소견에는 여러분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추진/노력하겠다'라는 문구가 적절합니다.(공약이 실제 확정된 것처럼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하지만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공약과 연설문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일환으로서 그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이거나 악의적 비방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16조(의사 표현의 자유)에서 '교장 등의 자의적인 간섭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16조는 "학생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면서 "경영자, 교장 등은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 빌미로 검열하는 것은 그릇된 관행"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교사가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검토하여 수정을 권고하는 것은 사실상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 내용을 검열·제한하는 그릇된 관행"이라면서 "교육을 빌미로 아동이 누려야 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태그:#학생회 공약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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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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