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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온갖 비슷비슷해 보이는 인공적인 구조물들에 질렸다면 오롯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마주할 수 있는 정자 여행은 어떨까. 지난 5월 말, 포천 영평천 금수정을 찾았다. 
  
포천 영평천 절벽 위에 서 있는 금수정
▲ 포천 영평천 금수정 포천 영평천 절벽 위에 서 있는 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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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영평천변 절벽 위에 조선 중기에 건립된 금수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다. 영평천은 포천시 광덕산에서 발원해 일동면, 영중면, 창수면을 지나 포천천과 만나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대표적인 포천의 물줄기다.

곳곳에 기암괴석과 절벽, 맑은 물을 버무려 백로주, 선유담, 와룡암, 창옥병, 청학동, 금수정, 낙귀정지, 화적연 등의 절경을 빚어 놓았다. 그중에서 뛰어난 풍광을 뽑아 '영천 8경'이라 부르는데 금수정은 2경에 해당한다.
 
포천시 이동면 광덕산에서 발원한 영평천은 포천천과 만나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대표적인 포천의 물줄기이다.영평천은 곳곳에 기암괴석과 절벽, 맑은 물을 버무려 백로주, 선유담, 와룡암, 창옥병, 청학동, 금수정, 낙귀정지, 화적연 등의 절경을 빚어 놓았다. 그중에서 뛰어난 풍광을 뽑아 ‘영천 8경’이라 부르는데 금수정은 2경에 해당한다.
▲ 포천 영평천  포천시 이동면 광덕산에서 발원한 영평천은 포천천과 만나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대표적인 포천의 물줄기이다.영평천은 곳곳에 기암괴석과 절벽, 맑은 물을 버무려 백로주, 선유담, 와룡암, 창옥병, 청학동, 금수정, 낙귀정지, 화적연 등의 절경을 빚어 놓았다. 그중에서 뛰어난 풍광을 뽑아 ‘영천 8경’이라 부르는데 금수정은 2경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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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출발하면 영평천과의 첫 대면은 '38선 휴게소'를 지나면서 이루어지는데, 38휴게소에는 '38선' 표지석과 '6.25 참전 용사비', 38정자 등이 있으니 잠깐 들려 보는 것도 좋다.

영평천 금수정, 포천 안동 김씨 문중 대대로 내려오는 정자

영평천을 건너자마자 광명휴게소 방향으로 틀어 창수면 오가리 '금수정'에 도착한다. 금수정으로 가는 길목에는 금수정의 소유자인 안동 김씨의 종택과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안동 김씨'의 종택은 6.25전쟁으로 완전히 소실되었으나 전쟁 후에 후손들이 터를 정리하고 경작지를 조성했다. 종택 옆 동산에 조성된 묘역은 고려말 문신인 척약재 김구용을 파조로 하는 안동 김씨 문온공파의 묘역으로 김구용과 그의 부친 및 조부가 모셔져 있다.
   
금수정은 포천 안동김씨 문중의 소유다. 인근에는 안동김씨의 종택과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 안동김씨 묘역 금수정은 포천 안동김씨 문중의 소유다. 인근에는 안동김씨의 종택과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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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정은 안동김씨 문중의 소유다. 6.25때 소실된 안동김씨 종택이 복원된 모습
▲ 금수정 안동김씨 종택 금수정은 안동김씨 문중의 소유다. 6.25때 소실된 안동김씨 종택이 복원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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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에서 밭 사이에 난 길을 따라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금수정 주변에는 작지만 울창한 숲이 조성되어 있고 화강암에 제작된 대형 시비 2기가 세워져 있다. 하나는 고려말 학자 김구용의 시비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 시인이자 서예가로 유명한 양사언(1517~1584)의 시비다.

김구용(1338~1384)은 고려말 문신으로 정몽주, 박상충 등과 함께 성리학을 일으키고 숭유억불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한다. 고려 공민왕 3년때 16세 어린 나이에 진사에 합격하고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직강에 오르고 두루 관직을 거쳤다. 요즘으로 치면 완전 수재다.

대표적인 친명파로 명나라와의 국교 수립을 위한 행례사로 명나라로 가던 중 누명을 쓰고 유배 중에 노주 영녕현에서 병사하였다고 한다. 시비에는 유배 중에 지었다는 '범급(帆急)'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돛단배 빠르니 산이 달아나는 듯
배가 가니 강기슭 절로 옮기는구나.
지나는 고장 따라 그 풍습을 묻고
배 대고 머무는 곳에서는 시 지을 수밖에
오 나라 초 나라 강남 땅 천년 오래이고
여기 자연은 5월이 가장 좋은 때라 하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싫어 말게나
맑은 바람 밝은 달이 나를 따르고 있으니.


고향을 떠나 풍광도 풍습도 사람도 낯선 곳을 떠도는 이의 고단함과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듯하다. <척약재 학음집(보물 제 1004호)>이라는 문집이 전하며, <척약재 김구용의 문학세계>등 그의 문학세계를 논하는 책들이 출간되어 있다.

금수정을 처음 지은 것은 김구용의 아들 명리이다. 지형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정'이라 했다. 그러나 김구용의 5대손 금옹 김윤복에 이르러 아들이 없어 딸만 있어 사위에게 물려 주었는데 그 사위가 바로 양사언이다.

조선시대 명필가로 유명한 양사언(1514~1584)은 정자의 이름을 금수정이라 불렸다. 허나 포천시 일동면에 있는 양사언의 묘역에는 숙부인(淑夫人) 음성 박씨와 간성 이씨 두 부인의 묘만 있을 뿐이어서 의아하다. 양사언이 죽은 후 정자는 다시 안동 김씨 문중의 소유가 되었다. 6.25전쟁 때 완전히 소실된 것을 1980년대 후반 포천시의 지원으로 복원하였다.

주변 영평천에는 묵객들의 바위에 새긴 글씨가 수십 점

금수정에는 양사언이 쓴 현판과 편액이 걸려 있었으나 소실되었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금수정 아래 영평천 암벽에 남아 있는 양사언의 암각문 '금수정'을 탁본하여 모사한 것이다.
 
금수정 현판은 조선 전기 최고 서예가로 알려진 양사언의 글씨다. 그는 한때 금수정의 주인이기도 하였다.
▲ 금수정 현판 금수정 현판은 조선 전기 최고 서예가로 알려진 양사언의 글씨다. 그는 한때 금수정의 주인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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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모름지기 직접 올라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금수정에 오르니 치마폭처럼 넓은 영평천 물길이 들판을 구비구비 돌아 흐르는 모습이 더없이 시원하다. 건너편 기슭 물 위로 솟은 바위들이 풍광에 멋을 더한다.
 
영평천 절벽에 세워진 금수정은 아래쪽이나 강 건너에서 조망하는 것이 훨씬 멋있다.  금수정은 스스로 풍경이 되었다.
▲ 금수정 영평천 절벽에 세워진 금수정은 아래쪽이나 강 건너에서 조망하는 것이 훨씬 멋있다. 금수정은 스스로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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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언가 밋밋하다. 얼굴에 들러붙는 거미줄을 떼어내며 수풀에 덮힌 계단을 내려가 정자를 쳐다보니 말 그대로 아찔하다. 그제야 금수정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있음을 실감한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근사할 것 같은데 넘어갈 재간이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른다. 그때 건너편 강가에 쪽배 한 척이 물살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을 찾은 옛 묵객들은 쪽배를 타고 금수정에 올랐을 것만 같다. 그래야 금수정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영평천변에 세워진 금수정은 강변에서 올려다 볼 때 제맛이다. 물속의 바위에 새겨진 묵객들의 글씨가 수 십점이다.
▲ 영평천과 금수정 영평천변에 세워진 금수정은 강변에서 올려다 볼 때 제맛이다. 물속의 바위에 새겨진 묵객들의 글씨가 수 십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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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정 아래 영평천 일대에는 옛 묵객들이 바위에 새긴 글씨가 수 십 점이며 그중에는 이덕형, 한석봉의 글씨도 있다고 한다. 하천물이 불지 않는다면 양사언이 쓴 '경도', '조대' 같은 글씨를 볼 수 있다.

나의 눈은 매의 눈이 되어 바위를 매섭게 훑는다. 드디어 물 위로 드러난 바위에 새겨진 '瓊島(경도)'라는 글자를 찾아낸다. 전날 내린 비로 젖은 수로와 수풀 때문에 천변으로 내려설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금수정 아래 영평천에는 옛 묵객들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바위들이 많다. 강 한가운데 양사언이 바위에 새긴 글씨  '경도'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 금수정  금수정 아래 영평천에는 옛 묵객들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바위들이 많다. 강 한가운데 양사언이 바위에 새긴 글씨 "경도"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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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옛 묵객들이 정자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과 구름을 보며 시를 읊고 바위에 글자를 새기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양사언의 '금수정'의  마지막 싯구에 못내 마음이 불편하다. 

불견면중인(不見眠中人 [눈 앞에 사람도 보이지 않으며]

공여석상자(空餘石上字)[부질없이 돌 위에 글씨만 남기네]

<인용: 네이버 지식백과 금수정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문득 부질없이 새긴 글씨를 찾아다니는 후손들은 더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참고: 두산백과,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금수정 안내판, 경북일보([정자] 69. 포천 금수정(金水亭), 김동완 여행작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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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준회원, NGPA회원 저서: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2021년10월 인문여행에세이 <소울풀조지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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