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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12일 0시부터 만 55∼59세(1962∼1966년 출생자)를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새벽 시간부터 또다시 예약시스템이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새벽 3시에는 80만명이 동시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를 오전 3시30분(왼쪽)과 오전 8시45분(오른쪽) 접속했을 때 모습.
 12일 0시부터 만 55∼59세(1962∼1966년 출생자)를 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가운데 새벽 시간부터 또다시 예약시스템이 "먹통"이 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새벽 3시에는 80만명이 동시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를 오전 3시30분(왼쪽)과 오전 8시45분(오른쪽) 접속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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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0시부터 시작됐던 55~59세 코로나19 백신 예약이 15시간 만에 중단됐다. 질병관리청은 55~59세에게 접종하는 모더나 백신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공급이 확정된 물량이 185만명 분이기 때문에 예약을 일시 마감했다고 밝혔다. 

55~59세 접종 대상자는 총 407.9만 명이다.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예약을 못했으며, 이들은 오는 19일부터 다시 예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착순 예약이라거나, 물량에 제한이 있다는 설명이 사전에 없었던 탓에 해당 연령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백신 물량' 문제 언급한 언론들, 그러나... 

다수의 언론들은 "백신 물량이 '동나서' 예약을 중단했다"면서 '백신 물량'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이번 예약 중단 사태의 핵심은 '백신 물량'이 아니라, 방역당국의 판단 착오와 소통 부족이기 때문이다. 

13일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작 10% 확보해놓고 50대 줄세웠다"라는 제목의 한 언론 기사를 비판하며 "그게 아니다. 철저하게 안정적으로 접종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정은경 청장님의 답답하리만큼의 철저함 때문이다"라며 "모더나는 매주 도입물량을 협의한다. 3분기 물량은 큰 틀에서 확정됐고, 월별 물량도 대부분 확정이지만 언제 어느만큼의 물량이 들어올지는 매주 계속 협의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 보좌관은 "정 청장님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예약 시점에 확보된 물량만큼만 예약을 받고자 하신 거다. 다음주에 또 물량이 들어오는데도"라며 "50대 예약은 금방 또 진행할 것이고, 접종은 한 분도 빠짐없이 빠른 시간내에 이루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보좌관이 모더나 물량의 특성을 설명한데서 수급 문제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언론들이 일제히 '백신 수급 불안'을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정작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에서 공급 약속한 백신은 예정대로 들어왔고,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졌다. 이번 예약 중단 역시 백신 물량의 문제로 연결시키기는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그렇다면 왜 미리 185만명 분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냐는 점이다. 선착순으로 받든가, 아니면 연령대를 나눠서 57~59세만 먼저 받는다고 했으면 이러한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15시간 만에 예약을 중단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부추긴 꼴이 됐다.

 접종 열풍 간과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천547만6천19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의 30.1%에 해당한다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천547만6천19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의 30.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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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전에 공지를 하고, 연령대를 나눠서 예약하게 해 혼란을 막았어야 한다"라며 "60세~74세 첫날 접종률을 보고 방역당국이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60~74세 예약률을 살펴보면 70~74세는 24만6000명, 65~69세는 63만 9000명, 60~64세는 73만 명이었다. 55~59세에서 15시간 만에 185만명이 예약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4차 대유행을 맞아서 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 '잔여 백신'에 대해서 50대의 접종률이 43.5%(5.27~30일 조사)를 차지하면서 30~40대보다 접종 의향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첫날 대규모 예약이 이뤄질 거라는 사실은 어느정도 예상했어야 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대규모 백신 예약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예약자가 몰리는 바람에 예약사이트가 먹통이 되어 불편함을 주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기자는 얀센 백신을 예약할 때 데스크톱을 이용해 지난 6월 1일 0시에 딱 맞춰 들어갔지만, 핸드폰 인증이 불가능해서 예약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공동인증서(공인인증서)가 있는 노트북으로 다시 접속해서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물론 얀센은 선착순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접속 문제'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표면적으로 선착순 접속이 아니었던 55~59세 예약에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부모님 백신 접종 예약을 위해 늦은 새벽에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무려 '8만 6000명이 앞에 있다'는 메시지가 떠서 깜짝 놀랐다. 물론 이는 일종의 오류였고 이내 접속이 가능했지만, 이는 서버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걸 의미했다.

서버 불안으로 인해 백신 접종 예약을 어렵게 만들거나, 물량 소진으로 하루만에 예약을 중단시키는 일은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 일으겼다. 이는 어렵게 조성된 백신 접종 열풍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도 하다.

15시간만에 185만 명의 백신 접종 예약 마감이 이루어진 것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위기를 탈출하고 싶은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버를 증설하고 예약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촘촘하게 연령대를 나눠서 예약을 시행하는 등의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4차 대유행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오직 백신뿐이고, 국민들은 백신 접종에 목말라 있다. 정부의 빠른 백신 수급과 예약 체계 정비를 통해 이런 열망에 부응하는 것만이 일상을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다. 

태그:#백신물량, #질병관리청, #예약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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