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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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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여만에 실력 부족을 드러냈다. 여야 대표가 함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를 발표했다가, 이 대표가 '돈이 남으면 전국민 지급'으로 번복해 여당뿐 아니라 당 안팎의 비판을 자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코로나19 관련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대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강화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자신의 뜻이 '선(先)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강화, 후(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라고 다시 밝힌 바 있다.

합의 번복 논란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대변인은 12일 양당 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 하위) 80% 지급이냐 이런 걸로도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느냐"라며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걸 오늘 합의를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말 그대로 그렇게 해석하시면 될 것"이라며 "지급 시기는 저희가 추경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안의 변경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차원에서 방역 상황을 봐서 지급 시기를 정하겠다고 결정하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관련 기사 : 송영길·이준석,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감대' 형성 http://omn.kr/1uf9m ).

하지만 "말 그대로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는 공지가 뒤따랐다. 황보 대변인은 같은 날 밤 9시 44분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양당 대표의 합의 내용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다시 브리핑했다. 즉 '선(先)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강화, 후(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가 실제 합의내용이라는 얘기였다. 이 대표도 같은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애초 여야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급 합의가 발표되자 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마음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렵니까"란 글을 올리면서 거칠게 비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날 밤 9시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원장 등 3인은 긴급 회의를 열었고, 실제로 황보승희 대변인의 '수정 브리핑' 등은 이 회의 이후에 나왔다. 당내 반발이 거세자 여야 합의 내용을 번복하는 걸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합의 당사자인 송영길 대표 역시 이날(13일) 본인 페이스북에 "어제 합의 후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큰 것 같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이념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민생을 돌보는 문제이며 특정 대선주자들의 주장과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표가 결단했다면 일단 존중하고 이것을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처리 방식"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이준석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사실상 이 대표 측의 설명과 달리, 두 사람의 전날 합의 내용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였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 합의사항을 당내에 관철시키지 못하고 합의 번복으로 당내 반발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여야 대표간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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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합의 번복'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국민의힘을 압박 중이다.

일단, 여권 대선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과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이냐"고 힐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면서 "의원들의 불만은 당내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혼선을 빚은 데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여야 대표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시라"고 촉구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여야 대표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나"라면서 "이준석 대표는 100분 만에 말을 뒤집는 '100분 대표'가 되려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특히 "(합의 번복은) 당 대표 간의 신의뿐 아니라 2030 청년세대와의 신의도 저버린 것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 이유가 1~2인 가구의 주된 구성원인 2030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 대거 (기존 안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며 "송영길 대표로부터 그 같은 설명을 잘 들었을 텐데 당으로 복귀하자마자 2030 청년세대를 배신한 것이냐"고도 지적했다.

원희룡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러워... 송영길은 비웃고 있을 것"

합의 번복으로 무마하려고 했던 당내 반발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해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약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윤희숙 의원은 13일 다시 페이스북에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어제 양당 대표 간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이 대표는) 이들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같은 날 본인 페이스북에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난리다"며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가 큰 자영업자등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지 전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 대표의)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럽다"면서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를 진행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선별지원 후 남는 재원이 있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하지만 추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살포를 막을 명분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대선주자 중 이 대표를 감싼 건 하태경 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여야 당대표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며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대표가 합의한 것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변인들에게 스피커폰으로 합의내용 전달했는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며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오른쪽)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며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오른쪽)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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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준석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선별지급이라든지 (선별)지원이 당론"이라며 전날 양당 대표 합의 내용을 재차 해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송영길 대표 측은 '원안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건데, 경계선 문제라든지 행정 비용 문제 때문에 전국민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제가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한 것"이라며 자신의 진의는 '검토'였다고 강조했다.

합의 번복 논란과 관련해선 "어제부터 방역이 강화돼 저와 송 대표가 식사하고, 저희가 얘기한 내용을 정리해서 옆 방에서 식사하던 대변인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면서 "구체적인 설명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대변인들이 진행했는데, (송 대표와의) 논의 과정에서 있던 고민이 전달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대변인 발표 때도 '각 당에서 협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어제 속보 경쟁 속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만 나가서 여론이 강하게 반응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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