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살고 있는 군산시에서는 2년 전부터 동네 주민의 문화생활과 소상공인의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으로 '동네문화카페'란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5인 이상이면 시민 누구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학습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강사를 파견하는 평생교육사업'으로 동네에서 카페나 공간이 있는 가게는 장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원을 받고, 강사에게는 일자리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강좌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무료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우고자 하는 과목을 신청하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동네문화카페에서는 배울 수 있는 과목은 450개가 넘는다. 시간만 내면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수업시간은 3개월, 일주일에 한 번, 수업 일수는 10일이다.

실은 나는 여러 가지 일로 바쁘다. 그런데 그림책방에서 그림일기를 같이 써 온 선생님들과 함께 '그림책 읽기' 수업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림책 읽어주는 강사님도 우리와 함께 그림일기를 썼던 선생님이다. 공교롭게 딸과 친한 친구가 강사를 한다.

수업 진행을 하려면 일정한 수강인원이 모아져야 한다. 사람 사는 일이 매일 바쁜 일상이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 하는 수업이라서 내가 조금 부지런을 내면 된다.

그림책은 쓴 작가마다 숨겨놓은 의미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철학적인 인생관도 담겨 있어 재미를 느끼고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사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는 그림책은 물론 동화책도 읽어 주지 못하고 아이들 스스로 자라게 했다. 아이들 마음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일상적인 생활이란 굴레 안에서 살아가는 나날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딸들에게 미안했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른 시대였다. 자녀들도 그때는 많았다. 우리 집만 해도 딸들이 넷이나 되니 그 애들 날마다 도시락 싸며 사는 게 힘겨웠던 때이다. 

사람은 빨강 물감과 같이 있으면 빨강이 물들고 노랑 물감과 같이 있으면 노랑 물감이 든다는 말이 있다. 내가 마치 요즘 그런 형국이다.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서 자꾸 생각이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본다.
 
'첫번째 질문' 책 표지
 "첫번째 질문" 책 표지
ⓒ 천개의바람

관련사진보기

 
이날 수업은 특히 그림책이 우리들 삶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글을 쓴 것 같은 작가의 마음이 보였다. 책을 읽어 주는 선생님도, 듣고 있는 선생님들도 모두가 숙연하다.  
 
첫 번째 질문            
- 저자 오사다 히로시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구름은 어떤 모양이던가요?
바람은 어떤 냄새였나요?
창문 넘어, 길 저편에 무엇이 보이나요?
빗방울을 거두고 머금은 거미 줄을 본 적이 있나요?

떡갈나무나 느티나무 아래서
문득 걸음을 멈춘 적 있나요?
길가에 선 나무 이름을 아세요?
나무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마지막으로 강을 본 것은 언제 인가요?
모래밭에 풀 밭에 앉아 본 것은 언제 인가요?
(이하 생략)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지만 어른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화두를 던져 주는 좋은 질문들이다. 매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주변을 관찰하고 삶을 통찰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동네문화카페 마지막 수업이었다. 이제야 그림책의 재미를 알아가는데 수업이 끝난다는 말을 들으니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수업은 끝났어도 나는 이번 그림책 수업을 통해 그림책에 대한 편견을 깨트린 기회가 되었다. 

사람이 알아야 하는 세상은 넓고도 넓다. 오늘 들려준 그림책 수업, 첫 번째 질문이란 내용에 담겨 있는 글을 마음으로 잘 헤아려 보아야 할 것 같다. 내 일상의 행복은 아주 작은 것, 주변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나를 깨어나게 하는 일들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의 여백을 가지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긴이), 천개의바람(2014)


태그:#그림책, #질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