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2 12:41최종 업데이트 21.07.12 15:59
  • 본문듣기
 

싱가포르가 봉쇄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MBC의 보도 ⓒ MBC 보도화면

 
싱가포르가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봉쇄를 하고 있던 6월 말 MBC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언론이 '싱가포르가 봉쇄를 중단하고 확진자 집계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특히 세계일보는 <"모든 방역조치 포기, 일상으로 복귀"… 코로나와 공존 택한 싱가포르> 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이 뉴스를 접한 많은 이들이 연락을 해와서 이제 봉쇄도 끝났으니 한국으로 곧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싱가포르에서 이 뉴스를 접한 이들은 아직 봉쇄 한 가운데서 세 명 이상은 모이지도 못하고 있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방역조치 포기" 아니고, "봉쇄 해제" 아니고, 확진자 집계도 아직 매일 하고 있습니다. 외식도 두 명까지만 허용이 되고 곳곳에 빨간색 옷을 입은 거리두기 단속반원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일상은 아직 먼 이야기 입니다.
 

외식은 두 명까지만 허용됩니다. 손님이 드문 식당에서 거리두기 단속반원이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 이봉렬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지면 더 이상의 봉쇄는 하지 않고,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나 확진자 수 일일 집계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만 했을 뿐입니다. 코로나19를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단(테스크 포스, TF)을 구성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우선 올해 5월에 벌어진 2차 대유행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이상 하루 확진자 수 열 명 이하로 안정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특히 올 해 들어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안 나오는 날이 연이어 나오면서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로 전 단계까지 거리두기가 완화됐습니다. 4월에는 블룸버그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에 안전한 나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델타 바이러스가 싱가포르에 들어오면서 올해 5월부터 다시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 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싱가포르는 다시 한번 강력한 거리두기를 선택했습니다. 사적 모임은 2명까지, 외식은 금지, 대규모 행사 금지 혹은 인원 축소 등 1차 대유행 당시의 서킷브레이커 버금갈만큼 내용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유행이 반복될 텐데 그 때마다 나라를 봉쇄하는 정책을 쓰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참 봉쇄가 진행 중이던 5월 31일 리셴룽 총리가 담화를 발표합니다.
  

코로나와 공존하는 뉴노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리셴룽 총리 ⓒ 싱가포르 총리실

 
총리는 코로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공존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총리의 담화 이후 관계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범정부적 기획단이 꾸려지고, 6월 24일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을 설명하는 특별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뉴노멀이 어떤 모습인지, 그걸 이루기 위한 로드맵은 어떤 것인지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나쁜 소식은 코로나19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거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 19와 함께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를 관리하듯 코로나19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 전국민의 2/3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하는데 8월 9일 내셔널데이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더 쉽고 편리한 진단검사를 위한 키트를 준비할 것이고 폐수 검사 등의 다른 검사 방법도 마련할 것이다.
-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서 중증으로 가는 걸 막는 방법을 고안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싱가포르가 기대하는 뉴노멀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부분 백신을 맞았기에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경미해서 집에서도 회복이 가능하다.
- 의료시스템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더 이상의 역학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빠르고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 매일 확진자 수를 집계하는 건 그만 두고 중환자 발생 현황 등만 지속 관리한다.
-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도 점진적으로 재개한다.
- 백신여권 등을 활용해 해외 여행도 가능하다. 


요약을 하자면 8월 9일까지 전국민의 3분의 2에 대한 백신 접종을 달성하고, 집단 면역이 이뤄진 상황에서 개인위생 관리 등을 통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겁니다. 2차 대유행으로 인해 아직 봉쇄도 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의가 가능한 건 싱가포르의 높은 백신 접종률 때문입니다. 7월 6일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백신 1회 이상 접종자는 65.4%, 접종 완료자는 38.6%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불이 환하게 밝혀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풍경. ⓒ 이봉렬

 
뉴노멀, 즉 새로운 일상이라고 이름 지은 건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예전과 완전히 똑같아질 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일상에 가까운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테스크 포스를 꾸리고 여러가지 방안을 준비하는 모습은 부럽습니다. 우린 발등에 떨어진 4차 대유행 때문에 최고 단계의 거리두기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더 그렇습니다.

우리도 4차 대유행을 끝내고 우리의 뉴노멀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백신 접종이 기본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