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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 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인구가 늘며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찾는 시기가 당겨질 줄 알았는데, 확진자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장래는 더 어두워진 느낌이다.

이 끔찍한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에 대해 중국이 일부러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포함,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400만 명 이상이 죽었는데 굳이 음모론까지 들먹이며 원인을 규명해야 할까. 이번 팬데믹의 원인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자연환경의 파괴에 있다.

우리가 화석 연료를 마구 소비해서 발생한 기후 변화는 북극의 얼음을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이로 말미암은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수만 년 동안 얼음 속에 잠자고 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또 다른 팬데믹을 가져올지 모른다.

실제로 2016년 여름 러시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한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졌다. 그 지역에서 75년 만에 탄저병이 발병했기에 생물학적 테러를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로부터 병이 퍼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환경 NGO나 기후단체의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런 캠페인들은 얼음 위에서 떠내려가며 울부짖는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만 부각하며 기부를 유도한다. 과연 북극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환경 파괴에 대처해야 할까.

북극이라는 하나의 '사회'에 대하여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표지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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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한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종덕 연구부원장과 중앙일보 최준호 논설위원이 썼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33번 북극을 오갔단다. 울부짖는 북극곰의 모습 말고도 적나라한 모습이 담겼다.
 
"어떤 날은 한겨울의 극한을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눈사람처럼 동글동글하게 옷을 껴입기도 했고, 어떤 날은 기온이 30도를 넘어 이곳이 북극인가 할 정도의 더위와 모기떼에 고생하기도 했다."

북극에서 더위와 모기떼라니, 여러분은 상상이나 했겠나. 저자들도 처음에는 북극을 환상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첫 북극권 출장이 결정되자마자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도 '드디어 오로라를 직접 보고 멋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2년 동안 김칫국을 마셔야 했다. 결국, 2년 만에 오로라를 목격한 저자들은 처음에는 그 몽환적인 모습에 감동하다가 곧 사색에 빠졌다. 북극이라는 '공간'의 풍경에서 '사람'으로 점차 관심의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알래스카 우트키아비크의 고래 뼈 조형물과 오로라
 알래스카 우트키아비크의 고래 뼈 조형물과 오로라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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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덕분에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그제야 우리와 많이 닮은 원주민의 삶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렵고 딱딱하게만 보이던 북극의 정치, 경제, 기후 문제들이 사람과 연결되었다. 북극이 사람 사는 곳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북극을 '북극점'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북극은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그린란드로 구성된 방대한 땅과 바다를 포함한다. 당연히 그곳에는 북극곰 말고도 사람이 산다.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에는 이런 당연한 삶의 모습들이 담겼다.

저자들은 캐나다 누나부트준주의 북쪽 끝에 있는 인구 1500명에 불과한 외딴 오지마을 케임브리지베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원주민 소녀의 공연을 봤는데 이누이트의 독특한 목노래였다. 
 
'이누이트 스로트'를 부르는 두 소녀
 "이누이트 스로트"를 부르는 두 소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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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 두 여학생은 서로 얼굴을 바라본 채 숨소리와 의성어를 빈틈없이 주고받으며 노래를 이어간다. 마무리는 환한 웃음과 포옹이다. 사람의 소리인지 동물의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오묘하다. 오랜 시간 북극의 차갑고 어두운 공간을 채워온 원시적 형태의 노래다. 그 속에는 눈과 얼음, 천둥, 바람, 동물, 사람이 내는 소리와 비명이 담겨 있다."

두 소녀의 삶에서도 애환이 느껴진다. 오지라도 통신이 끊긴 곳이 아니니 소녀들은 인터넷으로 다른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마침 신년을 맞아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불꽃놀이를 본 소녀들은 동경심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 소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부모 세대의 노력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자기들이 아직 경험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기회조차 잡기 힘들 다른 세상에 대한 갈망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북극에 사는 많은 원주민의 에피소드가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에 담겨있다. 

북극의 역사는 인간 욕망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5세기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자 신화와 전설의 세상이었던 북극이 점차 주목받았다. 특히 바다를 장악해 무역로를 확보하려 했던 유럽 국가들은 북극해를 거쳐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자 경쟁했다.

19세기에는 탐험가 아돌프 에리크 노르던셸드가 사상 처음으로 북동항로를 완전히 항행했다. 1906년 노르웨이의 위대한 탐험가 로알 아문센도 요아호를 타고 항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북극 정복에 성공한 이주민은 원주민과 달리 생존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동물 가죽, 물고기, 황금과 보석, 석유와 가스 등)을 수탈해갔고, 기계 소음과 각종 유해물질을 쏟아냈다. 또 다른 팬데믹의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저자들의 지적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가 지구에 행한 일들이 마치 산울림처럼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뿐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진짜 원인 제공자는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mak2story/5)에 중복게재 합니다.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 33번의 방문 비로소 북극을 만나다

김종덕, 최준호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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