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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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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Dr. Doom)'.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약 25년 간 금융업계에 머물렀던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의 오랜 별명이기도 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금융시장의 위기를 몇 번이나 예측한 '여의도 족집게'로 통한다.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도 그랬다. 투자 호황기에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뿐만 아니다. 그는 2019년 책을 펴내면서 2020년 주식시장이 대폭락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1500선까지 무너져내렸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나섰다. 최근 <그레이트 리셋>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2022~2023년 사이에 "평생 보지 못했던 아주 심각한 위기가 온다"고 전망한 것. 또 그 위기엔 미국의 금리인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라고 봤다. 실제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인상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김 교수는 무엇을 근거로 금융시장의 위기를 예측하고 나선 것일까? 그리고 그가 미국의 금리인상이 금융위기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의 예측은 이번에도 들어맞게 될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김 교수가 현재 몸담고 있는 서강대학교에서 그와 만났다.

금리인상이 다가온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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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리인상 관련 뉴스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런데 금리인상이 정확히 우리 경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금리와 거시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쉽게 설명해달라.

"우선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절하는 이유가 물가 조절 때문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먼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줄어든다. 또 은행은 신용이 낮은 사람, 기업에겐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된다. 이자도 갚지 못해 결과적으로 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라는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우리나라 화폐 가치가 올라 수출은 줄어든다. 그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은 줄어든다. 그러면 물가는 떨어지게 된다."

-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 모두 통화 확장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 기조가 달라지고 있다. 계기가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경제가 빨리 회복되고 있다. 미국보단 우리가 빠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는 코로나 직전의 GDP를 넘어섰다. 미국은 2분기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중앙은행의 가장 큰 목표가 물가 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5% 상승했고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지수도 2.6% 상승했다. 경제도 회복되고 있고 물가도 오르는 중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Fed가 예고한 금리인상 시점(2023년)보다도 빠르다. 한국은행이 Fed보다 금리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먼저 금리를 올린다면 수반될 부작용은?

"보통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가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우리 경기가 좋을 때다. 부작용이 있다 한들 크진 않을 것이다. 현재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0.5%인데 1분기 적정금리를 테일러준칙(Taylor's rule, 중앙은행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추정해보니 이미 1%를 넘어섰다. 게다가 시장금리는 이미 오른 상태다.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 수익률이 최근 1.5%까지 올랐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시장금리도 올라 문제가 생길 것이다."

- 어떤 문제가 생길까?

"부채 문제가 제일 크다. 현재 우리나라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부채가 GDP 대비 107%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 기업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111% 수준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부채 문제를 빨리 극복해낼 수 있었던 건 가계부채가 GDP 대비 46%였고 정부 부채가 GDP 대비 6%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가계와 정부가 상대적으로 건실했던 셈이다. 결국 공적자금 누계치로 총 170조를 투입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현재는 가계부채도 GDP 대비 104%다. 사상 처음 100%를 넘었다. 정부 부채는 45%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정부가 돈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정부마저 부실해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작년부터 절반에 가까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이자보장비율이 1 미만이었다. 쉽게 말해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절반이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도 우리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그게 더 문제다."

미국발 금융위기 찾아올까... "지금 미국은 빚으로 살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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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럴까?

"돈에도 눈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으로 돈이 쏠린다. 이머징마켓(신흥국)의 화폐 상대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흥국에 돈을 빌려줬거나 국채를 사주던 선진국 은행들이 돈을 빼낸다.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여러 나라에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만 돌이켜봐도 그렇다. 미국이 1995년과 1996년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2007년과 2008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 김 교수의 말대로 이번에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 영향력은 얼마나 클까?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본인이 평생 보지 못한 위기가 오리라고 경고했는데 같은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채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미국 주식시장에 가장 큰 거품이 발생했다고 본다. 버핏지수가 이를 알려준다. 버핏지수란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을 분기별 GDP로 나눈 값인데 미국 전체 주식시장 기준으로 이번 1분기 311%다. 2000년 소위 '닷컴버블'(IT기업들의 선풍적인 인기에 따른 거품 경제 현상) 당시에도 210% 수준이었다. 부채가 많은 데다 주가와 부동산 시장에 수많은 거품이 껴 있으니 작은 충격만 와도 폭락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자산가격에는 연착륙이 없다. 오를 때는 과대평가되지만 떨어질 땐 단기에 급락한다."

- 금리를 인상하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걸 각 나라 중앙은행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리를 올리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잡지 않으면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6월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금융불균형'이라는 단어가 강조돼 있다. 부채가 너무 많이 늘고 자산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순 없다. 금융위기가 오면 자금 수요가 줄어들 테니 금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많이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위기에서 각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처법은?

"우리나라는 당장 금리를 올려도 금융시장이 폭락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이 더 위험하다. 이미 금리를 낮출대로 낮춰 통화정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계와 기업도 이미 부실해져, 돈을 풀어도 통화정책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재정정책밖엔 답이 없다. 앞으로 전 세계 정부가 굉장히 큰 정부가 될 것이다. 일례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선거캠프에 현대통화이론(MMT)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정부가 그 돈을 쓰자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당이 집권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아주 많이 침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신 중국?... "중국 금융시장 지켜봐야"
 
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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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의 별명은 닥터 둠이다. 늘 경기를 부정적으로 예측해 왔기 때문에 이번 예측 또한 별다를 것 없다는 인식도 있다.

"그렇진 않다. 사실 증권사에 몸담으면서 경기 비관론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주가가 오른다고 전망했는데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크게 욕을 안 한다. 그런데 떨어진다고 했는데 주가가 오르면 욕을 더 먹는다.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은 돈을 벌었는데 혼자 못 벌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에 미국에 금융위기가 찾아온다고 전망했는데 그로부터 위기가 1년이나 늦게 와서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 이번에 펴낸 <그레이트 리셋>에서도 위기를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현실은 김 교수의 이야기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매일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밤(7월 7일 현지시간)에는 1.35까지 급락했다.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데 정작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장에서 연준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현재 국채의 22%를 보유하고 있는데 위기가 와도 연준이 국채를 사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두 번째는 물가 오름세가 일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이 오르고 있다. 또 저는 3분기 주가 예측 모델을 갖고 있는데, 그 수치가 상당히 좋지 않다. 주가가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나온다. 특히 8, 9월 전망이 좋지 않다. 제가 계산해낸 모델의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꼭 예상치 못한 충격이 찾아왔다. 9·11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계산한 수치가 나빠 폭락을 예측했을 뿐인데 그때마다 외생적인 충격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단 내년 상반기까진 괜찮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경기 회복 국면이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 수축국면에 들어서리라고 본다."

- 실제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로는 뭐가 있을까?

"중국의 대만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중 전쟁의 일환이다. 중국이 미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TSMC가 반도체 생산을 못 하게끔 막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TSMC를 파괴하면 전 세계가 엄청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 최근에는 달러도 오름세다. 금융 시장에 폭락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맞다. 미국 정부가 심화된 금융불균형을 달러 가치 하락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 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금융시장의 상대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미국 자산보단 다른 나라 자산을 많이 사야 한다고 본다. 차라리 한국이나 중국이 나을 수 있다. 물론 중국도 기업부채가 적진 않다. 그런데 정부 부채는 양호하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최근 중국 금융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엔 기업들이 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면 지금은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래서 JP모건이나 골드먼 삭스와 같은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 미국 대신 중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후 물건을 싸게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했다. 그렇게 2000년대 초부터 작년까지 미국이 중국에 5조50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미국 입장에선 그 돈을 찾아와야 하는데 물건을 생산해 중국에서 벌어오긴 쉽지 않다. 결국 미국이 잘 하는 건 금융이고 앞으로도 중국에 금융·자본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을 넣을 것이다. 심지어는 중국도 장기적으론 위안화 강세를 통한 금융 강국이 되겠다고 나선 상태다. 2019년에 외국계 은행도 중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지난해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회사도 중국에서 금융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남아있는 건 금리와 외환 시장 자유화인데 이 또한 결국 개방하게 될 것이다."

- 현재 포트폴리오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우선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버는 인버스 상품도 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KT 등 주가가 떨어지면 인버스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중국 개별 기업을 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중국 기업은 정부의 입김 앞에 위태롭다. 차라리 중국 ETF를 추천한다. 난 중국 자동차 ETF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그마저도 권유를 못 하겠다. 최근에 너무 많이 올라서 나는 비중을 줄이고 있다."

- 마지막으로 '동학개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대수익률을 많이 낮춰야 한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31% 올랐다. 몇십 년 만에 한 번 오는 경우다. 앞으로는 매년 주가가 4~5% 오르면 많이 오르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20~30대는 축적한 재산이 없고 돈을 빨리 벌고 싶으니 몇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불확실한 시대다.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금값이 오를지 국채가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현금도 많이 갖고 있는 게 좋다. 투자 자금의 30~40%는 꼭 갖고 있어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부자들은 늘 현금을 들고 있다. 위기가 왔을 때가 정말 주식을 사야 할 때다. 주식시장은 우상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리가 올라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앞서 이야기 했다. 금리에는 미래 경제성장률이 반영돼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텐데 일자리도 중요하다. 요즘은 은행에 1억원을 넣어두면 한 달에 고작 이자가 10만원 나온다. 반면 일을 해서 한 달에 10만원을 받는다면 금융자산 1억을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현금흐름이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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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영익, #금리, #경제위기,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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