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대표팀 2013 WBC대표팀 단체 촬영. 타이중(대만) | 장강훈기자 suhanzzang@naver.com

▲ WBC대표팀 2013 WBC대표팀 단체 촬영. 타이중(대만) | 장강훈기자 suhanzzang@naver.com ⓒ 장강훈

 
"이번 올림픽이 중요합니다. 국제대회 성적이 리그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타이틀 방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킬 확률이 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보다 강한 잇몸으로 다시 한번 '어메이징 코리아'를 완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리그 흥행 저하는 현장이 가장 먼저 실감한다. 코로나 확산 탓에 관중석의 절반을 채우기도 어려운 실정이지만, 팬덤 자체가 정체돼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가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야구라는 콘텐츠를 즐기는 팬이 꾸준히 유입돼야 한다. 한 번 야구장을 찾은 팬이 시즌권을 구매해 자주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새로운 팬이 경쟁을 뚫고 티켓을 획득해 의기양양하게 야구장에 오는 것이 훨씬 이상적인 그림이다.

티켓 전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매일 새로운 팬들이 구장을 가득 채우는 게 리그 외형 확장에 얼마나 폭발력을 갖는지 KBO는 이미 경험했다. 이른바 '도하 참사' 이후 국제 경쟁력 확보가 리그 존폐를 가릴 화두로 떠올랐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어메이징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완성했다.

돌아보면, 세계무대에 한국야구 위상을 드높인 세대는 탄생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박찬호, 고 조성민, 임선동 등으로 대표되는 '원조 천재 군단(1973년생)'은 프로야구 출범(1982년)과 궤를 같이 한다. 야구를 시작할 무렵에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니 꿈을 보다 구체화할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광주 만원관중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만원관중. 제공=KIA 타이거즈

▲ 광주 만원관중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만원관중. 제공=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야구 드림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등의 국제대회 쾌거는 1987~1990년생들의 약진을 이끌었다. 류현진, 양의지(NC), 황재균(KT), 강정호 등 현재 KBO리그 간판스타들이 야구를 시작할 무렵 메이저리그와 아시안게임을 접수(?)하는 선배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프로선수' 이상의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른바 '베이징 키즈'로 묶이는 이정후(키움), 강백호(KT)를 필두로 밀레니얼 세대 기수인 정은원(한화), 이의리(KIA), 김진욱(롯데) 등은 '어메이징 코리아'의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1990년대처럼 가뭄에 콩나듯 보여주는 TV중계에 국한하지 않고, 메이저리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라, 이들의 목표는 이승엽, 류현진이 아닌 오타니 쇼헤이나 브라이스 하퍼 등으로 글로벌화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정후나 강백호, 이의리 등 '어메이징 코리아' 세대들은 특정한 롤모델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세계 야구 천재들의 훈련과 경기 영상을 무한 반복 재생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선수들의 장점을 지켜보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KIA 이의리 KIA 이의리가 워밍업을 하고 있다. 제공=KIA타이거즈

▲ KIA 이의리 KIA 이의리가 워밍업을 하고 있다. 제공=KIA타이거즈 ⓒ KIA타이거즈

 
20일 후에 첫 경기를 할 야구대표팀에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의 창의성이 기존 관습을 깨고 새로운 '한국야구'의 가능성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녹아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간 정체기에 있던 한국 야구가 껍질을 깨고 새롭게 도약한다는 상징성을 담은 무대가 도쿄 올림픽이 되는 것이다.

승리라는 성과보다 세계 무대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올림픽 성과가 아닌 젊은 대표팀 개개인의 지향점이 MZ세대를 맞이하는 KBO리그의 방향성이 돼야 한다. 이번 올림픽이 KBO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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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최고의 직업은 기사를 쓰지 않는 야구기자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야구를 보고 관계자들에게 궁금한걸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기사를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야구 뿐이라 연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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