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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돌이켜 보면 참 다양한 일들을 했다. 그 경험에 관해 글을 썼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쌓여서인지 삶의 무게를 한없이 무겁게 느낀 오래 전, 펜을 놓았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과정이 그때는 사치라고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중 아내가 임신을 했다.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기가 태어났다. 그런데 하필 이 지겨운 코로나 시국에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아기의 출산을 맞이해 다른 시기의 육아와 일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하나씩 뼈저리게 느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일 먼저 필자의 생업에서부터 빨간 불이 켜졌다.
 
아기가 태어난 시간에 찍은 아기의 사진
▲ 출산 아기가 태어난 시간에 찍은 아기의 사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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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자영업자들을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쉬었다. 물론 후회는 없다. 스펀지 같은 아기의 기억에 아빠는 조금 더 가까운 존재로 기억될 것이고, 그만큼 가정에 충실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시 출근을 하고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아기의 4개월 차부터 조금 다른 문제들이 다가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마스크 착용이었다. 그간 주로 집에 있어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던 아빠가 마스크를 하고 들어오니, 아기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아기는 매우 낯설어하고 어색해했다. 바로 아기를 반기며 안아주지 못하는 것도 슬펐지만 아기가 아빠를 낯선 존재로 여기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필자에게는 그 모습이 큰 충격이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퇴근했을 때, 약 한 달여간 아기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게 잊히지 않는다. 

아기의 그 표정이 도화선이 되었다. 아기를 낳고 겪은 일련의 과정들이 되새겨졌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들과 황당한 경험들이 밀려왔다. 기록하고 싶었다. 훗날 아기에게도 그리고 아기 세대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남겨 주고 싶었다.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오마이뉴스>가 떠올랐다.

거창하게 양육기를 쓰겠다는 포부를 처음부터 가진 건 아니었다. 펜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수십 번, 마침내 5월 24일 첫 기사를 송고를 했다.
 
아기와 퇴근 후에 놀아 주고 있는 평소의 모습.
▲ 아기와 박치기 아기와 퇴근 후에 놀아 주고 있는 평소의 모습.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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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코로나 세대 양육 고군 분투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나 18건의 기사가 발행되는 감사한 일들을 거쳐 어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받았다. 그 명함에 <오마이뉴스> 에디터님들의 노고가 서려 있음을 알리는 것도 이 글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다.

처음 기사를 송고할 때는 혼자 한글 파일에서 맞춤법을 고쳤는데, 결과는 엉망진창이었다. 에디터님들에게 전화와 쪽지로 두 번씩이나 충고와 조언을 받고서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에디터님의 전화에 무어라 답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땐 정말 부끄러움과 죄송함에 몸 둘 바를 몰랐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2005년에 만든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글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송고를 했다.

초창기와는 다르게 최근 기사가 블로그와 브런치에 함께 실리는 이유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이 모든 것이 <오마이뉴스> 덕이다. 이 글을 빌어 <오마이뉴스> 에디터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발행된 기사들 중 아기의 이름을 짓는 과정을 기록한 '아기 이름 짓다 호적 파일 뻔했습니다' 기사는 벌써 <오마이뉴스>에서만 1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를 필두로 '해외 직구로 '바람개비' 사는 아내 이유가 있었다'라는 기사는 9900여 분의 감사하고 소중하신 독자님들의 발 도장을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이 <오마이뉴스>와 기자님들과 독자님의 덕분임을 다시 한 번 고백한다.

기사들을 쓰면서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이 시대의 부모님들을 만났다. 그 사연들을 만나며 기사를 쓰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숙연해졌다. 그렇게 느낀 일련의 감정들이 기사의 처음과 말미에 적는 내용에 자연스레 담기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그랬다. 변변치 않은 기록의 글이지만 진심으로 위로와 응원을 드리고 싶었다. 때로는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최대한 다른 아기들과 부모님들의 사연도 함께 포함해 담고 싶었다. 아직 기사가 발행이 되지 않았지만, 발달 지연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속사정을 담은 글을 쓰면서 많이 속상했다. 차마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사연들도 많았다. 아기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속울음이 터지는 내용들이었다. 
 
장난감으로 뒤엉켜진 아기의 모습 너머 다른 아기들의 모습을 본다.
▲ 아기의 모습 장난감으로 뒤엉켜진 아기의 모습 너머 다른 아기들의 모습을 본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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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메일로 문자로 응원을 주시는 아기의 부모님들이 계시다. 부족한 글이지만, 그들의 사연과 목소리까지 최대한 담아보려 한다. 아빠로서 써내려 가는 일기라 부족함과 미숙함이 함께 담기기도 하는데, 미리 정중히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한다. 기사를 쓰다가 만난 부모님들 중에는 벌써부터 코로나 이후 아기들의 삶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이 얼마나 참담한 시대상이란 말인가?

감사함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수령하고 조금 더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쓰려한다.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가정의 어려움을 최대한 담아 보고 싶다. 이 연재가 끝나는 날은 아기들과 아기 부모님들의 고민이 사라지는 날이 아닐까 싶다. 다시 한번 부족한 기록의 기사들에 함께해 주신 이 시대의 부모님들과 아기들 그리고 <오마이뉴스>와 기자님들, 위대하신 독자님들께 이 글을 빌려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코로나, #아기, #육아일기,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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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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