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베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2019년 10월 15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국립 궁전 정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조베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2019년 10월 15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국립 궁전 정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에서 현직 대통령이 괴한들의 총격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현지시각으로 7일 새벽 1시께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사저에서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

조제프 총리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대통령과 영부인을 공격했다"라며 "고도의 훈련을 받고, 중무장한 조직원들로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이즈 대통령이 어떻게 숨졌는지, 누가 어떤 동기에 의해 공격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괴한들이 자신을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이라고 영어로 말하는 사건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보치트 에드먼드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는 "그들이 DEA 요원일 리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모이즈 대통령과 함께 있다가 총격을 당한 마르틴 모이즈 여사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곧 미국으로 피신할 예정이다. 

조제프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경찰과 군이 치안을 통제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혼돈의 아이티 

바나나 수출업자 출신인 모이즈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2017년 2월 공식 취임했다. 

인구 1100만 명의 아이티는 1804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했으나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가 2010년 규모 7.0에 달하는 대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까지 덮쳤다.

AP통신은 "아이티는 인구의 60%가 하루 2달러도 못 번다"라며 "인플레이션과 식량 및 자원 부족 등으로 사회·정치·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치안까지 봉괴되면서 갱단이 사람들을 납치해 헐값에 팔아넘기는 범죄도 만연하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 5월 아이티를 "심각한 사회적 불안과 안보 우려, 인권 남용, 빈곤,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겪고 있다"라고 규정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대대적인 개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CNN 방송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리가 가진 여러 문제 때문에 아이티 방문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라며 "우리가 성장하려면 다른 나라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를 개혁해야 하고,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자비없는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모든 아이티 국민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 속에 야당과의 갈등은 격화됐고, 부패와 빈곤, 범죄 등이 개선되지 않자 퇴진 압력을 받았다. 모이즈 대통령은 자신이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야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티의 한 시민은 AP통신에 "모이즈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과 문제가 많았지만, 그가 이렇게 죽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못했다"라며 "어떤 아이티 사람도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바이든 "악랄한 행위 규탄"... 존슨 "혐오스럽다"

국제사회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아이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법안 홍보를 위해 일리노이를 방문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우리는 슬픔과 충격을 느끼면서 악랄한 행위를 규탄한다"라며 "아이티 국민에 애도를 표하고, 영부인의 회복을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위터에 "모이즈 대통령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혐오스러운 행위이며, 모두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썼다.

최근 아이티의 정치적 불안을 우려하기도 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가장 강력한 단어로 모이즈 대통령 암살을 규탄한다"라며 "범죄자들을 법정에 세워 처벌받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티는 오는 9월 대선 방식을 바꾸는 개헌을 위해 국민투표를 치를 예정이었고, 조제프 총리도 퇴임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르네 실베스트레 대법원장도 최근 코로나19로 사망한 가운데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갈등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태그:#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암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