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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참석 현충일 추념식 65년간 서울에서만 62회
두 전직 대통령, 없는 자리 만들어 서울 안장
백선엽 장군, 대전 안장 두고 보수진영 '홀대' 주장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안장식이 지난 2020년 7월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안장식이 지난 2020년 7월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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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0일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별세하자, 그의 친일 이력으로 인해 현충원 안장이 온당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결정하자, 야권에서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이 아니라는 점을 비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대전이 아닌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그를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초석을 다졌던 진정한 국군의 아버지"라며 "그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러자 보수진영에서는 "장군에 대한 홀대"라고 동조했다.

여기서 드는 몇 가지 생각.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속이고, 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 소속으로 관리 운영주체가 다를 뿐이다. 국방부가 국가보훈처보다 상위 부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 안장하면 '우대'이고, 대전에 안장하면 '홀대'라고 보는 것일까? 이러한 인식은 서울 중심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1956년 제1회 현충일 행사를 서울 동작동 당시 국군묘지에서 치른 이래 1999년까지 대통령이나 3부요인이 참석하는 현충일 추념행사는 매년 서울에서 열렸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간 중앙국립극장에서 치른 것을 제외하면 그 이전 38년 동안 서울현충원에서만 치러졌다. 그동안 '현충일=서울현충원'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국민들 마음속에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이 등식이 깨진 것은 1999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대전현충원에서 공식 추념식이 열린 것인데, 서울이 아닌 곳에서 열린 첫 번째 추념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이 행사에 주목하지 않았고 그 의미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문 지면에는 서울현충원 참배 풍경 사진만 무성했고, 오히려 "대통령차 경호 위한 교통통제로 고통 받았다"는 '독자칼럼'(동아일보 6월 10일자)이나 게재되는 형국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 현충탑 분향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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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00년부터 행사는 서울현충원에서 치러졌고 2017년까지 지속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8년이 되어서야 19년 만에 겨우 대전에서 현충일 행사가 열렸고 이후 2019년 서울, 2020년 대전, 2021년 서울로 번갈아 가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전체 66회의 추념식 가운데 세 차례만 대전에서 치러졌을 뿐, 나머지 63회는 서울에서, 그 중 58회는 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1956년 이래 전체 66회의 현충일 추념식 가운데, 세 차례만 대전에서 치러졌을 뿐, 나머지 63회는 서울에서, 그 중 58회는 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1956년 이래 전체 66회의 현충일 추념식 가운데, 세 차례만 대전에서 치러졌을 뿐, 나머지 63회는 서울에서, 그 중 58회는 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 우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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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서울현충원 안장도 이러한 서울 '우대', 대전 '홀대'라는 그릇된 의식의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현충원에 당초 마련된 국가원수묘역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영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부인의 안장으로 모두 차버리자 2004년 대전현충원에 8기 규모의 국가원수묘역이 조성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하지만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원수묘역에 근접한 터를 활용해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지 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공사비용이 들어가는 점 등으로 인해 관계 당국이 난색을 표했으나,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 의사를 존중할 것을 지시해 성사되었다.

서울이 아닌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첫 추념식에 참석한 첫 대통령으로써 그의 서울현충원 안장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별도의 묘역을 조성해 서울현충원에 묻혔다. 부지가 없어 아예 따로 떨어진 곳에 새로 묘소를 만들어야 했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묘역 근접한 터를 활용해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서울현충원 누리집 사진자료)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묘역 근접한 터를 활용해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서울현충원 누리집 사진자료)
ⓒ 서울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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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전직 대통령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대전의 국가원수 묘역을 마다하고,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 유택을 마련한 것은 원칙과 질서를 무시한 일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백선엽 장군이 대전현충원에 묻히는 일을 가지고 '전쟁영웅을 홀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다.

권율정 전 대전현충원장은 "정확히 말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서울현충원 안장은 밸런스가 잘못됐다. 서울은 더 이상 국가원수 묘역이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묘역 100개도 더 만들 수 있다. 일관성에서 문제가 있었다.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첫 당대표가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취임 후 첫 공개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들은 파격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여야 정치인들이 당선 첫 공식 일정으로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과 차별화됐다는 것인데, 이런 행위가 '파격'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될 날은 언제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태그:#국립대전현충원, #국립서울현충원, #백선엽, #김대중,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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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간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2007년 <제1회 우희철 생태사진전>, <갑천의 새와 솟대>, 2008년 <대청호 생태사진>, 2008년 <하늘에서 본 금강> 사진전 동양일보 「꽃동네 사람들」, 기산 정명희 화가와 「금강편지 시화집」을 공동으로 발간. 2020년 3월 라오스 신(新)인문지리서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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