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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城)에는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다.
당당한 진(陳)은 공격하지 말라.
-손자
 
현대의 비즈니스 전쟁

중국인들과의 상거래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것은 상대방의 마음의 상태를 읽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상대방의 허와 실을 예리하게 간파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 비즈니스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옛날의 병법서에 써 있는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탓에 경제 전쟁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강대국은 군사력의 우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경제력으로 환원되는 탓에 국제적 비즈니스는 산업 스파이전, 특허권 소송, 무역 분쟁 등 전쟁을 방불케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2003년 한국 경제는 대외무역 의존도에 있어서 처음으로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과의 그것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중국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접어든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중국의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우려하면서 장차 한국이 중국의 변방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모든 파워 게임에서 서로 힘이 비슷할 때는 동반자적 입장을 취하고 공생 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의 힘이 커질 경우 열세한 세력은 큰 세력에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법이다.

이처럼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게임에서 상대방이 마음을 간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이길 수 없도록 준비해 두고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린다."

그것이 실을 미리 파악해서 허를 찌르는 병법을 구사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전국시대 정나라 무공이 호나라를 정벌하려 했다. 무공은 먼저 자기 딸을 호나라 임금에게 시집보내 그를 안심시켰다.

어느 날, 그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짐이 군대를 일으켜 정벌하려고 한다면 그 대상이 누구겠소?"

대부 단기사가 눈치 없이 대답했다.

"호를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공은 크게 노하여 단기사를 처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호와 정은 형제와 같이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데, 단기사가 호를 정벌하라고 부추기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호나라 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정나라에 대한 방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때 정나라 군대가 호를 습격하여 점령해 버렸다.
무공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기의 딸과 신하를 희생시키면서 허와 실의 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허술해 보이는 곳에는 복병이 숨어 있다

한나라 7년, 한(韓)왕 신이 반란을 일으키자 유방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진압에 나섰다. 그런데 한왕 신이 흉노군과 연합하여 한나라 군대를 공격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유방은 사람을 보내 한왕과 흉노군의 움직임을 정탐하도록 했다. 그러나 흉노의 왕 묵특은 한나라의 정탐꾼이 오는 것을 대비해서 군사들과 살찐 말들은 숨겨 놓고 노약자와 허약한 가축들만 길거리에 내어 놓고 위장을 하고 있었다. 한나라의 정탐꾼들은 흉노군의 허술한 모습을 보고 온대로 이야기했다. 고조는 여러 차례 정탐꾼을 보냈지만 모두 같은 소리를 했다.

조심성이 많은 유방은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유경을 보내 살펴보도록 했다. 그런데 흉노군의 동태를 파악하고 돌아온 유경은 전혀 다른 보고를 했다.

"지금 흉노에는 노약자와 초라한 말들만 보이는데 그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흉노군은 정예부대를 숨기고 허술하게 위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흉노를 공격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유방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한 사람이 본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본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유방은 20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힘들게 구주산을 넘어왔던 터라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다시 군사를 되돌린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경은 다시 간하였다.

"폐하, 무릇 전쟁을 하는 상태에 있는 나라에 노약자와 초라한 말들만 보이는 것은 필시 무슨 음모가 있는 듯 합니다. 다시 한 번 살펴보십시오."

유방은 유경을 향해 소리치며 크게 화를 냈다.

"너는 원래 제나라의 포로인데 세치 혀로 벼슬을 얻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망령된 말로 병사들의 사기를 꺾으려 드느냐? 저 놈을 당장 감옥에 처넣어라."

유방은 20만 대군을 이끌고 흉노의 도성인 평성으로 진군했다. 흉노의 왕 묵특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달아나며 한나라 군대를 북방으로 유인했고 승리를 확신한 고조는 계속해서 추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한나라 군대는 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매복 중이던 흉노군의 기습을 받아 선두부대가 백등산에 완전히 포위를 당하여 고립되어 버렸다.

유방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보급로가 막혀서 수많은 병사들이 굶어죽게 될 판이었다. 유방은 사려 깊은 유경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7일 만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포위망을 빠져나온 유방은 유경을 풀어주고 용서를 빌었다.

"그대의 진언을 듣지 않아 큰 곤욕을 치렀소. 용서하시오. 그대보다 먼저 정탐을 다녀온 자들은 모조리 목을 베었소."

유방은 유경에게 2천 호를 내리서 제후에 봉하고 벼슬을 올려 주었다.
  
공성계

중국인들은 대부분 무리한 전략을 구사하지 아니하고 우회 전략을 구사한다. 그것은 견실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유방이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위험에 봉착한 반면 제갈량(諸葛亮)은 자칫 위험에 바질 수 있었던 상황을 공성계라는 책략을 써서 멋지게 반전 시킨다.

제갈량은 이 병법을 즐겨 구사한 사람이다.

제갈량은 대장군 위연에게 군사를 주어 조조의 군대를 공격케 하고 자신은 양평이라는 작은 성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도중에 위연의 군사와 길이 엇갈린 사마중달이 15만 대군이 다가오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성을 지키고 있던 촉의 군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제갈량에게는 장수는 한 명도 없었고 단지 문관들 몇 명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양평에 주둔하고 있던 5천명 군사 가운데서 절반이 보급품 수송을 위해서 떠난 뒤라 군사도 불과 2천 5백여 명 정도뿐이어서 모두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제갈량은 원군을 부르기에는 이미 늦었음을 알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과감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지체 없이 병사들에게 깃발을 내리고 성문을 열어놓으라고 명령한 후, 병사들을 숨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도포를 입고 누대에 올라가 조용히 앉아 비파를 뜯기 시작했다.

잠시 후 멀리서 위나라 군이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제갈량은 그들을 못 본 체하고 계속 노래를 하며 악기를 연주했다.

군사를 이끌고 성 앞에 당도한 사마중달은 누대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제갈량이란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제갈량이 신중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성 안에 이미 복병이 두고 자신을 유인하려는 제갈량의 속임수라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드디어 전군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내렸다. 부하가 하도 이상해서 물었다.

"제갈량의 군사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공격을 않고 후퇴를 하시죠?"

그러자 사마중달이 말했다.

"제갈량은 병법에 뛰어난데다 원래 조심스럽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대군이 쳐들어왔는데도 이처럼 침착하게 앉아서 성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성밖에 대군을 매복시켜 놓고 우리를 유인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빨리 내 명령대로 후퇴를 하라."

제갈량은 어리둥절해 하는 부하들에게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사마의는 내가 신중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복병이 있다고 생각하여 철수를 한 것이다."

사마중달은 후일 자신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을 알고 땅을 치며 통탄했다. 

이것을 공성계라고 하는 데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은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삼국지에서 이러한 공성계를 발휘한 사람은 제갈량 말고도 조자룡도 있다. 유비와 조조가 한중에서 싸웠을 때, 유비는 조조 군이 북산의 기슭에 군량미를 쌓아둔 것을 알고 황충에게 습격하도록 했다. 후방에는 조자룡이 군사를 거느리고 황충의 작전에 호응할 계획이었지만 황충의 부대가 약속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조운이 병사 10여명을 이끌고 상태를 보러갔더니, 조조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조자룡은 싸우면서 후퇴해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때 부장 장익이 진영의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조자룡은 반대로 진영 문을 열고 군기와 군고를 치우게 했다. 조조의 군사는 그 모습을 보고 복병이 있지는 않을까 의심하여 서둘러 후퇴했다.

조자룡은 즉시 북을 울렸다. 북소리가 하늘을 흔들었다. 그리고 당황한 조조 군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퍼부었다. 조조군은 너무 놀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도망치다가 강물에 빠져죽는 자가 속출했다. 

제갈량이 한중을 빼앗는 이야기

유비와 조조가 한중 탈취에 한참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제갈량은 의심 많은 조조의 성격을 간파하고 거짓 복병을 곳곳에 배치해서 큰 승리를 거둔다. 조조가 군을 이끌고 한수에 도착하자, 제갈량은 조자룡에게 5백의 군사를 내주며 조조의 본진 가까이에 몰래 주둔시키고, 야음을 틈타 피리소리, 북소리를 요란하게 울려대게 했다. 그러자 조조 군은 습격을 당하는 줄 알고 밤새 불안에 떨었고, 조조마저도 불안해져 진영을 후퇴시켰다.

유비는 군사를 이끌고 한수를 건너 강을 뒤로 하여 진을 치고 일부러 후퇴하는 척했으나, 조조군은 이를 의심하며 뒤를 쫓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촉군이 습격해 대파한다.

조조가 양평관으로 후퇴하자 촉군이 성 밑까지 추격해 동문에 불을 지르고, 서문에서 함성을 지르고, 남문에 역시 불을 지르고, 북문에서는 북을 울렸다.

결국 사곡구까지 물러난 조조는 촉군과 다시 싸우지만 마초에게 패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게다가 조조는 위연에게 화살을 맞고 부상을 입었다. 조조는 할 수 없이 후퇴를 명했으나 도중에 끊임없는 촉군의 습격을 받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유비는 한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삼국 쟁패의 발판을 다지게 되었다. 허로서 실을 개는 데는 제갈량이 조조보다 한 수 위였던 셈이다.
 

태그:#중국인, #비즈니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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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당선 문학과 창작 소설 당선 2017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시집 <아님슈타인의 시>, <모르는 곳으로>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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