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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아태 지역 전력 증강 위해 중동에서 철수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은 물론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감축 혹은 철수하고 있다. 미국은 심지어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철군시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의 '영원한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 비로소 완료되고 있는 셈이다.

중동에서 철수한 미군 전력은 주로 러시아와 중국 봉쇄를 위해 재배치될 예정이다. 중동에서 철수한 패트리엇 등 미사일방어 부대도 괌과 같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부대 일부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독립국가연합에서 이탈한 우크라이나 혹은 동유럽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에 복귀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친미국가에서 미국의 전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숙적이므로 미국이 이란을 달래기 위해 철군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소련 이어 미국의 수렁이 된 아프간, 제2베트남화

바이든 대통령은 늦어도 9.11 테러 발생일까지 아프간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늦어도 1년 내에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친미국가 수립에 실패한 것은 중앙집권적인 세속국가가 성공한 적이 없는 아프간에 '미국식 국가 만들기'를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운 아프간 친미정부는 아프간의 일부 세력들만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미국의 자금을 지원받는 친미 정부가 부패해 이러한 지지 마져 시들어져가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지배했던 아프간에 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식시켰다고 자랑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아프간에서 미국이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끊는 순간 모든 친미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러의 부상을 막아야 하는 미국은 더 이상 이러한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군사적 희생을 치룰 수 없다. 미국은 아프간 친미정부의 반대에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파견하는 등 탈레반과의 비밀협상을 통해 미군 전면 철수를 합의했다. 미국이 남베트남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베트남에서 철수한 것과 같다.

친미인사들 대량 보복 피해 아프간 탈출 중, 미국 수송계획 수립

일부에서는 미국이 아프간이 탈레반에게 넘어가도록 방치하는 것이 인접한 신장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하여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미국이 중동정책에 실패한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미군에 협조하였던 세력들은 미군 철수 이후 대량 보복 위기에 처했다. 아프간의 통역병이나 친미정부 인사에 대한 테러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 국무장관 블링컨에 의하면 1만8000명 정도의 아프간인들이 미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대사관의 인력부족과 코로나로 인해 이민신청자에 대한 면담 등 영사업무가 늦어지면서 미군철수 이전에 이들에 대한 이주조치가 완료되기 힘들다. 따라서 미군 철수 이후에 이들에 대한 탈레반의 보복이 예상된다. 미국은 최후의 순간에는 이들을 난민으로 취급하여 일단 아프간에서 탈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함락 직전의 카불 미대사관에서 헬기로 탈출하는 장면 재현될 듯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되면 베트남 사태처럼 아프간의 친미인사들이 미 대사관에 진입하고, 미국은 이들을 헬리콥터로 인근 나라로 대피시키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테헤란의 미 대사관이 점거된 이후 가장 최악의 상태를 직면하는 셈이다.

이미 미국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도 미군을 파견하여 내전을 확대시킨 후 일방적으로 철수하였다. 그로인해 미군에 협조하였던 해당 지역의 무장세력들은 미군 철수 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IS와의 전쟁에서 미군에 협력했던 쿠르드 무장세력을 방치하고 미군이 철수한 것에 대해서 미국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있었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네이션빌딩이 성공했지만 이란의 영향권으로

이라크에서 미군의 상황은 일단 아프간보다는 희망적이다. 지난 6월 17일 미국 하원이 2002년 이라크 전쟁 당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전쟁수행권한(AUMF)을 압도적인 표결로 폐지했다.

아프간과 달리 과거 중앙집권적 공화정을 경험 한 이라크에선 미국이 다수 시아파를 내세운 대리통치가 성공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소수 수니파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친미 시아파 정부가 미국에 저항하는 이란과 긴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를 친미국가로 만들어 이란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가 이란의 영향권에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으로선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이 이라크의 변방에 주둔하면서 미군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미군이 자신을 공격한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세력에게 보복공격을 가하자, 이란과 이라크 모두 미국을 비난하였다.

이에 앞서 미국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의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이란 군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사시켰다. 이때 이라크의 친정부 민병대의 아부 아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이라크인 5명이 함께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주권침해라며 반발하였다.

미군의 중동 개입과 철수, 전략 실패 아닌 전환으로 봐야

미국이 9.11테러를 명분으로 중동을 침략한 것은 형식상 테러에 대한 보복이었지만 내용상 미국의 대전략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 러시아, 이슬람세력들을 분할시켜 미국의 세계 지배 비용을 절감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는 중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과 적극 협력하였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하던 엘친 시대를 이어받아 아직은 내부 권력 강화에 치중하고 있을 때였다.

이 시기에 미국은 중러 봉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 전력을 중동에 배치했다. 더구나 그 당시 냉전 붕괴 전후의 혼란기를 틈타 이란의 이슬람혁명 정권, 후세인의 반미화, 리비아의 카다피, 아프간의 탈레반 등 중동 전역이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미국, 중동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중러 봉쇄에 집중

미국이 20여 년 동안 중동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미국에 대한 테러를 지원하거나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수 있는 정권들은 대부분 와해됐다. 미군이 중동을 떠나더라도 리비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므로 중동에서 서방을 위협할 수 있는 이슬람제국이 탄생하기 힘들다. 즉 미군의 중동철수를 미국의 패배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미국의 현실적인 중동정책은 친미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세력들이 하나의 제국을 이루지 못하도록 중동지역을 갈등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슬람통일제국을 세우려는 IS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미국은 과거 중동을 지배했던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내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왕정과 공화정의 대립, 신정주의와 세속주의와의 대립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의 긴장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중동이 혼란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유럽연합, 마지 못해 철군에 동의

유럽연합은 미국의 지원 없이 중동에 독자적으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군의 철수와 함께 자신의 군대도 함께 철수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중동철수에 대해 유럽은 겉으로는 같은 행보를 하지만 내심 반발하고 있다.

영국은 아프간에 대한 전통적인 기득권을, 프랑스는 시리아에 대한 기득권을 미국의 개입을 지렛대로 삼아 복원시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사실상의 지도국가인 독일 역시 중동에 자국의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2차 대전 패배 이후 실추된 독일의 외교안보적 지위를 회복시키고자 하였다. 

유럽연합이 중동에서 철수하는 것에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동의 분쟁지역에서 철수하여 이슬람 세력끼리의 내전이 확대되면 유럽으로 진입하는 난민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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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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