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최근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24세이상 선수) 후보로 거론되어 초미의 관심을 모았으나 최종적으로는 발탁이 불발됐다.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황의조-권창훈-김민재를 각각 선택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을 뽑지 않았던 이유에 대하여 무리한 일정으로 인한 혹사와 부상 우려를 거론하며 선수보호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외의 뒷이야기가 공개되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바로 손흥민이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소속팀 토트넘을 설득하여 올림픽 출전까지 극적으로 승낙받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는 토트넘과 손흥민이 올림픽 차출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집은 장면이었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상 올림픽은 소속팀의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분류된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성적부진으로 무관에 그치며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야 누누 산투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영입했을 만큼 어수선한 상황에 그쳤다. 몇 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던 손흥민으로서도 비시즌에는 가능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더라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손흥민이 소속팀까지 설득하여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단이었다.

자연히 여기서 '병역혜택'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입상하면 병역택이 주어진다. 손흥민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두번이나 연령대별 대표팀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바 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아쉽게 8강에 그쳤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받았다.

프로선수로서의 활동 수명은 짧고 특히 손흥민 같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군문제 해결은 최전성기의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현안이다. 실제로 손흥민을 비롯하여 많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올림픽 입상으로 병역혜택을 받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

다만 차이는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의 행보에서 갈린다. 많은 선수들이 병역헤택을 받기 전에는 국가를 위하여 온몸바쳐 헌신할듯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냉정히 말해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기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이란, 단지 개인의 영리만 추구하라고 주어지는 '포상'이 결코 아니다. 국가가 일반 국민들이 감당하는 보편적 의무에서 다소 혜택을 주는 대신, 해당 분야와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그들의 재능을 더 활발하게 기여하는 식으로 환원하라는 의미의 '배려'에 가깝다.

손흥민은 달랐다. 이미 병역혜택을 얻은 상황에서 올림픽 축구가 월드컵같은 위상을 지닌 것도 아니고 대회에 나간다고 우승이나 메달권 입상이 유력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시즌에 올림픽에 차출되어는 피로는 피로대로 쌓이고 소속팀에 아쉬운 소리까지 해야하는 것은 온전히 손흥민에게는 부담으로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초심'을 잊지 않았다. 올림픽대표팀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기꺼이 기대에 부응하여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감독과 팬들이 손흥민의 혹사를 우려해서 차출을 만류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시대에 뒤떨어진 병역혜택 제도와 국가대표 시스템의 모순으로 인하여 최근들어 국제대회 때마다 잡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병역혜택을 얻고도 떳떳하지 못하거나 그 이후의 행보로 그들을 응원한 국민들에게 실망을 남기는 사례도 속출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병역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단기적인 국제대회에서 입상했다고 바로 병역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국제대회 출전과 대표팀에 대한 기여할 것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항상 큰 국제대회가 임박할 때마다 병역혜택의 가치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법으로 국가대표에 대한 의무를 강제로 요구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 같이 병역혜택을 받고 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대표팀에 대한 헌신과 초심을 잃지 않은 사례들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체육계 전체에 진정한 귀감이 된다. 

메달 색깔과 병역혜택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가대표로서 의무나 목표의 '끝'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 한켠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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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병역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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