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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 2017.6.19
  2017년 6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 201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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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이 언제 끝난다고 하셨죠? 네, 근데 요즘 매물이 없어요. 수첩에 적어둔 뒤 매물 나오면 연락드릴게요."

지난해 11월 공인중개사 사무소 세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올해 8월 전세 계약이 종료되기 전 살 집을 미리 구하고 싶었다. 김해시, 그 안에서도 현재 내가 사는 '장유'는 20년 전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성장한, 인구 15만 명이 사는 지역이다.

장유 1동, 2동, 3동. 숫자가 높을수록 최근 생긴 도시다. 장유는 매년 커지고 있다. 장유 3동 인근 율하2지구 도시개발 사업이 90% 완료됐고, 장유신문지구 도시개발사업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터 닦기 중이다.

장유 3동에 속한 율하동, 관동동과 그 옆 율하 2지구는 율하천과 문화센터, 아웃렛, 워터파크 등 산, 하천, 도시 인프라가 집중돼 김해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먼저 들썩이는 곳이다.

지금 환경보다 더 나은 곳에 살고 싶은 건 누구나 가진 욕망이다. 2004년 완공한 장유 1동의 오래된 아파트를 벗어나 장유 3동에 새 집을 얻고 싶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주택도시기금의 '신혼부부 주택구매자금' 대출을 받으면, 장유 3동에 새 둥지를 틀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작 그 아파트 사둘 걸 

'정부가 연이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뉴스와 신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의 영향을 내가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부산 한 아파트는 두 달 새 5억 원이 올랐대.'
'진작 그 아파트 사둘 걸.'


주변에서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떠들어 대도 남 일인 줄만 알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서울, 수도권, 대구, 부산에 이어 창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넘쳐났던 부동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공인중개사는 외지 투기꾼들이 장유 지역 매물을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아유, 2주 전까지만 해도 물량이 충분했는데 외지 투기꾼들이 들어오더니 매매고 전세고 물량이 싹 사라졌어요."

그러던 중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30평대 A아파트 매물이 딱 한 곳 나왔다 했다. 매물로 나온 집을 둘러봤다. 몇 달 전까지 매매가가 3억 원이었던 것이 3억 7000만 원으로 올랐다. 공인중개사는 매매가가 더 오르니 지금이 기회라며, 매매를 부추겼다. 나와 신랑은 고민해 빠졌다. 매물로 나온 곳이 마음에 쏙 든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매물을 더 보지 못한 채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맞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더 기다려보자."

고민 끝에 나와 신랑이 내린 결론이었다.

6개월 기다림 끝에 마주한 것

부동산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이 요동친다. 부동산 물량이 사라진 11월, 풍선효과와 비례해 매매와 전세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알아본 곳은 율하천, 중심 상권과 가까우며 시립도서관 인근 30평대 아파트였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기준으로, A아파트는 지난해 6월 3억 2400만 원에 거래됐던 것이 같은 해 12월 3억 6800만 원으로 올랐다. B아파트는 2억 7900만 원(2020년 6월)에서 3억 원(2020년 12월), C아파트는 2억 9000만 원(2020년 6월)에서 3억 3000만 원(2020년 12월)으로 아파트 세 곳 모두 6개월 사이에 대략 3000~4000만 원이 올랐다. 율하2지구 D아파트는 3억 4900만 원(2020년 6월)에서 5억 원(2020년 12월)까지 올랐다.

매매, 전세가가 요동치니 주위에서는 내 집을 갖지 못한 자와 가진 자의 반응이 갈렸다.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자는 "지금이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다. 오르기 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해 내 집 마련하자"고 매물을 찾아 나섰다. 집을 가진 자는 "매물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더 오를 테니, 조금 더 오를 때까지 이사 시기를 늦추자"며 장고에 들어갔다.

영끌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 중에선 부동산 최종 계약을 앞두고 매도인이 중도금을 돌려주고, 매매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허다했다. 영끌로 집 마련에 나선 지인 A는 부동산 계약 전 매도인이 A에게 '1000만 원을 더 받아야겠다'며 요구한 탓에 계약서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결국 지인 A는 계약금에서 500만 원을 더 주고 매매 계약에 성공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길 바라며 기다린 6개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니, 지난달 기준 장유 3동 A아파트는 3억 9000만 원, B아파트는 3억 4000만 원, C아파트는 3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매매가는 6개월 전보다 3000~5000만 원 더 올랐다.

율하2지구 D아파트는 5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율하2지구 아파트는 주택도시기금을 대출을 받는다 해도 갈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결국 기다림 끝에 마주한 건 6000~9000만 원 오른 아파트 매매가였다.

'투기'하거나, '로또 당첨'이 되지 않은 이상 4인 가족의 생활비로 1년에 1000만 원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6개월 사이에 또 6000만 원이 오르다니!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유일한 희망은 청약, 그저 하늘에 비는 수밖에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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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 매매 시장은 전월(5월 1.18%→6월 1.63%)대비 상승세가 확대됐다. 5개광역시(1.00%)는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고 기타 지방(0.77%)은 충남(0.99%), 전북(0.94%), 강원(0.90%) 등 모두 상승했다.

여러 차례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멈출 생각을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확인하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그래프도 꺾이지 않고 오르고만 있다. 내 속도 모르고 부동산 그래프는 자꾸만 하늘 높이 올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7년 5월~2021년 5월 서울 75개 단지 11만5000세대 아파트 시세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4년간 3.3㎡당 평균 2061만 원에서 3971만 원으로 93% 상승했다. 30평형 아파트를 기준 집값은 2017년 6억2000만 원에서 올해 5월 11억9000만 원으로, 약 5억7000만 원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 실질소득은 298만 원(연 4520만 원→4818만 원)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액은 소득 상승액의 192배에 달했다. 경실련은 "평균 소득의 국민이 소득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더라도 서울에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25년이나 걸린다"고 지적했다.

'내가 사는 지역이라고 다를까?'

경실련의 보도자료를 보며 생각했다. 집 한 채 가진 것만으로 '벼락 부자'가 되는 세상. 이제 집을 가지지 못한 나와 신랑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 청약이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복권만큼 되기 어렵다는 청약을 넣고 부처님, 천지신명님, 예수님, 알라신 등 내가 아는 모든 신들에게 간절히 청약 당첨을 기도하며, 집 한 채 가지는 걸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퇴근 후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내 집. 아이들이 벽지에 낙서해도 허허 웃으며 너그러이 바라볼 수 있는 내 집.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태그:#집값, #부동산, #내집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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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시골기자이자 두 아이 엄마. 막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시간이 쌓여 글짓는 사람이 됐다. '엄마'가 아닌 '김예린' 이름 석자로 숨쉬기 위해, 아이들이 잠들 때 짬짬이 글을 짓고, 쌓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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