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한 장면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한 장면 ⓒ MBN

 
MBN 종편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가 인조반정과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운명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4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화인옹주(수경/ 권유리)을 향한 대석(바우/정일우)와 대엽(신현수), 두 남자의 절절한 마지막 순애보가 그려졌다.

이이첨(이재용)은 화인옹주를 붙잡고 대엽에게 역모에 동참할 것을 압박한다. 대엽은 바우와 함께 화인옹주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공조한다. 대석은 인목대비와 김자점을 연이어 만나 이이첨이 역모를 일으키기전에 서인들과 함께 먼저 반정을 계획한다. 바우는 김자점에게 화인옹주와 임금의 목숨은 반드시 보장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대엽은 어머니 해인당 이씨(명세빈)을 안전한 국외로 먼저 피신시키고 뒤따라가겠다고 약속한다. 이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어미를 만나러온다고 약조하라"라며 눈물을 흘린다. 대엽은 이이첨에게 역모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화인옹주과 함께 친부인 임해군의 묘에 참배하러 갈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이첨은 화인옹주를 구하기 위한 계략임을 눈치채고서도 제안을 수락한다.

칼을 들지 못한 아들, 칼로 찌른 아버지

능행 길목에서 예상대로 대석은 광해군의 내금위장 중영(서범식), 춘배(이준혁)등과 함께 화인옹주를 구하려고 나타난다. 이이첨은 가병들을 매복시켜 대석을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대엽 편에 가담한 호위무사 태출(윤주만)의 활약으로 그의 계략은 모두 간파된 상태였다. 태출은 원엽(추연규)이 이끌던 매복군을 다른 곳으로 따돌린데 이어, 전투로 혼란한 틈을 타 화인옹주를 무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대엽-대석-화인옹주 일행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대엽은 처리할 일이 남아있다면서 일행들을 먼저 떠나보낸다. 화인옹주는 "도련님께 항상 받기만 하고 은혜를 한번도 갚지못하여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대엽은 "제 쓸데없는 미련 때문에 옹주자가를 힘들게 했다"며 작별인사를 한다.

대엽은 이이첨을 다시 찾아가 목에 칼을 겨누며 "작금의 파행과 혼돈은 모두 외숙의 탓이다. 내 아버지의 진짜 원수는 바로 당신"이라며 질책한다. 대엽은 칼을 치켜들지만 오랜 세월 이이첨이 아버지로서 키워준 정 때문에 차마 내리치지 못하고 "당신이 내려준 이름도 가문도 핏줄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 당신도 역모따윈 포기하라"고 일갈하며 칼을 버리고 떠나려고 한다. 모든 계획이 무너진 데 분노한 이이첨은 칼을 들어 뒤에서 대엽을 찌르고 만다. 주저앉은 대엽은 피를 흘리면서 "한번이라도 저를 자식으로 생각한 적이 있냐"고 절규하지만, 충격에 빠진 이이첨은 끝내 대답하지못하고 쓸쓸하게 자리를 뜬다.

불길한 느낌이 든 대석과 화인옹주는 다시 대엽을 찾아 돌아온다. 대엽은 화인옹주에게 "행복하십시오. 어머니에게 죄송하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차마 다 마치지 못하고 눈을 감는고 두 사람은 슬픔에 빠진다.

화인옹주는 반정이 성공하면 광해군이 폐위될 것이기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석에게 "왕은 백성의 어버이다. 그러나 아바마마는 권력을 지키기위하여 딸까지 버리신 분이다. 도처에서 아바마마에 대한 백성들의 원성을 들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며 오히려 대석의 결정을 지지한다.

한편 광해군은 반정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다. 이미 김자점과 결탁한 김개시(송선미)는 광해군에게 "김자점은 충신"이라고 변호한다. 대석과 김자점은 역모가 발각될 위기에 놓이지만 광해군은 모든 것을 눈치채고서도 모른척 이들을 풀어준다. 대석과 마지막으로 독대한 광해군은 술잔을 건네며 그간의 회환과 죄책감을 털어놓고 "이이첨을 막아라. 그리고 수경이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날밤 반정은 마침내 성공한다. 김자점은 김개시를 배신하고 사로잡으며 본색을 드러낸다. 광해군은 궁궐을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딸인 화인옹주와 대면한다. 함께 떠나자는 화인옹주에게 광해군은 "아비가 밉지도 않으냐"고 묻지만 화인은 "아무리 미워도 세상에 하나뿐인 제 아버지"라 답하여 그간의 은원을 모두 청산한다. 오래지않아 김자점이 이끄는 반정군이 광해군의 뒤를 쫓아온다. 중영은 끝까지 광해군을 지키기 위하여 충성을 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대석은 이이첨의 자택으로 쳐들어가 마지막으로 대면한다. 이이첨은 "내가 한 모든 결정은 조선을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하지만 대석은 "당신을 위한 조선이겠지"라며 일축한다. 대석은 평생의 원수인 이이첨을 당장 죽이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내 벗이 아비라고 생각하는자라 참는 것"이라며 대엽을 떠올리게 한다. 눈빛이 흔들린 이이첨은 "대엽이의 시신은 어떻게 했느냐"고 묻고 대석은 "양지바른 곳에 잘묻어주었다"고 답한다. 이이첨은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대석과 화인

결국 화인옹주와 함께 떠나기를 거부한 광해군은 폐위되어 유배된다. 능양군이 인조로 즉위하고 반정공신이 된 대석은 보상으로 아버지 연흥부원군의 관직과 명예가 회복된다. 그러나 권신이 된 김자점은 당초 약속과 달리 자취를 감춘 화인옹주 모녀의 행방을 추궁하며 대석을 압박한다.

폐주의 딸이 된 화인은 대석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속세를 떠나 여승이 되기로 결심한다. 구족계를 청하고 삭발을 하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던 화인에게, 보쌈으로 두 사람이 운명적인 첫 인연을 맺었던 그날처럼 복면을 쓴 대석이 나타난다. 잠시 후 지인들은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알고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대석과 화인은 둘만의 공간으로 도피하여 새로운 출발을 기약한다. 대석은 화인에게 꽃신을 신겨주고 수경은 미소를 짓는다. 우연같은 악연으로 시작하여 운명같은 인연이 된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맞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한 장면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한 장면 ⓒ MBN

 
<보쌈>은 조선조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풍습이었던 '납치혼'을 의미하는 보쌈을 소재로 엇갈린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청춘남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퓨전사극이었다. <보쌈>은 MBN 드라마 최고 첫 방 시청률 3.1%로 출발한데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13회(시청률 8.7%)에서는 <우아한 가>(8.5%)의 MBN 드라마 종전 최고 시청률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후로도 5주 연속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끝에 마지막회는 청률 전국 9.8% 최고 11.2%를 달성하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의 사극들이 완성도 면이나 드라마 외적인 잡음으로 잦은 논란에 휘말렸던 것과 비교할 때 <보쌈>은 색다른 소재와 배우들의 케미, 흡인력 있는 연출의 조화가 돋보였다. 주인공들은 가상인물이지만 광해군-김개시-이이첨 등 실존인물들과 당시 조선의 정치적 지형도, 과부납치, 인조반정 등 실제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유연하게 결합시켜 재해석해내면서 '퓨전 로맨스 사극'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현대의 역사와 드라마에서 세자시절 임진왜란에서의 활약상과 명-청사이의 실리외교 등으로 인하여 '비운의 개혁군주' 이미지로 과대 미화된 감이 있던 광해군을 이이첨과 함께 메인 빌런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등장시킨 해석은 이야기 구도를 한층 다채롭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 광해군은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자식마저도 이용하는 비정하고도 모순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표면상 측근으로 알려진 이이첨과도 실제로는 서로 경계하는 정적관계에 가깝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오히려 실제 역사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광해군은 실제 아버지 선조의 냉대로 인하여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고 즉위 이후에 수많은 실정을 저질렀다. 인조반정이 일어났을 때 광해군이 가장 먼저 이이첨을 주모자로 의심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공교롭게 광해군으로 출연한 김태우와 이이첨 역의 배우 이재용은, 임진왜란을 다룬 전작 <징비록>(KBS)에서는 바로 선대인 선조와 재상 이산해 역을 각각 맡아 군신관계를 열연한 바 있다.

사실 <보쌈>에는 왕권과 신권의 권력다툼, 주인공들의 출생의 비밀, 가문의 복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등 진부할 수 있는 사극의 익숙한 클리세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드라마는 끊임없이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능동적인 젊은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정치적 배경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지만 <보쌈>의 메인 플롯은 어디까지나 대석-대엽-화인옹주, 세 남녀주인공을 둘러싼 로맨스와 절절한 순애보였다. 드라마는 각자 비극적인 운명에 휩쓸린 주인공들을 시대적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하여 당당히 투쟁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무래도 젊은 배우들에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사극임에도 정일우, 권유리, 신현수는 특별한 연기력 논란없이 각자의 배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이재용, 김태우, 송선미, 이준혁, 신동미 등 빌런과 감초 역할로 등장하여 중심을 잡아둔 중견배우들의 명품 호연도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보쌈>은 그동안 완성도와 재미를 모두 갖춘 사극에 목말라있던 시청자들의 욕구를 모처럼 만족시켜준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고 해외 팬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예산-고증-캐스팅 등의 현실적 문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 사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좋은 아이디어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목이다.
드라마보쌈 광해군 인조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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