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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편집자말]
영동선 양원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적>의 포스터.
 영동선 양원역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적>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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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5일 개봉해 4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잔잔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 <기적>. 박정민과 임윤아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차로 가는 길이 없는 마을에 철도역(경북 봉화 양원역)을 만든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듯, 양원역을 만드는 일은 많은 품이 들어갔던 일이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주민들이 역 건물을 직접 짓고, 승강장을 가다듬고, 그리고 역 이름까지 직접 지어서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이는 3.7km 떨어진 승부역에서 철길을 따라 집까지 가는 위험천만한 길을 가야만 했던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영화 스탭롤에서는 양원역이 2011년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가 2013년 O-Train과 V-Train이라는 관광열차의 운행으로 다시 부활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는 양원역의 '두 번째 기적'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 설명이다. 양원역이 맞이한 두 번째 기적, 나아가 관광열차가 운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11년 영업 중단 위기에서 한 데 모여진 주민들의 힘이었기 때문.

KTX 개통이 불러온 양원역의 '폐역' 위기

2011년 10월 5일은 한국철도공사의 여객 열차 대개정이 있었던 날이었다. 이듬해 열릴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서울에서 여수를 잇는 전라선 KTX가 개통할 예정이었기 때문.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는 개정에 앞서 여객열차 시간표를 미리 확정지어 고지했다. 전라선에 KTX를 운행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하지만 대개정 과정에서 수요 부족을 이유로 열차가 서지 못하게 되는 역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국철도공사의 당시 개정 시각표에 따르면 김천과 구미 사이의 작은 기차역인 아포역,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 손예진이 표를 끊었던 나주의 고막원역 등 14개 역에서 여객 열차의 운행이 중단될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 14개의 기차역 명단 중에 양원역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당시 양원역에는 영주 방면으로 하루 두 번, 도계와 동해 방면으로 하루 두 번의 열차가 운행했지만, 당시 개정이 벌어지면 모든 열차의 운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23년동안 주민들이 지켜낸 역이 '수요 부족'을 이유로 날아가게 생긴 것.
 
양원역 인근의 영동선 풍경. 낙동강을 이리저리 끼고 달리는 선로는 아찔한 멋이 있지만, 2011년 역을 살리기 위해 열차에 올랐던 주민들에게는 멋보다는 '생존'의 문제로 보였을 테다.
 양원역 인근의 영동선 풍경. 낙동강을 이리저리 끼고 달리는 선로는 아찔한 멋이 있지만, 2011년 역을 살리기 위해 열차에 올랐던 주민들에게는 멋보다는 "생존"의 문제로 보였을 테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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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역이 여객 취급을 중단한다는 이야기는 역을 만든 이후부터 계속해서 주민들을 괴롭혔다. 

이미 양원역과 비슷한 일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삼척 고사리 주민의 발이었던 영동선 고사리역을 2km 아랫동네로 옮긴 일제에 맞서 옛 역 자리에 주민들이 직접 하고사리역을 지었던 일이 있었다. 하고사리역은 2006년 철거될 뻔한 것을 주민들이 살려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주민들의 피와 땀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에도 등재 예고가 되었다.

하지만 같은 해 한국철도공사는 하고사리의 여객열차 정차를 중단했다. 역 건물을 지켰지만, 아쉽게도 열차가 서지 않는 건 막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양원역에 열차가 서지 않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이틀마다 열차 탄 마을 사람들... 결국 '기적'이 벌어졌다

역이 사라지면 주민들은 너무나도 큰 불편을 겪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양원역 앞에 있는 원곡마을서 기차 대신 버스를 타려면 5.8km의 산길을 걸어 광비 정류장까지 나가야 했다. 자동차 역시 산세가 험해 접근이 어려웠다. 주민들은 정차역에서 제외되게 생긴 양원역을 살려내려 머리를 맞댔다.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남일보>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묘수란 이랬다. 주민들이 열차를 더 많이 이용해서 이용객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두 번 열차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정책을 돌려놓기 어려웠기에, 마을 주민마다 격일로 돌아가면서 열차를 이용하자는 결론에 다다랐단다.

결국 주민들은 격일로 열차를 타는 '작전'에 돌입했다. 보통이라면 장이 서는 날에만, 도회지에 볼 일이 있을 때에만 열차를 타곤 했던 주민들이 매일매일 열차에 올랐다. 하루는 태백 철암까지 갔다 오기도 하고, 다른 하루는 봉화를 갔다 다음 열차를 타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결국 주민들의 노력은 한국철도공사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도 성공했다. 한국철도공사는 개정에 앞서 양원역의 여객열차 취급을 그대로 이어가는 시간표를 복구했다. 10월 5일에는 양원역을 거치는 열차가 시간표대로 역에 멈췄다 갔다. 주민들이 열차의 호흡기를 이어가는 순간이었다.

10년 전 그 날 있었던 개정에서 여객열차 취급 중단으로 올랐던 역은 14개, 그리고 그 때의 개정에서 중단 방침이 번복된 역은 양원역이 유일했다. 주민들이 이루어낸 양원역의 두 번째 '기적'이었다.

관광열차 열리고... 역이 완전히 살아났다
 
양원역에 정차한 백두대간협곡열차의 모습. O-train과 V-train의 개통은 역을 '인기역'으로 탈바꿈한 계기가 되었다.
 양원역에 정차한 백두대간협곡열차의 모습. O-train과 V-train의 개통은 역을 "인기역"으로 탈바꿈한 계기가 되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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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역의 열차를 되찾은 뒤 2년 뒤에는 역도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났다. 경북 내륙을 관광하는 관광열차인 중부내륙관광열차(O-Train)과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이 개통한 것. 영동선의 협곡 가운데를 지나는 두 관광열차는 양원역에 일제히 정차하게 되었다.

그것도 무궁화호 열차들처럼 짤막하게 정차하지 않았다. 짧으면 5분, 길면 10분까지도 열차를 멈춰세웠다. 역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장이 서서 음식도 팔고, 막걸리도 팔고, 그리고 직접 기르고 채취한 임산물도 팔았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이런 장이 큼지막하게 열리곤 했다.

결국 O-Train과 V-train의 흥행을 앞세워 양원역은 여느 역 부럽지 않은 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승객이 주마간산으로 역 주변을 잠깐 둘러보고 떠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양원역이 받아본 적 없었던 100명이 넘는 객손들이 일제히 열차에서 타고 내리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더욱이 봉화군에서도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민들이 철길 외에도 걸어서 마을 바깥을 오갈 수 있는 길을 정비했다. 이른바 '비경길'이 승부역에서 양원역을 거쳐 분천역까지 열렸다. 2015년 개장한 이 길은 완만한 길로 이루어져 트래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큰 만족감을 안기곤 했다.

비경길이 입소문을 타자 O-Train과 V-train을 타고 내리는 승객들이 양원역에서도 속속 내리기 시작했다. 2017년 양원역의 하루 승하차 승객 수는 무궁화호와 관광열차를 합쳐 20명까지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여객취급 중단 이야기가 돌 때의 하루 승하차객 3명의 일곱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임시승강장' 양원역, 이제는 어엿한 '간이역' 되길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역 건물인 양원역 역사. 역 건물 안에는 현재도 '철도 팬'들이 마련한 액자와 집기들이 놓여져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역 건물인 양원역 역사. 역 건물 안에는 현재도 "철도 팬"들이 마련한 액자와 집기들이 놓여져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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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양원역의 역 지위는 '임시승강장'이다.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지만 역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무배치간이역보다도 낮은 등급이다. 철도 노선의 '주민등록등본'과도 같은 영업거리표에서도 '임시'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런 만큼 현재 유지되고 있는 임시승강장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임시승강장이 더욱 많다.

한국에서 여객 열차가 지나가는 임시승강장은 양원역을 포함해 단 네 곳뿐이다. 경의선이 DMZ로 달려가기 전 멈추는 운천역, 영동선의 행락객을 내려주는 망상해수욕장역, 그리고 관광열차인 V-train을 타고 내릴 수 있는 '트래킹 전용 승강장'인 비동역이 있지만, 무궁화호와 같은 정기 여객열차가 하루도 빠짐없이 지나는 곳은 양원역이 유일하다.

변화도 눈에 띈다. 관광역으로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 동시에 안전 문제가 지적되자 한국철도공사는 2019년 역의 승강장을 역 건물 건너편 낙동강변으로 이전했다. 1988년 승인 당시 철도청 인부들이 방문해 침목 몇 개로 대충 승강장을 만들었다던 주민들의 증언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민들이 만들고 지켜낸 임시승강장인 양원역에는 영동선 백두대간 협곡 한 가운데를 지나는 하루 여덟 편의 열차가 모두 서고 차 문을 여닫는다. 코로나19 유행이 나아지면 '동해산타열차' 왕복 한 편과 'V-Train' 왕복 두 편도 다시 운행을 재개해 하루 열 네 편의 열차가 선단다. 상전벽해한 양원역의 지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역의 지위는 그대로이다. 이제는 양원역 뒤에 약 30년간 붙어왔던 '임시'의 꼬리표를 떼고, '간이역'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역이 더욱 오랫동안 주민들의 품에서 사랑받는 것이 기정 사실이 되고, 관광객의 시선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누릴 수 있으니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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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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