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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타워에서 바라본 뉴욕 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타워에서 바라본 뉴욕 시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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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
   
6월 27일 14시간 운항 끝에 도착한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자가격리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행 목적은 무엇인지 등은 입국 심사할 때 묻지 않았다. 어느 곳에 머물 것인지, 가방에 금지된 음식물을 가지고 왔는지 등 아주 사소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는 두 눈과 열 손가락 지문을 찍은 뒤 통과시켰다.

40분 동안 심사 줄에 서서 준비한 서류(백신 접종 확인 문서, 출국 72시간 안에 PCR 음성 확인 문서, ESTA) 등을 잘 챙겼는지 다시 확인을 했던 나였는데 그런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공항 바깥은 호객행위만 없지 카이로 국제공항처럼 어수선했다.

캐리어를 두 개나 끌어야했던 나는 노란 택시 대신 좀 더 쌀 것 같은 우버 택시를 호출했다. 숙소까지 25km 65달러라는 예상 금액. 하지만 몇 군데 정체 구간을 통과하고 도착했을 때는 95달러까지 올라가 있었다. 역시나 물가가 비싼 뉴욕다웠다.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운전사가 트렁크에서 내 가방을 꺼내주면서 하얀 치아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그러고는 좋은 여행이 되기를 기원했다. 세 달 전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을 때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던 소식 중 코로나바이러스19 보다 더 나를 두렵게 한 것은 아시아인 혐오에 관한 뉴스였다. 불쾌한 동영상이 반복 재생될 때마다 나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고 4일이 지난 지금, 숙소가 있는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맨해튼과 퀸스를 몇 번 오고 갔지만 아직까지 불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모두들 친절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직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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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오기까지

짐작했겠지만 뉴욕에는 자가격리가 없다(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뉴욕주는 지난 4월 12일부터 여행자의 의무 자가격리 조치를 해제했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침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7일간 자가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셧다운 조치가 시행되다가,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연 것은 겨우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빠른 시간 내에 이렇게까지 된 것은 백신의 힘이지 싶다. 뉴욕 주는 성인의 70%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친 상황이다(나는 뉴욕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서 그들이 백신 주사를 맞을 때 새벽 1시가 됐든 2시가 됐든 자기 차례가 되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백신 접종 센터는 24시간 풀가동이었다).

그래서인지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2m 거리두기를 지킬 필요가 없다.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을 탈 때, 그리고 어느 곳이든 근무자들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장을 위해서 긴 줄을 섰을 때 앞선 백인 여자는 왼쪽 팔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그것은 백신 접종을 했다는 표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 비슷한 스티커를 휴대폰 뒷면에 붙여놓기도 했다.

전날 갔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경우 승강기마다 배치된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입장료(한 명당 세금 포함 83.6달러)를 내고 입장한 손님들은 마스크가 선택 사항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에 있는 공공 도서관은 사전 예약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했다. 7월 5일부터 풀린다고 했다.
 
퀸스에서 바라본 해가 기울고 있는 풍경
 퀸스에서 바라본 해가 기울고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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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숙소에서 바라본 맨해튼 야경
 루스벨트 숙소에서 바라본 맨해튼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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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했다. 정상대로라면 8월에나 되어야 차례가 돌아오지만 우연한 기회에 행운이 찾아왔다. 출국 날짜는 다가오고 잔여 백신은 하늘에 별 따기이고 얀센은 남자들에 한하고… 거의 포기 상태에 있었는데 비가 오던 어느 날 저녁(6월10일), 잔여 백신이 나를 운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것도 한방으로 끝낼 수 있는 얀센으로 말이다.

미국에서도 백신 접종을 하고 2주가 지난 사람에겐 혜택이 있었다. 입국하고 4~5일 후에 받아야 하는 PCR 검사가 면제다. 또한 백신 접종률이 높은 뉴욕 주의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6월 25일부터 뉴욕 주를 방문하는 모든 내외국인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했던 헬스 케어를 더 이상 보고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성실하게 훈련받은 나는 거리를 걸을 때 등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곳 모든 사람들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다 벗은 것은 아니었다.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 시계탑
 센트럴 파크 동물원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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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국에 여행을?'이라고 혹자는 비난하겠지만 여행자이기를 자처하는 사람에게는 한곳에 머문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시국이 요란할수록 다른 곳에 대한 궁금증이 더 생기는 요상한 심보가 있으니 누구보다 더 위험 요소를 감지하거나 감내하는 인자가 더 발달했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뉴욕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2021년이라는 한 해는 특별할 것이다. 여행지는 계절마다 년마다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지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19 여파가 한 차례 쓸고 간 세계적인 무역·금융·통신·예술·연예·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시는 더욱 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곳에서만 전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잠시 올레길 걷는 것을 멈추고 뉴욕에서 머무르는 2개월 동안 이곳 소식을 여름 특집으로 꾸미고자 한다. 뉴욕 주의 뉴욕시는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 맨해튼, 브롱스까지 5개의 보로(Borough, 우리말로 '구'정도로 해석하면 된다)로 되어 있는데 그 중 맨해튼 보로인 루스벨트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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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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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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