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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세상과함께가 제정한 환경상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와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 심사위원회와 공동 기획해 '삼보일배오체투지人'을 찾아 나섭니다.[편집자말]
제주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소왕물’. 1번 물칸에서 힘차게 용천수가 쏟아져 나왔다.
 제주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소왕물’. 1번 물칸에서 힘차게 용천수가 쏟아져 나왔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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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는 지하수의 얼굴이자 오아시스죠."

6월 26일 만난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국장은 이 말을 몇 번이나 거듭했다. 용천수가 고갈되거나 줄어들면, 지하수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용천수 수질이 나쁘면 땅속 깊은 곳의 지하수도 오염됐다는 말이다. 지하에서 샘솟는 오아시스와 같은 용천수가 없다면 제주도에서의 삶은 존재할 수 없다.     

한라산 밑, 제주도 땅속에는 대수층으로 불리는 거대한 지하 호수가 있다. 빗물이 흘러들어 형성된 지하수원이다. 수맥을 타고 흐르다가 암석이나 지표면 틈새를 통해 솟아나는 물이 용천수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보다 해안가에 마을이 집중된 것은 용천수가 주로 해안가에서 용출되기 때문이다.  

양 국장을 만난 건 지난해 ㈔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가 주최한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위원장 이철수, 이하 오체투지환경상) 시상에서 2000만 원의 연구활동지원기금을 받은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위기에 처한 제주도의 생명수, 용천수 보전운동'을 조명하기 위해서였다. 심사위원회는 이 단체를 지원기금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결정문에 이렇게 적었다.

"심사위원회는 제주가 보존해야 할 역사와 문화이자, 생명수인 용천수 보존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같은 단체가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용천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용천수를 지키기 위한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용천수] 살아 샘솟는 '산물'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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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는 비가 많은 기후와 스폰지같이 물을 빨아들이는 토양 특성에서 비롯됐다. 한라산 정상에는 연평균 5000mm의 많은 비가 내린다. 양 국장은 "매년 높이 5m의 물이 한라산에 쏟아진다"면서 "화산섬 특성상 이 물은 숨골, 곶자왈, 광활한 초원을 통해 땅속으로 스며든다"고 말했다.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용암층을 통과하기에 수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 사람들은 용천수를 '산물'이라고도 불렀다. '살아 샘솟는 물'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은 용천수를 상수원으로 활용하기에 생명수이기도 하다. 용천수 주변에 형성된 다양한 습지는 수서곤충과 양서파충류 등 생태계의 보고이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제주도 용천수는 1025개소였다. 이중 90% 이상은 해안가 등의 저지대, 나머지 10% 이내는 중산간 지대 이상에 있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살리기에 나선 것은 각종 난개발로 인한 용천수의 '멸실'과 '오염'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5000여 개의 빨대가 꽂혀 있습니다. 지하수 관정이죠. 30여 개 골프장과 대형 호텔 등에서 뽑아 쓰는 대형 관정들이 많은데, 가령 골프장 1개에서 뽑아 쓰는 물은 1일 2000~3000t 정도입니다. 제주 삼다수 공장이 쓰는 양과 비슷하죠. 지하수 충전 지대인 중산간 곶자왈의 30% 가까운 지역이 골프장과 대규모 관광 시설에 의해 사라졌어요."

[고갈과 오염] 제주도에 꽂힌 5000여 개의 '빨대'
 
양수남 국장이 제주 용천수 전도를 보여주며 분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양수남 국장이 제주 용천수 전도를 보여주며 분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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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유입 양도 줄었다. 양 국장은 "제주도에서 지하수가 주로 유입되는 지대가 해발 200~600m 사이의 중산간 지역인데, 골프장과 대규모 관광 시설과 도로 개발로 인해 빗물이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제주도를 보면 새하얀 지역도 많습니다. 레드향이나 한라봉 등 고부가가치 귤을 생산하려고 비닐하우스를 무차별적으로 짓고 있죠.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빗물은 빗물받이공을 통해 도로로 떨어지고, 이 물은 지하수로 스며들 틈도 없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배출됩니다. 용천수를 마구 뽑아 쓰고,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악순환의 연속이죠."

양 국장은 "지난해 제주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용천수는 656개소였다"면서 "400개 가까운 용천수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농약이나 비료, 특히 제주 돼지가 유명한데 양돈업이 많아지니 자연히 지하수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산간지대 이상은 그래도 나은데, 해안지역 용천수에서는 질산성질소 농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경인데,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2배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거죠. 용천수 고갈을 촉진하는 개발도 심해지겠죠. 지금도 제주도는 지하수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관정에서 뽑아 쓰는 물의 양도 늘려주고 있습니다. 용천수 보존 계획은 전무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살리기에 나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물이 귀한 제주도의 독특한 물 문화였다. 용천수는 제주도 문화유산이기도 했다. 

[애월읍 광령3리] 물 문화 보여주는 '물칸' '물팡'
 
제주시 애월읍 광령3리에 있는 '셋자종이물'. 용천수의 물칸과 물팡이 잘 보존된 곳이다.
 제주시 애월읍 광령3리에 있는 "셋자종이물". 용천수의 물칸과 물팡이 잘 보존된 곳이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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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국장과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제주시 애월읍 광령3리. 마을 입구 커다란 팽나무 앞에는 이 마을이 생긴 유래(설촌 유래)를 담은 팻말이 서 있었다. 구전에 의하면 고려 공민왕 10년 1361년에 송자종이라는 사람의 자식 3형제가 3개소의 용천수를 근간으로 농지를 일구면서 마을을 만들었다. 

"여긴 셋자종이물인데요, 이게 '물칸'입니다. 첫 번째 칸은 식수, 여기는 채소나 쌀을 씻던 두 번째 칸이죠. 세 번째 칸은 빨래, 네 번째 칸은 말이나 소에게 물을 먹이던 장소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용천수를 얼마나 귀하게 사용했는지를 볼 수 있죠. (허리 높이의 턱을 가리키며) 이건 '물팡'인데요, 물허벅(물동이)을 쉽게 들어 올리려고 만들어 놓은 겁니다."

'셋자종이물'의 '셋'은 제주에서는 '둘째'라는 의미다. 송자종의 둘째 자식을 이르는 말이다. 이날 찾은 셋자종이물의 첫 번째 칸에는 농지로 연결된 고무 호수 2개가 박혀 있었다. 과거 식수로 사용했던 칸인데, 상수도가 보급된 뒤에는 농업용수로 쓰이는 듯했다.  

양 국장은 "여기는 그나마 주민들의 관심이 적어서 물칸과 물팡 등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자종이물은 무분별한 정비사업으로 원형이 많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양 국장의 말처럼 큰자종이물은 농지 사이에서 방치됐던 셋자종이물과는 달랐다. 입구에 표지석이 설치됐다. 바닥도 현무암을 반듯하게 잘라서 보도블록처럼 깔고 시멘트로 말끔하게 단장했다. 벽면에는 샤워기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셋자종이물에서 보았던 물칸과 물팡 등의 원형을 찾기는 어려웠다. 무차별적인 정비사업이 남긴 폐해였다. 
  
[소왕물·거스린 물] 문화와 역사, 생태계 보고
 
제주 '소왕물'은 물칸과 물팡이 남아 있는 등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한 용천수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 "소왕물"은 물칸과 물팡이 남아 있는 등 비교적 원형을 잘 보존한 용천수로 평가받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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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간 곳은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소왕물'이었다. 이 마을은 750여 년 전 고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탐라시대에 왕가가 먹었던 물이거나, 고려말 항몽 시절 삼별초 태자가 먹었던 물이라 하여 '소왕물'로 이름이 붙었다. 큰자종이물처럼 입구에 안내 팻말이 서 있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는데, 그나마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었다. 

첫 번째 사각 물칸 안쪽 2개 구멍으로 맑은 물이 쏟아졌다. 이 마을 식수로 사용되던 물이다. 이곳에서 나온 물은 길게 이어진 현무암 통으로 흘러 내려갔다. 그 옆으로 놓인 널찍한 돌은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기 편리한 구조였다.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물칸의 흔적이다. 물허벅을 올려놓던 물팡도 남아 있었다.      

애월읍 하귀 1리 해변에 도착한 양 국장은 "이곳은 용천수가 나오는 물의 방향이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향해 있어서 '거스린 물'이라고 한다"면서 "조간대에 있어서 하루에 두 번, 썰물이었을 때에만 물허벅을 들고 와서 가득 채워갔다"고 설명했다. 

"여기, 바위에 참깨처럼 붙은 하얀색 점이 보이죠. 멸종위기종 2급인 기수갈고둥 알입니다. 교미하는 암수도 보이네요. 물이 귀했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바닷물과 용천수가 만나는 기수역의 생태계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주 애월읍 하귀 1리 해변에 있는 용천수 '거스린 물'
 제주 애월읍 하귀 1리 해변에 있는 용천수 "거스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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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수·역사문화 살리기] "제주도엔 용천수 보존법이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살리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부터이다. 우선 용천수 관리 실태부터 파악하려고 단체 회원 10여 명이 생태조사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정도씩 현장을 방문해 생태와 환경, 물 문화와 역사까지 모니터링 했다. 작년에는 수질조사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3권의 용천수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1, 2편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3편은 중산간지대 용천수 조사 결과를 소책자로 엮었다. 올해 제작할 가이드북은 용천수에 얽힌 전설과 역사를 담은 '인문학 편'이다. 용천수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토론회도 열고, 용천수를 생태관광의 한 코스로 넣어서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용천수 보존법이 없습니다. 제주도개발특별법은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에서는 가장 상위법입니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91년, 제주도 개발을 촉진하려고 만든 법이죠. 여기에는 용천수와 관련, '50m 이내에서는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고만 나와 있습니다. 이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어 양 국장은 "제주도가 의지만 있다면 법을 고치기 전에라도 용천수를 지방기념물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원형이 잘 보존된 주요한 용천수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무분별한 용천수 정비 사업이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사)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는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시상하면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용천수 살리기 운동을 연구활동지원기금 대상자로 선정했다.
 2020년 (사)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는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시상하면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용천수 살리기 운동을 연구활동지원기금 대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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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국장은 기자와 헤어지면서 "㈔세상과함께로부터 오체투지환경상을 받지 못했다면 올해에는 용천수 살리기 모니터링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용천수 고갈 사태에 맞서야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 재정은 녹록지 않다는 뜻으로 읽혔다.   

제주공항은 코로나19 상황인데도 인산인해였다.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제주 시내는 건물과 아파트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도로에 줄지어 선 차도 보였다. 용천수 400여 곳이 사라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주 제2공항까지 들어선다면? 아득히 멀어지는 제주도를 내려다보며 떠올린 양 국장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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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금 2억 2500만원... "사람부터 지키고 싶다" http://omn.kr/1tdjk
 
▲ 제주도의 생명수 '용천수'가 위태롭다 제주도의 생명수인 용천수가 위태롭다. 난개발로 고갈되거나 멸실,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사단법인 '세상과함께'가 주최한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상의 연구활동지원기금을 받아 활동하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국장과 함께 죽어가는 용천수 현장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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