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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교육과 상담을 하는 이동노동자쉼터
 다양한 교육과 상담을 하는 이동노동자쉼터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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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장소가 특정되지 않고 이동하면서 일하는 이동 노동자들이 있다. 이동 노동자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로 대리운전, 퀵서비스, 음식배달 서비스, 가사(돌봄·요양·보육) 서비스, 방문 판매원, 가전제품 설치 수리, 수도·가스 검침, 학습지 교사, 택배와 마트 배송기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한다. 이들 대부분은 특수고용 노동자이고 또 플랫폼 노동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헌법과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안전망에 온전히 포섭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 이동 노동 직종인 대리운전 노동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일거리(콜)를 확보하고 고객이 있는 곳까지 이동한 후 고객 차량을 운전하여 목적지까지 도착하고 나면 다시 또 다른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전업으로 일하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경우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고 평균 6.6km를 도보로 이동(이동 노동 종사자 지원방안 연구-서울의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직종의 노동실태와 쉼터 조성(안)을 중심으로, 이철·김주환·이영수, 서울노동권익센터)한다. 10명 중 7명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데 주로 어깨 30%, 목 28.7%, 다리/발 24.7%, 등/허리 22.7% 순(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 발생 형태 및 전략적 예방 대책에 관한 연구(Ⅱ), 2008, 산업안전보건연구원)으로 나타났다.

이동노동자쉼터의 시작은 서울시였다. 지난 2015년 서울시는 '이동 노동 종사자 지원방안 연구'를 시행하였고 상대적으로 고된 일과를 보내는 이동 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쉼터를 조성하여 마침내 2016년 3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休서울이동노동자 서초쉼터'를 처음 개소하여 운영을 시작하였다. 최근 코로나19라는 복병이 등장하여 쉼터 이용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누적된 쉼터 이용자 수는 16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하는 이동노동자쉼터

2016년 서울시가 이동노동자쉼터를 개소한 이후 쉼터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2021년 6월 기준 서울, 경기, 부산, 창원, 광주, 익산, 제주 등에서 총 18개 쉼터가 운영 중이고, 쉼터를 준비 중인 지자체도 여러 곳으로 확인된다. 이동노동자쉼터는 전국으로, 또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노동자쉼터 공간은 심신을 편안하게 쉴 수 있고, 그에 걸맞게 안마의자, 발 마사지기 등을 갖췄다. 서울시로부터 쉼터를 수탁받아 운영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위탁기관인 서울노동권익센터 쉼터사업팀에서는 이동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고민과 고충을 해결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상담사업을 운영한다.

전국 대부분의 이동노동자쉼터에서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시행하여 직무 교육과 전직 교육 그리고 건강, 주거, 금융,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이동 노동자들에게 방역물품(마스크, 손 세정제 등)을 지원하거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2019년부터 가칭 '전국이동노동자쉼터네트워크' 소통방을 운영하면서 각각 쉼터 운영 상황과 관련 정보를 주고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휴게시설과 쉼터에 대한 입법기관의 긍정적 움직임도 확인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박대수 의원 대표발의), 이동 노동(특수고용)자 다수의 요청에 따라 휴게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경우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소요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근로복지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으며(윤준병 의원 대표발의), 7월 27일 시행될 예정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는 생활물류서비스종사자(택배, 이륜차 배송기사 등)의 권익 증진을 위하여 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변화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인 휴식권과 건강권에 관한 관심이 취약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노동자쉼터는 휴식을 위한 단순한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동노동자쉼터의 한계와 과제

이동 노동자들에게 쉼터는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확보하거나 서로 나눌 수 있는 동네 인근에 있는 카페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일 것이다.

그런데 쉼터가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우선 쉼터가 고정된 장소에 있어 이동 노동자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이를테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두 번째는 쉼터별로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 운영 시간 외의 시간에 일하는 이동 노동자들은 애초 쉼터 이용이 불가능하다. 셋째로는 대부분의 쉼터가 주말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 노동자들의 이용권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다수의 이동 노동자가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쉼터를 확대해야 한다. 이동 노동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 등에 쉼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가 간이 이동노동쉼터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다만 형식이 아닌 실제 쉼터로서 역할과 기능이 작동되는 간이 쉼터가 전제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이동노동자쉼터는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동 노동 직종은 수십 가지이고 그들은 직업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달라 애초 특정 직종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쉼터가 아니라 이동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쉼터라면 운영 시간을 지금보다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별로 이동 노동자 실수요 등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 등을 고려한 적절한 운영 시간을 노사민정이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쉼터의 주말 운영도 하나의 중요 과제이다. 취약한 이동 노동자들의 쉼터 이용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평일과 주말이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고, 쉼터 운영 시간 확대와 동일한 의미의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다만 이동 노동자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서 주말 운영에 대한 실효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주말 운영 시간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소한 의미로 인식되고 있는 '이동노동자쉼터'를 이동 노동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기능을 갖춘 '이동노동자종합지원센터'로 변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동 노동,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 노동을 아우르는 지원 기능과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정책과 조례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성종 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운영위원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 8월호에도 실렸다. http://www.workingvoice.net/xe/?mid=news


태그:#이동노동자,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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