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데샹,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두 감독의 지략대결에서 스위스가 마지막에 웃었다. 

스위스는 29일 새벽(한국시각)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UEFA EURO 2020' 16강 토너먼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가는 등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 승부차기 끝에 5-4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67년만에 메이저대회 8강진출에 성공했고 프랑스는 다잡은 승리를 놓치며 우승에 실패했다. 한편 페널티킥을 실축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킬리앙 음바페는 결국 0골로 대회를 마치며 악몽같았던 유로 데뷔전을 치렀다.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스위스. 이는 스위스의 유로 역사상 최고기록이다.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스위스. 이는 스위스의 유로 역사상 최고기록이다.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데샹 vs 페트로비치, 두 감독의 치열한 지략대결

3-4-1-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가 오히려 선제골을 허용하는 등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가지 못한 디디에 데샹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수 랑글레를 빼고 킹슬리 코망을 투입해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가져갔다.

이 변화와 함께 후반전 프랑스의 경기력도 올라왔다.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살아남과 동시에 포그바와 캉테의 영향력이 커진 프랑스는 비로소 자신들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였다. 여기에 후반 7분 뱅자맹 파바르의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 상황에서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스위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슛을 막아내는 등 분위기가 프랑스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탄 프랑스는 후반 12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중원에서 볼을 가로챈 뒤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벤제마에게 스루패스를 넣어줬고, 이를 벤제마가 마무리지으며 동점을 만든 것. 이에 그치지 않고 2분 뒤 코망에게서 시작된 프랑스의 공격에서 그리즈만-음바페의 2대1 패스 이후 그리즈만의 크로스를 받은 벤제마의 역전골이 나오면서 프랑스는 요리스의 페널티킥 선방 이후 불과 4분 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는 후반 29분 세번째 골까지 성공시켰다. 벤제마의 슈팅이 수비맞고 흐르자 페널티박스 뒤쪽에 위치해 있던 포그바가 볼을 잡은 뒤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포그바의 발을 떠난 슈팅은 스위스 골문 상단구석에 그대로 꽂혔고 3-1로 점수를 벌린 프랑스는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그러자 스위스 페트로비치 감독이 움직였다. 후반 29분 샤키리와 비드메르대신 가브라노비치와 음바부를 투입해 제공권과 왼쪽 측면수비에 약점을 보이는 프랑스 수비를 공략하고자 한데 이어 후반 35분에는 추버와 엠볼로 대신 바르가스와 파스나트를 투입하는 등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 간절함은 경기종료 10분을 남기고 골로 이어졌다. 후반 36분 음바부의 크로스를 받은 세페로비치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한 골차로 따라붙었고, 이어 후반 45분 자카의 패스를 받은 가브라노비치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스위스

이 치열한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양팀 모두 4번째 키커까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승부는 5번째 키커간의 대결에서 엇갈렸다.

스위스의 5번째 키커로 나선 아드밀 메흐메디가 깔끔하게 슛을 성공시키며 5-4로 스위스가 앞선 가운데 프랑스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킬리앙 음바페의 슈팅을 얀 좀머 골키퍼가 막아내 스위스가 승리했다. 

이 승리로 스위스는 자신들을 괴롭혔던 승부차기 악몽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유로 2016 16강에서 모두 승부차기 끝에 패하는 등 2000년대 들어 출전한 메이저대회 승부차기에서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던 스위스는 승부차기 첫 승리를 이뤄냈다.

이와 함께 67년만에 메이저대회 8강진출도 이뤄냈다. 자국에서 열린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월드컵과 유로 등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8강에 오르지 못했던 스위스는 이번 대회 8강진출에 성공하면서 자신들의 유로 역대 최고성적까지 달성하게 됐다.

활약 아쉬웠던 음바페

한편 페널티킥을 실축한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는 마지막까지 운이 따르지 않았다. 조별리그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모두 오프사이드 선언이 되며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던 음바페는 이후 열린 경기들에서도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스피르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는 등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많은 슈팅기회를 가져갔음에도 기회를 놓치는 등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음바페는 벤제마가 4골, 그리즈만이 1골을 터뜨리는 등 공격진에서 활약했지만 본인은 0골에 그치면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스위스전에서도 음바페의 활약은 아쉬웠다. 후반 12분 벤제마의 득점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5번의 찬스메이킹 등 공격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5번 시도한 슈팅 모두 유효슈팅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그는 왼쪽으로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으나 스위스 얀 좀머 골키퍼가 이를 놓치지 않고 막아내면서 팀을 패배로 이끌고 말았다. 

3년 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으로 영 플레이어상을 수상해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음바페로서는 이래저래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유로2020 스위스 프랑스 음바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깔끔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