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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험 한 가운데 놓인 농촌의 현실이 위태롭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농촌의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육은 지역 재생 발전의 핵심 요인입니다. 지역의 교육이 살아야 지역의 삶은 희망을 꿈꿀 수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의 눈으로 그려낸마을교육공동체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 '깨움 마을학교'의 이야기입니다.[기자말]
며칠 동안 노심초사했다. 매일 일기예보를 검색하면서 날씨를 체크했다. 하늘의 색깔, 햇빛의 세기, 구름의 양, 바람의 강도에 예민해졌다. 아이들 '손 모내기'를 앞둔 하루하루가 두근두근 지나갔다. 농사의 반 이상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6월 10일,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다. '강풍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다. 걱정이 되었다. 오늘 모내기 괜찮을까? 

오후 2시, 묘량중앙초등학교 앞 희망농장. 손 모내기에 나선 아이들은 이 학교 4, 5학년 학생 28명이다. '여민동락 사회적농장'에서 꽤 오랜 시간 공들여 모내기 수업을 준비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함께 논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걷어부쳤다. 학부모들은 모내기 끝내고 먹을 '새참'을 준비했다. 마을신문을 만들고 있는 6학년 학생들은 주변에서 취재로 분주하다. 

한바탕 소동과 같은 모내기 수업
 
농사경력 60년 이상의 어르신이 오늘 아이들의 '농사 스승'이시다.
▲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손 모내기 방법을 전수받는 아이들.  농사경력 60년 이상의 어르신이 오늘 아이들의 "농사 스승"이시다.
ⓒ 김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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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내기를 지도할 농사 스승은 농사경력 60년 이상의 베테랑 농부인 마을 어르신이시다. 일찌감치 논에 나온 어르신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가늠해보며 모내기의 시작과 끝을 시뮬레이션 하신다. 못줄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어느 방향에서 출발해 전진해 나갈 것인지,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피해서 아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세심하게 계획을 세운다. 

아이들은 어르신으로부터 모 심는 방법을 전수받는다. 지금처럼 기계로 모를 심기 전에는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해야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협동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두레', '품앗이'를 하며 일을 나누고 서로 돕는 것이 농촌공동체의 생존 방식이었다.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꽤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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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렬로 서서 논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 .
ⓒ 김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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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속도를 맞춰가며 모를 심어나간다.
▲ 아이들의 손 모내기 현장 함께 속도를 맞춰가며 모를 심어나간다.
ⓒ 김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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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줄잡이가 논을 좌우로 가로질러 못줄을 잡는다.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논에 들어갔다. 난생 처음 진흙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져나온다.

들어가자마자 두려움에 주저하며 걸음 떼기를 망설이는 아이, 한 걸음 떼려다 균형을 못 잡고 엉덩방아를 찧은 아이, 어색함도 잠시 진흙으로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아이, 익숙한 솜씨로 자기 구역의 모를 심어나가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다.

아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 논에 들어간 어른들도 정신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웃고 떠드는 소리로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모내기는 못줄을 따라 길게 한 줄씩 심으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이라 서툴고 속도가 제각각인 아이들이 심은 모들은 삐뚤삐뚤 듬성듬성이다. 

한바탕 큰 소동과 같은 모내기가 끝났다. 몸은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함께 웃었다.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차 올랐다. 힘든 일이 놀이가 되고 배움이 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심은 벼가 자라나 쌀이 되는 '한해살이'를 매일 지켜보며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농부학교'라는 낯선 세계속으로 

배움은 익숙한 것에 관한 반복이 아니다. 배움은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다. 낯설고 어렵고 두려운 것들을 마주하면서 끊임없이 껍질을 깨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린이농부학교'에서 연중 농사를 짓는다. 우리는 아이들이 '농사'라는 불편하고 힘든 노동을 감내하며 새로운 배움을 개척해 나가길 바랐다. 한번 하고 마는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 꾸준한 노동이 되어야 한다.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성장에 관해 감수성을 갖고,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 원리를 이해하면 좋겠다. '나'는 세상만물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관계망속에서 성장하는 생태적 존재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지만 지역 안에서 별다른 역할도 없고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어린이농부학교'를 통해 학교와 마을이 연결되고, 학교가 마을 바깥의 '외로운 섬'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기를 바랐다. 아이들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생하는 유기적 공동체의 모습을 농사 활동을 통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밭농사 구역, 논농사 구역, 과수 구역으로 나뉘어진 '희망농장'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한다. 각자의 이름을 붙인 매실나무를 돌보고 가꾼다. 매일 농장에 들러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작물들이 잘 자라날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인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농장은 '풀과의 전쟁'이다. 호미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풀을 맨 아이는 그날의 '농사일지'에 "풀 지옥에 빠진 것 같다"고 적었다. 

유기농으로 수확한 작물은 필요한만큼 나누거나 무인장터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판매한다. 가족 단위로 와서 채소를 직접 따고 무게를 잰 다음 돼지저금통에 돈을 넣고 가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상추, 감자, 양배추, 고추, 토마토 등 직접 키운 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올라오는지 경험하는 것이다. 

농사 현장에서 땀 흘려 본 아이들은 우리 삶과는 뗄 수 없는 '농'이 갖는 귀중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린이농부학교'라는 낯선 세상에는 농사-생태-인문-사회-경제가 모두 들어있다. 학교와 마을을 넘어서고 다양한 과목이 융합한다. 땅을 통해 배운다. 땅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과 마을사람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된다. 땅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나간다. 

좌충우돌 모내기 후일담 

모내기 다음날 논에 가보니 아이들이 심은 모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 서툰 솜씨로 심은 태가 났다. 이양기로 심어 정확한 간격으로 열맞춰 서 있는 바로 옆 논의 모습과는 정반대다. 다시 들어가 수습하지 않으면 올해 쌀농사가 '나 홀로 흉년'이 될 판이다. 

주말에 학부모들이 농장에 모였다. 쓰러진 모를 일으키고 듬성듬성 빈 곳에 다시 모를 심었다. 농장 곳곳에서 진군하듯이 밀려오는 풀도 멨다. 함께 일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관한 고민들도 나눈다. 

농장은 아이들의 교육 활동만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학부모들, 선생님들, 마을주민들이 오가며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환대하며 관계를 맺는 마을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마을의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고 이야기해야 공동체는 희망을 꿈 꿀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이름 붙인 이 농장의 이름이 '희망농장'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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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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