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MBN 예능 프로그램 <전국방방쿡쿡>이 배우들과 운동선수들의 유쾌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6일 방송된 최종회(12회)에서는 스포츠 스타 허재, 홍성흔, 박태환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마지막 캠핑을 즐기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열두번째 캠핑의 무대는 충청북도 충주였다. 제작진은 충주 특산물인 사과를 이날의 특별재료로 제공했고 요리 주제로는 '여행 기분을 느낄수 있는 이국적인 요리'가 선정됐다.

이날의 예산 획득 게임은 탁구였다.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선수팀이 압승을 거두며 예산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무제한카드'를 획득했다. 궁지에 몰린 배우팀을 구제하기 위하여 제기차기로 한 개당 500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상엽이 7개, 차태현이 6개에 그쳤으나 장혁이 27개로 분전하며 총 2만 원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회인 만큼 이날 점심은 선수팀과 배우팀을 나누지않고 모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선수팀은 현주엽과 김태균이 압도적인 먹방을 과시하며 등심과 차돌박이, 삼겹살 등 고기만 무려 23인분을 먹어치우는 먹성을 과시하여 배우팀을 놀라게 했다. 장시간의 식사로 고기 기름을 받아내는 기름통을 교체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사장님은 "개업 이래 기름이 넘쳐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밝히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식사 후 두 팀은 장보기에 나섰다. 선수팀은 넉넉한 예산을 바탕으로 재료구입에 약 40만 원을 투자하여 브라질식 모둠 꼬치구이와 일본식 소고기까스와 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배우팀은 2만 원으로 인도식 카레와 인도네시아식 미고렝, 이탈리아식 볶음면을 준비했다.

마지막 캠핑 친구로 등장한 것은 허재, 홍성흔, 박태환이었다. 이미 오랜 친분을 자랑하는 사이답게 출연자들은 서로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허재는 이국적인 요리를 요청한 이유에 대하여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여행도 못다니는 만큼 음식으로나마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고 밝혔다.

캠핑친구들은 저예산으로 완성한 배우팀의 요리를 시식하고 하나같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홍성흔은 볶음면을 먹어보고는 "제발 맛있기를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태환은 카레를 먹고나서 "인도를 안 가봤는데 이 음식을 먹고나니 안가봐도 될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 홍성흔은 "가격 대비로는 괜찮았는데, 모든 요리에서 땀이 나게 만드는 열정적인 음식이었다"는 총평을 남겼다.

이제는 선수팀의 요리를 맛볼 시간. 안정환은 "여행으로 치면 우리는 럭셔리한 여행이고, 저쪽(배우팀)은 배낭여행"이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정작 친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허재는 "배우팀 카레를 먼저 먹으니 간이 강해서 선수팀 카레의 맛을 못느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정환은 "까다롭다"고 툴툴대며 웃음을 자아냈다.

식사를 마치고 캠핑 친구들과 본격적인 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펼쳐졌다. 허재는 안정환이 항상 보양식을 많이 챙겨준다는 미담을 공개했다. 농구계 직속 후배인 현주엽에 대해서는 "귀여운 돼지"라고 애정 어린 평가를 내렸다. 허재는 현주엽과 농구대표팀 시절에 인연을 맺었을 때 처음엔 10년 터울의 나이차 때문에 어려워했지만 술을 한잔 사주면서 점점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밝혔다.

홍성흔은 야구계 후배인 김태균이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예능에서 활약할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김태균이 " 낯도 많이 가리고 선배들에게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고백하자, 정작 옆에 앉아있던 현주엽은 어이없어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허재의 유명한 국가대표 중국전 기자회견 비하인드 스토리도 언급했다. 허재는 2011년 대표팀 감독 시절 아시아대회에서 중국전이 끝나고 일부 중국 기자들의 무례한 질문에 발끈하여 회견장을 박차고 나온 사건이 있었다. 허재는 "중국기자들이 자꾸 경기내용과 무관한 질문으로 도발해서 화가 났다"고 밝혔다. 허재는 이후 화를 삭히지 못하고 기자회견장으로 다시 돌아가 질문을 던진 기자를 불러내려고 했으나, 중국 공안들에게 양팔을 붙잡혀 그대로 끌려나갔다는 웃픈 이야기도 고백했다.

야구계 선후배인 홍성흔과 김태균은 서로에 대하여 훈훈한 칭찬 배틀을 벌이는 듯 했다. 하지만 '둘중 누가 더 야구를 잘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김태균은 추호의 망설임없이 "방송은 솔직해야 하지 않냐, 야구는 내가 잘했다"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발끈한 홍성흔은 김태균의 단점으로 "타석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끈다"고 폭로했다. 김태균은 자신의 현역 시절 타격 준비과정을 그대로 재연하며 "투수와 나름의 심리전"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주엽은 "이 정도면 진상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스포츠 실명토크'에서는 선수시절 가장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았던 멤버로 허재가 꼽혔다. 허재는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내며 웃음을 안겼다. 현역 시절에 비하여 외모가 가장 많이 바뀐 사람으로는 안정환과 현주엽이 공동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현주엽은 허재의 이름을 적고는 "서른 이전에는 콧날도 오똑하고 날카롭게 잘생긴 외모였는데, 농구를 너무 잘해서 집중견제를 받으면서 코뼈도 부러지고 외모가 무너졌다"라며 웃기면서도 씁쓸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김태균은 현주엽과 박태환의 이름을 연달아 잘못 적어내며 구박을 받기도 했다. 스포츠 선수 중 자체 선정 외모순위를 놓고 농구부 형제 허재와 현주엽이 잇달아 하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굴욕을 당했다.

허재는 '왠지 그냥 가장 짠한 사람'과 '가장 부러운 사람'을 묻는 질문에도 모두 본인의 이름을 적어냈다. 차태현은 "본인을 정말 사랑하신다"며 웃었다. 현주엽은 "요즘은 방송에 출연하여 동네형같은 이미지가 됐지만, 원래는 카리스마있고 존경받는 형이었다. 방송을 위해서, 농구를 위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희생하는 것 같아 짠하면서도 존경스럽다"고 고백했다.

허재는 "결혼 30년 차에 두 아들로 농구선수로서 성공했다. 주변에서도 나를 많이 부러워하는 것 같다"며 현재의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안정환은 "전부 다" 부럽다고 평가했다. "성공한 위치에 올라서려면 어느 정도 해야하는지 잘 안다. 그래서 박태환도, 허재도 부럽다"라며 같은 운동선수다운 공감대를 드러냈다.

요리 최종대결은 근소한 차이로 선수팀이 승리했다. 통산 전적은 선수팀이 8승, 배우팀이 4승을 기록했다. 방송기간 중 획득한 1200만 원 상당의 황금숟가락은 각팀 출연자들의 이름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하여 기부하기로 했다. 멤버들과 캠핑친구들은 그동안의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전국방방쿡쿡>은 배우팀과 선수팀으로 나뉘어 전국의 특산물을 재료로 야외에서 캠핑친구들을 초청하여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배우팀은 차태현-장혁-이상엽이, 선수팀은 안정환과 김태균, 그리고 4회부터 박태환이 하차하고 현주엽이 합류했다.

콘셉트 자체는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싱싱하고 맛깔나는 현지의 제철 특산물로 만들어내는 쿡방과 먹방의 향연, 배우들과 스포츠 선수들이 각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케미는, 의외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차태현이나 안정환, 현주엽 등은 이미 예능에서 검증받은 인물들이지만 김태균이나 장혁도 예상외로 엉뚱한 4차원적 매력을 선보이며 색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각각 배우나 운동선수들끼리만이 공감할 수 있는 숨겨진 에피소드과 진솔한 속내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만의 소소한 재미였다. 특히 장혁은 드라마에서 주로 진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로 달리, 래퍼 TJ 활동 시절 이름의 숨겨진 비밀, <추노> 액션 신의 비하인드 스토리,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와의 연기대결 일화 등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자폭개그'를 선보이며 배우팀의 분량을 하드캐리 했다.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MBN <전국방방쿡쿡>의 한 장면 ⓒ MBN

 
선수 팀에서는 현주엽과 김태균의 '먹깨비' 듀오가 빛을 발했다. 김태균은 방송 초기에는 다소 적응이 덜된 듯 서먹서먹한 모습을 보였으나 현주엽이 가세하고 선수팀의 막내가 되면서 '구박받으면서도 할말 다 하는' 당돌한 막내로 캐릭터가 잡혔다. 특히 현주엽과는 토크에서는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먹방에서는 유독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전국방방쿡국> 중반 이후로는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그동안 동생들 사이에서는 다소 권위적이고 까칠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현주엽이지만, <전국방방쿡쿡>에서는 타종목 레전드이자 한참 동생인 김태균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이 의외의 반전 재미를 이끌어냈다. 김태균의 뿅망치에 얻어맞고 당황하는 모습이나, 외모 배틀에서 김태균에게 밀리는 굴욕을 당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의 케미가 한창 물이 오를만한 시점에 방송이 막을 내리는 게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자극적인 소재나 관찰 예능들이 범람하는 요즘 방송가에서 <전국방방쿡쿡>은 채널을 맞추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중간부터 다시 시청해도 내용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편안하고 착한 예능'의 매력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음식 전문가들은 아니어서 서투른 부분도 많았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를 위하여 정성껏 요리를 만들고 대접하는 과정을 통하여 음식을 먹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즐거움'도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동일한 멤버들로 시즌2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전국방방쿡쿡 김태균 현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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