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멋진 역습의 팀 대구 FC가 비록 역전패했지만 현재 J리그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정신없이 흔들어놓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내용과 결과였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은 핵심 세 선수(FW 정승원, DF 정태욱, DF 김재우)의 빈 자리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다음 달에 한 번 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병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1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로코모티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I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첫 게임에서 2-3으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36살 동갑내기 '정성룡-이근호'의 만남

대구 FC의 첫 상대 팀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이 대회 우승의 꿈을 품고 야심차게 달려나왔다. 2020 J리그1 챔피언에 오른 것도 모자라 일본 FA(축구협회)컵 성격의 일왕배까지 들어올렸으니 이제 그들은 이 대회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우리 축구팬들도 잘 알고있는 베테랑 골키퍼 정성룡이 골문을 지키고 있다. 만 나이로 36살이나 됐지만 그의 몸놀림은 20대 어린 골키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박지성과 함께 월드컵에도 나갔으니 정성룡의 판단력과 수비 조율 능력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성룡이 먼저 골을 내줬다. 게임 시작 후 8분만에 대구 FC 왼쪽 윙백 황순민의 벼락같은 왼발 슛이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미드필더 주앙 슈미트의 볼 처리 실수가 눈에 띈 것이다.

27분에는 대구 FC에게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가 찾아왔다. 골잡이 에드가를 가와사키 프론탈레 수비수 제시엘이 노골적으로 잡아서 넘어뜨린 바람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이 기회를 에드가가 직접 오른발로 처리했으나 골 라인 위에서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정성룡의 순발력이 더 놀라웠다. 

0-2로 주저앉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베테랑 골키퍼 정성룡이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정성룡은 후반전에도 세징야의 역습 슛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며 잡아내 대구 FC 선수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러는 사이에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역전 드라마가 이루어졌다. 40분에 레안드루 다미앙의 놀라운 오버헤드킥 동점골이 나온 것이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으로 뛰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골잡이의 위용을 뽐낸 명장면이었다.

대구 FC에도 정성룡의 동갑내기 공격수가 전반 종료 직전에 들어왔다. 바람의 아들 이근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찾아온 크로스 기회를 기막히게 살려내 세징야의 헤더 골(47분)을 도왔다. 크로스 타이밍과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베테랑 공격수가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정성룡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골 라인을 통과한 세징야의 헤더 슛을 걷어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대구 FC의 돌풍이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발목을 잡는 듯 했지만 그들의 놀라운 골 결정력이 게임을 뒤집고 말았다. 대구 FC의 수비 집중력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 두 장면이 3분 간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51분에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왼쪽 끝줄 컷백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대구 FC 수비수 홍정운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하필이면 바로 앞에 레안드루 다미앙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3분 뒤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도 대구 FC 수비수들은 이른바 '세컨드 볼'에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에 상대 미드필더 주앙 슈미트에게 뼈아픈 펠레 스코어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제 대구 FC는 오는 29일(화) 오후 11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와 만나는데,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리턴 매치가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하는 대구 이병근 감독.

기자회견 하는 대구 이병근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2021 AFC 챔피언스리그 I조 결과(27일 오전 1시, 로코모티브 스타디움-타슈켄트)

★ 대구 FC 2-3 가와사키 프론탈레 [득점 : 황순민(8분), 세징야(47분,도움-이근호) / 레안드루 다미앙(40분,도움-제시엘), 레안드루 다미앙(51분), 주앙 슈미트(54분)]

◇ I조 현재 순위표
1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3점 1승 3득점 2실점 +1
2 유나이티드 시티 FC(필리핀) 1점 1무 1득점 1실점 0
2 베이징 궈안(중국) 1점 1무 1득점 1실점 0
4 대구 FC(한국) 0점 1패 2득점 3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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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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