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쌍둥이 배구선수 이다영과 이재영(흥국생명)이 이제는 선수 복귀 가능성을 놓고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소속팀인 흥국생명 구단이 조만간 두 선수를 다음 시즌 선수명단에 등록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이재영과 이다영을 선수 등록 마감일인 오는 30일까지 선수로 등록시킬 것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리스 진출설이 거론되었던 이다영의 해외 이적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보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만일 두 선수를 등록하지 않는다면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풀리게 된다. 이미 중국무대로 떠난 김연경(상하이)을 놓친 상황에서 쌍둥이 자매마저 떠나게 된다면 흥국생명으로서는 손실이 너무나 크다. 만일  국내 타 구단으로 이적하기라도 한다면 흥국생명으로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장 쌍둥이를 전력에 포함시키지는 못하더라도보험 차원에서 선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던 이유다.

또한 흥국생명 측은 선수등록과 복귀는 다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2월 학폭논란이 터진 이후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구단은 설사 선수등록을 하더라도 출장정지 징계는 여전히 유효하며 바로 코트에 복귀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이다영과 이재영을 둘러싼 학폭논란은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쌍둥이 자매는 최근 SNS에 올렸던 사과문을 삭제하는가하면,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폭로자에 대한 법적 대응 절차에 나선 상황이다.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려는 자세보다는, 문제를 어떻게든 덮고 넘어가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선수등록은 누가 봐도 복귀 수순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재 쌍둥이 자매는 구단과 대한배구협회에서는 징계를 내렸지만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두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소속팀 자체 징계만 풀리면 두 선수의 코트 복귀는 규정상 아무런 제약이 없다. 무기한은 말 그대로 기한이 정해져있지않기에 무거운 징계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동시에 언제든 징계를 풀어버릴수도 있다는 한계와 모순도 안고있다.

이다영의 해외진출을 구단에서 나서서 지원한다는 것도 흥국생명이 학폭 논란의 진정한 해결보다 두 선수의 재기 가능성을 더 우선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선수가 해외로 이적하기 위해서 필요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하는 것은 대한배구협회의 소관이다. 협회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이적동의서를 허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속팀이 적극적으로 해외이적을 추진하고 나선다면 협회로서도 마냥 거부하기 어렵다.

또한 이다영이 해외에서라도 선수경력을 이어갈 길이 열리게 된다면, 이재영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복귀를 논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대신 쌍둥이 자매가 이대로 코트에 복귀할 경우,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소속팀, 나아가 배구계까지도 강도 높은 비판 여론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쌍둥이 자매와 흥국생명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복귀하느냐가 아느라, '어떤 모양새로 복귀하느냐'에 달렸다. 이다영-이재영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할 자유는 있는 만큼, 법적 소송을 건다거나 선수활동 재개를 저울질하는 것까지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의 선후가 틀렸다. 학폭 논란 이후 쌍둥이 자매의 가장 큰 실수는 진심어린 반성과 속죄보다는, 눈앞의 사태를 어떻게든 회피하고 모면하는데만 급급한 모습이었다는데 있다. 쌍둥이 자매는 학폭 논란이 벌어진 직후에도 SNS에 짤막하게 올린 자필 사과문 외에는 아무런 입장 표명없이 기나긴 잠행을 거듭해왔다.

그 사이에 이들 자매로부터 비롯된 학폭 논란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은 배구계는 물론이고 단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학폭 미투' 운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이제는 당사자들의 합의나 양해 만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득히 넘어선 지 오래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존재하는 프로스포츠라는 분야에서 종사하는 선수로서, 대중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과 공감대를 등한시한 처신의 댓가는 뼈아팠다.

만일 이대로 선수등록이건 해외진출이건 두 자매가 어떤 모양새로든 복귀에는 성공한다고 치자. 어정쩡한 모양새로 코트에 돌아온다고해서 학폭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09년 국가대표 선수였던 박철우(한국전력)를 폭행 해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상열 전 KB손해보험 감독이 일선 복귀 선례는 좋은 반면교사다. 이상열 감독은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 이후 본인의 폭행 사건까지 재조명되면서 결국 자진사퇴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했다.

'과거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망가진 이미지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 대중들이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과연 팬들의 박수와 환호가 없는 코트에 나선다고 두 선수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은근슬쩍 말과 태도를 바꾸는 학폭 가해자들의 행태와 그들을 방관하는 배구계 역시 덩달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남기게 된다.

오늘날의 시대적 분위기는 운동선수에게도 실력보다 인성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부적격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엄중한 일벌백계과 진심어린 속죄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중의 요구다.

쌍둥이 자매가 복귀를 하고 싶었다면 먼저 공개적이고 충분한 사과와 자숙 등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현명한 대처가 선행되어야했다. 법과 규정은 그 다음의 문제다. 과연 쌍둥이 자매가 스스로 코트에 복귀할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팬들을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기 위하여 본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부터 먼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학폭 흥국생명 이다영이재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