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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기자말]
일 년 중 설탕 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기는 언제일까? 답은 6월, 집집마다 매실청을 담그느라 설탕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실청에 쓰이는 설탕의 양만 어림잡아 4만 톤 정도 된다 하니 한국인의 매실청 사랑을 알 수 있다.

내게도 6월 초여름은 매실의 향기로 기억된다. 6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는 매실, 국내에서는 껍질이 연한 녹색에 과육이 단단하며 신맛이 강한 상태의 청매를 선호하기 때문에 매실이 노랗게 익어가는 6월 중순이 되면 대부분의 집이 일 년 치 매실청, 장아찌 담그기를 끝낸다.
 
황매실
 황매실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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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바빠지는 건 바로 이맘때, 황매실이 나올 때다. 청매실이 노랗게 익은 황매실은 그 향기가 청매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황홀해 씻어서 물기를 말려두면 온 집안이 매실의 향으로 가득 찰 정도다. 그 향긋함에 못 참고 매실 열매를 살짝 깨물어보기도 하지만 역시 너무 시고 떫어서 생으로는 먹지 못한다.

알면서도 깨물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 황매실의 향기에 반해 몇 년 전부터 매 해 우메보시와 장아찌, 매실 술을 담그는 연례행사를 시작했다. 향이 좋고 달콤하게 익은 황매실은 구연산 함량도 청매실보다 월등히 높지만 과육이 물러 흠집 나기도 쉽고 다루기가 까다롭다.

게다가 매실은 수확 후 2~3일만 지나도 노랗게 익을 정도로 후숙과 부패가 빨라 익은 황매실 상태에서 수확해서 유통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황매실을 주문한다고 해도 반은 파랗고 반은 노란 상태의 매실이 오는데 이것을 하루 정도 후숙해 노랗게 만든 뒤 사용한다. 이렇게 집 안에서 후숙을 할 때 매실 향의 기억, 이것이 나의 초여름 인상이 되어버렸다.

매실이 오면 우선 베이킹소다와 식초 등을 약간 넣은 물에 잘 씻은 뒤 채반에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말리고 이쑤시개나 꼬치 등을 이용해 꼭지를 제거한다. 이 중에 아직 많이 파랗고 딱딱한 것은 골라내어 칼집을 넣어 깨고 씨앗을 제거한 뒤 설탕을 더해 매실장아찌를 담근다. 아삭아삭한 매실장아찌는 일 년 내내 입맛을 돋우는 고마운 반찬이 된다.

나머지 매실은 하루가 지나 노랗게 후숙되면 그중에서도 알이 크고 흠집 없이 예쁜 것만 골라낸다. 알이 큰 매실은 그 크기가 골프공만 해 얼마나 예쁘고 탐스러운지 모른다. 이렇게 예쁜 매실을 골라내다 보면 어느새 정이 들어 '이것도 예쁜데, 어 이것도 예쁜데'하면서 모든 매실을 예쁘다고 골라내게 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작년에 담근 우메보시, 덴피보시 하는 모습
 작년에 담근 우메보시, 덴피보시 하는 모습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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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낸 크고 탐스러운 매실은 우메보시가 된다. 매실 무게의 10~15% 소금과 소주 약간을 더해 소독한 밀폐 용기에 넣고 2주간 절인다. 이때 매실에서 나오는 매실 초에 매실 열매가 다 잠겨야 상하지 않기 때문에 누름 돌이나 밀폐 봉투에 물을 채운 것 등 무거운 것을 이용해 눌러도 좋다. 2주 후에는 차조기를 넣어 빨갛게 물을 들인다. 우메보시 하면 떠올리는 그 빨간 색과 특유의 향을 내는 것이다.

매실 무게 20% 정도의 차조기에 차조기의 20% 정도 굵은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두세 번 빨아 검은 물은 버리고 와인 빛의 고운 진홍빛 색이 나기 시작한 것을 절인 매실 위에 올린다. 빨간 물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매실에서 나온 매실 초를 조금씩 넣어가며 빠는 것도 좋다.

빨간 물이 나온 차조기 잎을 올린 뒤 이 대로 다시 한 두 달 두었다가 장마가 끝나고 해가 아주 쨍쨍할 때 빨갛게 물든 우메보시를 채반에 건져내 햇볕에서 3일간 말린다. 이를 '덴피보시'라고 하는데 해가 3일 연속 쨍쨍할 때를 잘 골라야 해서 장마가 끝나면 언제쯤 덴피보시를 시작할지 날씨와의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덴피보시가 끝난 우메보시는 다시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겨울쯤에 맛을 본다. 말 그대로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맛이다.

하지만 일본의 우메보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고, 차조기를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과정이 귀찮기도 하다. 그런 이들에게는 매실주 담그기를 추천한다.
 
작년에 담근 매실주
 작년에 담근 매실주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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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황매실의 향이 가득 담긴 전 년에 담근 매실주를 내어주는데 모두가 놀랄 정도로 맛이 깊고 훌륭하다. 황매실로 담그는 매실주도 일본식으로 담그기 시작해 계속 같은 방법으로 담그고 있는데 포인트는 매실의 양을 아주 많이 넣어 맛과 향이 진하고 일반 설탕 대신 얼음 설탕을 써 설탕이 천천히 녹아 발효도 천천히 되도록 해 술맛이 부드럽다는 것에 있다.

얼음 설탕은 설탕이 얼음 결정처럼 덩어리진 설탕으로 중국 식자재 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주문할 수 있다.

🍈 매실주 담그기

- 재료

황매실 1kg, 담금주 1.8L, 얼음 설탕 500g (매실의 50~70%, 취향에 따라 단 맛 조정)

- 만들기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물기 하나 없이 채반에 바싹 말리고 꼭지를 제거한다.
2. 술을 담글 유리 용기를 열탕 소독하고 물기 없이 바짝 말린다.
3. 용기에 매실과 얼음 설탕, 담금주를 차례대로 붓고 뚜껑을 꽉 닫아 100일 뒤부터 먹는다.
 
 
올해 담근 매실주
 올해 담근 매실주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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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간단한 과정이지만, 백일 후에 보여주는 맛은 놀라울 정도다. 사실 올해는 우메보시나 매실주 만들기를 건너뛰려 했다. 우메보시는 몇 년 전부터 매년 담가온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데다가 올해는 우메보시 대신 아작아작한 식감의 일본식 절임인 '카리카리 우메'와 한국식 매실장아찌 담그기에 빠져 벌써 청매실을 잔뜩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매실 없이 초여름이 지나가다니, 그 향기가 그리워 황매실을 소량 주문해 우메보시도, 매실주도 조금씩 담갔다.

그러고도 남은 황매실로는 인터넷에서 본 새로운 매실 양념을 시도해보았다. 바로 '매실 된장'. 잘 익은 황매실을 설탕과 함께 된장에 일주일 동안 박아두기만 하면 끝이라니 간단하기도 하다. 본 레시피에서는 일본 미소 된장을 사용하지만 한국 된장에 응용해도 좋을 듯하다. 시판 일본 미소 된장을 사용한다면 맛내기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무첨가 된장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매실 된장 만들기

- 재료

황매실 500g, 미소 된장 500g, 설탕 250g

- 만들기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물기 하나 없이 채반에 바싹 말리고 꼭지를 제거한다.
2. 밀폐용기 아랫면에 된장의 절반 분량을 깐다.
3. 된장 위에 설탕의 절반 분량을 뿌리고 그 위에 황매실을 얹은 뒤 다시 나머지 설탕을 뿌린다.
4. 나머지 된장으로 잘 덮고 된장이 공기에 노출이 안 되도록 랩으로 잘 덮은 뒤 밀폐용기 뚜껑을 닫는다.
5. 설탕이 녹을 때까지 하루 정도 실온에 둔 뒤 냉장고에 넣어 일주일간 둔다.
6. 매실에서 즙이 나오고 설탕이 녹아내리면 매실은 건져내고 내용물을 고루 잘 섞어 냉장고에 두고 사용한다.

 
매실된장 담그는 과정
 매실된장 담그는 과정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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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된장을 담근 지 일주일 뒤 모습
 매실된장을 담근 지 일주일 뒤 모습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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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을 건져낸 모습
 매실을 건져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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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된장 완성
 매실된장 완성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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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매실 된장은 황매실의 향이 그윽하게 배어들고 설탕이 더해져 새콤달콤하니 들인 노력에 비해 아주 훌륭하다. 절임에 쓰인 매실은 버려도 되고 많이 새콤하기는 하지만 장아찌처럼 밥과 함께 먹어도 된다.

달콤한 된장이다 보니 생선에 펴 발라 굽는다든가, 가지볶음에 소스로 사용한다든가, 주먹밥 위에 발라 굽는다든가 다방면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단순하게 해산물이나 미나리 등을 초된장으로 무치는 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집 안 가득 매실을 쌓아놓고 매실과 씨름하는 모습에 스스로 '참 유난이다' 싶기도 하다. 매실청에는 관심도 없는 1인 가구가 매실이라니. 하지만 매실주나 매실 된장은 그야말로 간단하고 맛도 좋으니 안 할 이유도 없다. 초여름의 향긋함을 오래오래 저장하는 방법, 아직 황매실 철은 끝나지 않았으니 그 향기에 같이 취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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