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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양이가 잡은 두더지. 눈이 퇴화한 상태인지 찾기 어렵다.
▲ 두더지 흰양이가 잡은 두더지. 눈이 퇴화한 상태인지 찾기 어렵다.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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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서 놓아기르는 '흰냥이'(본디 길고양이인데 꾸준히 밥을 줬더니 이제 집에서 살다시피 합니다)가 두더지를 잡았습니다. 두더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적어도 전 세계 유아들에겐 BTS멤버들 보다 두더지가 더 인기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란 그림 동화책이 유아들의 '늘사랑상품'(스테디셀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에 나오는 두더지는 흙을 뚫고 나와 머리를 내미는 순간 누군가 싼 똥 벼락을 맞았습니다. 이에 두더지는 잔뜩 화가 나서 동물들을 한 마리씩 찾아다니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고 묻고 다닙니다. 두더지 머리에 똥 싼 녀석은... 강아지로 밝혀지고 두더지는 개 집 위에 올라가 콩알만한 똥으로 복수를 하지요. 
 
정원을 쏘다니는 흰양이
▲ 흰양이 정원을 쏘다니는 흰양이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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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는 땅굴파기 선수라 주로 땅속에서 생활하기에 눈이 멀기도 한답니다. 땅굴은 잘도 파고 다니는데 땅 밖으로 나오면 눈이 어두워 헤매는 일이 잦나 봅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고 이리저리 묻고 다니는 장면은 눈 어두운 두더지 습성과 잘 어울립니다. 그림동화책에 나오는 두더지와 실제 두더지 모습을 비교해 보니 정말 쏙 닮았습니다. 

요즘은 대다수 유아가 도시에서 자라기에 실제 두더지를 보기란 매우 힘들 겁니다. 죽은 두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는 뾰족하게 튀어나왔고 앞발은 흙을 잘 헤치도록 바깥쪽으로 나 있습니다. 눈은 아무리 보아도 어디에 달려 있는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머리끝과 턱 중간 부위에 눈의 흔적처럼 보이는 게 있긴 한데 애초 눈이 없었다는 듯이 눈 자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죽었기에 감은 눈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사진을 확대해 보아도 눈 형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흰냥이는 두더지를 잡은 걸로 그냥 만족하는지 먹으려 하진 않았습니다. 쥐였다면 사양지심을 보이지 않고 맛있게 먹어 치웠을 텐데 흰양이에게도 두더지는 낯설어 먹기가 꺼려졌나 봅니다. 그럼 죽은 두더지를 어찌하였느냐고요? 그가 누비고 다니던 흙속에 고이 묻어 주었습니다. 

태그:#두더지, #길고양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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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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