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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는 독특한 모양의 까만 주걱 부리를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있는 새가 있는데 바로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다. 각시바위는 저어새의 서식지다.
 강화도에는 독특한 모양의 까만 주걱 부리를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있는 새가 있는데 바로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다. 각시바위는 저어새의 서식지다.
ⓒ 신영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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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물로 가득한 논에 길게 심어진 어린 모들이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싱그럽다. 그곳에서 종종 유유자적하게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백로를 보게 된다. 강화도에는 독특한 모양의 까만 주걱 부리를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있는 새가 있는데 바로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다.

강화 갯벌은 저어새들의 주요 서식지​

넓은 강화 갯벌에는 칠게, 농게, 갯지렁이 등의 풍부한 먹잇감이 있다. 게다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서해 접경지역인 석도와 비도, 구지도 등의 무인도는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한 저어새들에게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기 좋은 서식지가 알려져 있다.

강화도 분오마을에는 접근이 어려운 바다 한가운데에 작은 바위섬인 각시바위가 있다. 이곳에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석축 너머에는 간척으로 형성된 넓은 논도 있다. 이곳은 만조 때 각시바위에 물이 들어와 쉴 공간이 없는 저어새에게 휴식 공간이 되어 준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저어새에게는 민물에서 어미 새가 잡아온 작은 물고기를 먹이며 크는 공간이 된다.
 
강화 분오마을에는 접근이 어려운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인 각시바위에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사진은 선상 탐조 모습.
 강화 분오마을에는 접근이 어려운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바위섬인 각시바위에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사진은 선상 탐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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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니터링한 결과에 의하면 각시바위에서 약 60여 쌍 정도가 번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 시기가 되면 흩어져 있던 저어새들이 각시바위 근처로 모여 먹이활동을 하다가 월동지(동남아, 일본)로 함께 남하한다고 한다.

동막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분오마을은 2018년 행정안전부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에서 '탐조관광이 가능한 저어새 생태마을'로 선정됐다. 3년간의 공사로 올해 초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와 세족장이 완공됐고, 분오리돈대 아래로는 동막해수욕장까지 가는 데크도 만들어졌다.
   
저어새 만날 수 있는 생태마을

저어새 생태마을이라는 표지를 보고 들어선 분오마을에는 커뮤니티센터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어판장이 있다.

저어새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갯벌 생태교육 허브 물새알' 홈페이지(http://moolseal.modoo.at)에 접속한 뒤, 문화재청이 저어새를 주제로 운영하고 있는 '문화재 생생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무료로 저어새에 대한 강의도 듣고 각시바위 근처까지 가볼 수 있는 선상 탐조에 참가할 수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어느새 동막 해수욕장에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어느새 동막 해수욕장에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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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분오마을에서 갯벌 체험중인 관광객들. 이곳에는 농게, 칠게 등 저어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강화 분오마을에서 갯벌 체험중인 관광객들. 이곳에는 농게, 칠게 등 저어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 신영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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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동막해수욕장에서 때 이른 피서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은 모래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병풍처럼 펼쳐진 잔잔한 바다 풍경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초승달 모양의 분오리돈대까지 올라가 맑고 푸른 기운에 젖어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바로 그 아래 분오마을이 저어새 생태마을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강화 생태마을인 분오마을 인근에는 분오리 돈대가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강화 생태마을인 분오마을 인근에는 분오리 돈대가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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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오마을 커뮤니티센터. 이곳에서는 멀리있는 저어새를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분오마을 커뮤니티센터. 이곳에서는 멀리있는 저어새를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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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대가 설치된 커뮤니티센터에 방문했는데, 주말이라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탐조가 가능한 저어새 생태마을이라면 망원경을 통해서 저어새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상경 갯벌생태교육허브 물새알 대표는 "어민들과 중앙정부가 만들어 낸 저어새 마을이 단지 커뮤니티센터라는 건물만 짓고 데크를 놓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라며 "저어새를 주요 콘텐츠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모델링해주면서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예산 등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분오마을 앞바다 각시바위에선 저어새가 만들어 놓은 많은 둥지를 볼 수 있는데, 파도가 센 날이면 몇 개의 둥지가 바다로 떠내려가곤 한단다. 저어새는 보통 두세 개 밖에 알을 낳지 않는데, 간혹 둥지에서 그 이상의 알이 발견되는 일도 있다. 아마도 둥지를 틀지 못한 새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놓은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작은 바위섬 각시바위는 저어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너무 비좁다. 관계자들은 각시바위 옆에 있는 또 하나의 돌무더기에 인공 섬이라도 만들어 주자고 건의해 봤으나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저어새를 보호하고 육성하려 한다면 이런 작은 섬 하나 더 마련해 주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테다.

저어새는 20년 전 전 세계에 2000마리 정도였으나 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5000여 마리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여전히 멸종에 취약한 상황이라 꾸준한 보호 관리가 필요하다.

저어새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저어새가 논 한가운데서 먹이를 찾고 있다.
 저어새가 논 한가운데서 먹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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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저어새가 논에 들어와 벼농사를 망친다고 생각하고, 어민들은 저어새가 어장의 물고기를 훔쳐먹거나 그물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고, 공무원들은 강화 갯벌과 저어새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기에 개발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갯벌 뒤 사유지인 자기 논에 철새들이 몰려오자 보호지역으로 묶일까 우려해 일부러 논물을 빼내고 말렸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는 동물보호자들을 안타깝게만 한다.

개인의 사유 재산도 지켜져야 하고 희귀 동식물도 보호해야 하며, 강화의 개발도 자연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구는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른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인천시는 환경특별시 추진의 일환으로 인천 앞바다의 해양생태계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제1차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실천계획(2021~2030)'을 수립하고 해양 생태계 보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실태 파악 후 미래지향적인 사고 아래, 이곳을 인천만의 독창적인 생태관광지로 조성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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