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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2020년 중순,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한 사업가의 강연을 접했다. 그리고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한 연속극의 대사가 떠올랐다.

"돈은 인격체입니다."

생각이 '작전 타임'을 외쳤다. 뭐지? 무슨 말이지? 이제까지 가졌던 생각과 다른 견해에서 오는 이질감이 '암세포도 생명'의 경험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돈이 어떻게 인격체라고 하는 것일까. 궁금함 속에서 강연은 이어졌고 끄덕여지는 고개는 이질감을 부수고 신선함을 드러나게 했다. 자식(이자)도 낳고 사람을 해치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돈은 자아를 가진 인격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돈을 함부로 대하면 절대 곁에 머물지 않는다는 그의 돈에 대한 관점은 그렇게 돈에 대한 내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
  
돈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있다고 합니다.
▲ 두둥~ 돈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게 있다고 합니다.
ⓒ 남희한
 
인격적인 돈과의 관계

신선함이 제법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어느새 잊힐 것을 염려해 강연을 바탕으로 엮은 책을 샀다. 강연에서 돈은 언제든 좋은 곳으로 보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 배움을 처음으로 도서 구매에 적용했다. 응? 뭔가 낚인 느낌? 하지만 걱정도 잠시, 책은 곁에 두기에 모자람이 없었고 좋은 곳으로 돈을 보냈음을 확신했다.

책에선 많은 이야기들이 인격화된 돈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돈도 감정이 있어 함부로 대하면 떠나간다는 것과 존중하고 소중한 친구 대하듯 하면 다른 돈 친구들도 데려와 곁에서 머문다는 이야기. 읽는 중간 중간마다 졸고 있다 찬물을 한 바가지 맞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왜 내 옆엔 돈이라는 친구가 왔다가도 떠나가고 다시 마주칠라 치면 휙 돌아 가버리는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함부로 대한 돈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되짚어보니 돈 벌어오라는 내 등살에 못 이겨 도망가고, 뭐라도 해보려 나갔다 험한 세상에서 흉한 일을 당한 것만 같다. 묻어둔다며 주식에 보냈던 돈은 얼마나 깊이 묻혔는지 반으로 쪼그라들었고, 크게 한 방 하겠다며 도박하듯 베팅했던 돈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돈도 있다. 거래정지로 인해 볼모처럼 잡혀있는 돈. 투자라는 미명하에 보냈던 그 돈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갑자기 사무치게 미안해진다. 보나마나 많이 상해서 돌아 올 듯한데, 다시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정성을 다해 보살필 생각이다.

돈에 대한 태도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배움을 잊지 않고 항상 염두에 둘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내 상황에 가장 와 닿는 나만의 관점이 필요했다. 그리고 절대 가볍게 대할 수 없는 질문을 찾아냈다.

"내 자식을 아무데나 보낼 수 있는가?"

자식이 넷이나 되니까, 한 명 쯤은 세상을 놀라게 할 희대의 사기꾼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나는 한 적이 없다. 혹시 모르니 두 명 정도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키워보면 어떨까 궁금해 한 적도 없다. 미우나 고우나 내 새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길을 따라 좋은 곳으로만 갔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돈을 최고로 여기고 우선시하겠다는 게 아니다. 내 삶을 돕는 인격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런 마음은 자식을 부모, 아내, 친구, 하다못해 안 지 얼마 되지 않는 옆자리 동료로 바꿔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끼면 안위를 신경 쓰게 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돈을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정말 소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겉치레는 걸리적거릴 뿐이다. 담담하게 고백했다. 난 네가 필요하다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잘 지내보자고. 그랬더니 좀 친해졌다.

돈을 쫓으면 돈이 도망간다고 했지만, 잡아 죽일 듯 눈에 불을 켜고 쫓는 경우에나 그랬다. 어디 무서워서 잡히겠나. 뒤도 안 돌아 보고 도망갈 게 뻔하다. 즐겁게 술래잡기하듯 쫓다보니, 그 모습에 다른 돈도 나 잡아 보라며 '함께 노는 돈'이 늘어났다. 그 중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그때부터 돈이 나를 따라 다니고 다른 돈도 더 이상 내게서 도망가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편이니까.

강연자였던 김승호 회장(스노우폭스)의 말마따나 돈은 뒤끝이 없었다.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다루지 않으니 어느 결에 내 곁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우습게 봤던 3~4%의 연간 배당이 이렇게 쏠쏠할 줄이야. 그리고 신재생, IT/반도체라는 좋아 보이는 곳에 조심스레 보냈던 뭉텅이 돈들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무탈하게 자라나고 있다. 아끼는 마음에 조금 더 알아보고 신중했던 탓에 안도와 뿌듯함이 제법이다.

진작 이럴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하지만 이제야 좀 친해진 쿨(Cool)~한 돈처럼 나도 과거는 생각하지 않는 쿨(Cool)내 진동하는 투자자가 되기로 한다. 앞으로도 돈이라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으며 잘 지내볼 생각이다. 나는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돼보려는데...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당신의 선택이 못내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그림에세이, #투자의민낯, #주식투자, #돈에대한태도, #인격체를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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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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