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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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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 동안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숫자다. 그러다  '쿠팡 관련 사망자'가 지난 19일을 기해 한 명 더 늘었다.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과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광주소방서 소속 구조대장 김동식 소방경이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48명이 불이 번지기 전 모두 대피했다.

쿠팡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동식 소방경이 안타깝게 떠났지만 근로자 248명이 5분 만에 대피할 수 있었던 건 빠르게 대피할 수 있게끔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쿠팡의 설명과는 다르다. 스스로를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하는데 오전 5시 10~15분경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오작동을 경험한 탓에 다들 하던 일을 계속했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경보 오작동 아니다. 안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다. 무전을 해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심각하다. 장난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안요원은 정말 무슨 사람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불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퇴근이나 하라'고 하더라. 관계자들 대응에 수치스러움까지 느껴지더라."

청원인은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빠른 신고가 가능했을 텐데, 없어서 신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휴대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켜고 신고를 했더라면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쿠팡 "휴대폰 보관은 안전 위한 조치"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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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청원인의 주장에 대해 "휴대전화는 안전 때문에 반입이 금지된 것"이라면서 "공장이나 제조현장, 물류현장 등은 휴대폰을 보다가 주의산만으로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센터 운영 규정상 이를 근로자에게 고지해 휴대폰을 보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원인이 제기한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경찰이나 소방 당국의 조사를 마치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21일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A씨는 "관리자들이 물류센터 구조도 보안이라며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피와 예방을 위한 기본 정보는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쿠팡의 주장과 상반되는 지점이다. (관련 기사 : "쿠팡 덕평물류센터, 첫 화재경보 20여분 후 대피 지시" http://omn.kr/1u1yo)

쿠팡은 근무 시작 전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보관한 뒤 퇴근 때 돌려주고 있다. 이러한 휴대전화 반입금지 조치는 이번에 화재사고가 발생한 덕평을 비롯해 오산, 인천 등 전국 30개 도시에 산개한 쿠팡 물류센터 대부분에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선 '#쿠팡탈퇴' 이어져

온라인에서는 해시태그(#)를 달고 '쿠팡탈퇴'를 선언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름을 부은 것은 화재발생 5시간 뒤인 17일 오전 11시께 알려진 쿠팡 창업자 김범석씨의 등기이사 사임 발표 소식이었다. 실제로 19일에는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글이 17만여 건이 올라오며 국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1일 자신의 SNS에 "쿠팡 김범석 창업자의 국내직책 사임을 규탄한다"면서 "그 사임은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 사임"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은 지난달 31일"이라면서 "사임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현재 쿠팡은 사망한 김동식 소방경이 1번이다. 2번이 화재 발생인근 지역 주민, 3번이 덕평에서 일한 근로자"라면서 "세 가지 측면에서 회사의 지원방향 등을 빨리 준비해 이분들이 피해가 없게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248명 전원을 지원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쿠팡은 "그중에는 저희 직원 아닌 사람들 있다"면서 "식당과 미화 담당은 쿠팡이 사용자가 아니다. 저희가 사용자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전부 고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다른 센터로 출근 지원을 했던 일용직 노동자 상당수는 채용되지 않았다"며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22일부터 다른 센터로 출근할 것을 21일 오전 9시까지 응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퇴사처리 하겠다고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라고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덕평물류센터 휴업과 전 노동자 유급휴직 시행 ▲고용노동부의 쿠팡 물류센터 전면 조사 ▲위험상황 대처 가로막는 휴대폰 반입 금지 등 반인권적 현장통제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려 물류센터 지하 2층 폐쇄회로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현장 감식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태그:#쿠팡, #덕평, #휴대전화,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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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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