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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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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명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아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도 기득권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은 '당명'이다.

국민의당에선 합당 후 새로운 당명을 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명을 유지할 경우, 겉보기에 '흡수 합당'으로 보인다는 이유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잘되는 음식점 간판 왜 내리나"
[국민의당] "통합의 정신은 새로운 당명으로 구현"

양당의 공식 입장은 상당히 첨예하다. 22일 안철수 대표는 협상을 시작하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당들의 물리적 결합뿐만이 아니라, 중도층과 보수층의 가치의 연합, 노선의 결합까지 더하는 큰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지지층의 확대'를 가장 중요한,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는 상대를 향한 진정성과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라며 "국민의당은 지분 요구를 하지 않겠다. 국민의힘도 기득권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나 굴종을 강요해서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게 해서도 안 된다"라며 "더 이상 저와 국민의당의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폄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당명 교체를 요구한 발언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역시 지난 2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통합은 2020년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간 통합과 양상이 비슷하다"라며 "당시 통합의 정신은 '미래통합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으로 구현됐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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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상승세인 국민의힘은 '잘되는 식당론'으로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22일 서울특별시 방문 및 현안간담회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협상단에게 듣지 못했는데, 국민 여론상 본다고 하더라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제가 비유했던 것처럼 음식점이 잘되니까 간판 내리라는 것이 과연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의아하다"라고 말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또한 이날 오전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와 그리고 최고위원들 입장은 '식당이 시작했는데 간판을 내리라는 건 무슨 의미냐'(이다)"라고 반복했다. "그동안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또 그 안철수 대표께서 하셨던 말씀이 '당명 바꾸자고 안 하겠다. 대신에 당헌·당규에 우리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내용들을 좀 반영해 달라. 그 외에는 요구하지 않겠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황보 대변인은 "당명 얘기가 나와서 저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합당을 해야 된다는 입장은 그 원칙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측이 당초 합의를 번복하고 당명 요구를 새롭게 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당대당 통합 원칙에 합의... 열어놓고 논의할 예정" 

양당의 실무협상단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처음 만났다. 모두발언이 끝나고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가 끝난 뒤, 오신환 전 의원이 기자들 앞에 섰다. 국민의힘 측 실무협상단인 오 전 의원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양당은 가치를 확장하는 '당 대 당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을 서로 합의했다"라며 "실무협상단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정례회의를 하는 것에 합의하고, 그 사이에 수시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 만나는 걸로 결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당명 교체에 관해서 오 전 의원은 "당명 교체에 대한 부분들도 우리가 논의하는 과정 속에 있었다"라며 "앞으로 (당명 교체를) 포함한 내용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당명 교체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라고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앞서 말씀드린 '가치를 확장하는 당 대 당 통합' 그 원칙에 합의했고, 그 속에서 열어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앞서 밝힌 양당 대표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논의가 수월하지는 않을 것 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지분 지렛대? 협상 주도권은 국민의힘?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단장(오른쪽)과 국민의당 권은희 단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단장(오른쪽)과 국민의당 권은희 단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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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명 교체 여부가 그토록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당명 논쟁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당명을 어떻게 하느냐는 통합의 본질이 아닌데, 이 문제로 싸워봤자 도움이 될 게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협상의 주도권은 의원 수도 많고 지지율도 높은 국민의힘이 쥐고 있다"라며 "여론이 국민의당 편이 아닌 이상, 상대적으로 작은 정당인 국민의당이 자신들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당명 교체 요구엔 합당 협상을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당명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지분 지렛대'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종적으로 '국민의힘'으로 통합이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국민의당으로선 합당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엄 소장은 "지금이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워낙 높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갑자기 입당하지 않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이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이 흔들리면 안철수 대표에게도 기회가 온다. 섣불리 '흡수통합'으로 비칠 수 있는 합당에 나설 이유가 없다"라는 얘기다.

태그:#국민의힘, #국민의당, #통합, #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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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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