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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증) 위반 혐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증) 위반 혐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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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긴장하게 할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외부감사법 개정안 얘기입니다. 이 법안은 투자자들이 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사건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나 감리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증선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동안에는 회계법인 등 감사인이 중요 사항에 대해 감사보고서에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법원이 금감원의 사건 관련 기록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금감원이 기업의 영업 비밀, 감리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을 이유로 법원 쪽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특정 회사가 분식회계 등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더라도 이와 관련한 제재 등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는 금융위원회 내 증선위입니다. 이에 이용우 의원실은 관련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이 금감원보다 상위에 있는 증선위를 통해 상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분식회계 자료 공유, 법으로 강제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는 "공정거래법에도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어 금융당국도 외감법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0조에는 법원이 손배소 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해당 사건의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법원은 공정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금융위 자료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2곳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입니다. 

주주들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등이 벌어져 삼성물산에 불리한 결과가 나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는데,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됐다면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닌 최소 1대 1은 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만약 이용우 의원의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현재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삼성물산 손배소가 원활하게 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쪽 변호인 박갑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 주주들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한 뒤 아무런 진전이 없었는데, 최근 회사 쪽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짤막한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우리 쪽에선 언론 기사나 참여연대에서 정리한 자료 외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관련 자료가 없어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증선위 자료를 입수한다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하다며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사실을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하다며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사실을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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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상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에 대한 형사재판뿐입니다.

앞서 2018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회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해고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공방이 현재 법원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게 되면 삼성물산 손배소를 제기한 소액주주 쪽에서도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외감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들이 법원을 통해 증선위 쪽 자료를 입수하게 된다면 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소송 기간도 단축할 여지가 커지게 됩니다. 

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법원은 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일 경우 증거로 채택하게 되는데, 금감원이 여러 핑계를 대며 감리 자료를 보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였다"며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주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손배소 자료, 형사재판 영향 미칠 수도

또 손배소를 진행하는 법원에서 증선위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이와 연계된 형사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형사가 민사에 혹은 민사가 형사에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손배소에서 주주에 유리한 자료가 나오면 검찰은 당연히 이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8년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검찰에 모두 넘겼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배제하긴 어렵다"며 "법원이 증선위 자료를 입수할 통로가 추가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의미 있는 법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상훈 변호사(서울시복지재단 공익법센터장)는 "만약 형사재판에서 증선위 자료를 간과한 채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손배소를 통해 해당 자료가 법원에 전달될 수 있다"며 "소액주주 피해 구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도 "중대 사안인 경우 공공기관에서 축적한 자료가 소송 과정에서 활용돼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한다면 소액주주 피해 구제는 물론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태그:#이재용, #삼성, #삼성물산,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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