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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탓일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요새 부쩍 주변에서 지인 부모님 부고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꺼려지고, 아예 손님을 받지 않고 조의금만 받는 등 장례식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결혼식 역시 식장 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식사보다는 답례품 받아 가는 게 더 인기다.

예전과 달리 스산해진 장례식 풍경을 볼 때면 마음이 더 애잔하고 남 얘기 같지 않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이후 병원 출입에 제약이 많아져서, 입원해서 투병하다가 외롭게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다. 입원하거나 하면 보호자 1인만 상주할 수 있거나, 간병인 1인만 동반 가능해서 보호자 출입이 불가능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코로나가 장기화될 줄 작년 1월에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코로나 이후 바뀐 병실 풍경
 코로나 이후 바뀐 병실 풍경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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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역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는 병원 가서 코로나에 걸릴까 봐 병원 방문을 계속 미루었고, 나중에는 잘못해서 입원하기라도 하면 부모님 면담도 제대로 안 될까 봐 미루었다.

어머니 상태가 안 좋을 때는 가족마다 생각이 달라서 내가 원하는 대로 밀고 나갈 수도 없었다. 어떤 날은 119를 불러 강행군 시키려 했다가 가족의 만류로 119를 돌려보낸 적도 있다.

그때는 119를 돌려보낸 가족이 이해가 안 되고 답답했지만, 이제 와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가끔 아파하시고 정신이 혼미해지실 때도 있긴 하지만, 집에서는 힘든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고, 가족의 보살핌을 두루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입원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미루고 미룬 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보호자가 1인 밖에 동반이 안 되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입원 초기에 다른 가족은 왜 안 오냐고 찾으셨다. 그러다 검사받는 데 지치고 병원에 있기 싫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인 일주일 만에 검사만 받고 퇴원하셨다.

"어떻게 죽는 것이 진짜 존엄한 죽음일까."

예전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라는 내용의 책을 편집하면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존엄한 죽음 같은 그 책의 내용이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의미가 체감되는 느낌이다.

병원에서 약물치료 받으면서 의식 없이 힘들게 삶을 연명하다 죽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치료를 중단하고 맑은 의식으로 자기 죽음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 어떤 게 진정으로 어머니를 위하는 것일까.

이미 오랜 투병 중이셨고 2007년에 약물치료 후유증으로 폐렴에 걸려 돌아가실 뻔하신 적도 있기에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눈에 띄게 쇠약해지신 어머니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데, 게다가 이미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셔서 더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지인 부모님보다 오래 살고 계시는데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생각이 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태그:#코로나 이후 장례식, #존엄한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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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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