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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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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5시 30분께, 화재경보가 울렸다. 관리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확인해볼테니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답을 들었다. 20여분 쯤 후 관리자가 "급히 대피하라"고 했다. 출근하며 지급받은 안전화를 반납하고, 물류센터 밖으로 나갔다.

2020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처음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한 A씨(20대)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처음에 화재경보를 무시하지만 않았어도 불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이 물류센터 내 현장 노동자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최초 화재 발견자가 화재 신고를 하지 못해 신고가 지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화재가 나기 전날인 16일 오후 7시 덕평물류센터에 출근해 물건을 포장하고 배송차에 싣는 작업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17일 오전 6시에 퇴근해야 했지만, 이날 오후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화재 당일, 직원들은 주변에서 10여시간을 대기했다.

"오전 7시 45분까지 덕평물류센터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소방차와 경찰이 오고 주위가 아수라장이니까 화장실도 못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 했죠. 관리자들도 안되겠나 싶었나봐요. 통근 버스를 타고 다른 데로 가야 한다고 해서 이동했어요."
 

버스를 탄 A씨는 아차 싶었다. 출근하며 반납한 휴대폰이 덕평물류센터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걱정할 가족들 생각이 난 이들은 관리자의 전화를 빌려 '괜찮다'고 소식을 전했다. 가족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지 못했던 이들은 연락조차 할 수 없었다.

"휴대전화 강제 반납... 노동자 일회용품 취급하는 것"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5일이 지난 21일에도 연기가 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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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는 사고가 잦아요. 지게차도 다니니까 통로에서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도 있고, 여름에 일하다가 쓰러진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휴대전화도 무전기도 없잖아요. 무조건 관리자를 불러서 사고 난 걸 알려야 해요. 그런데 관리자도 바쁘니까 부르기도 쉽지 않아요. 아무 관리자나 불러서도 안되고요. 입고 작업장에서 사고가 났는데, 눈 앞에 출고 관리자에게 말하면 (입고) 담당자를 부르라고 하니까요."

A씨는 "현장 관리자들은 자기 작업장이 아니면, 일을 떠넘긴다"라며 "어떤 사고가 나도 일단 작업장 관리자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전교육'이야기를 꺼냈다.

"관리자들이 물류센터 구조도 보안이라며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피와 예방을 위한 기본 정보는 제공해줬으면 좋겠어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17일 오전 5시 20분쯤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처음 불꽃이 이는 장면이 CCTV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248명은 모두 대피했지만, 내부 진화를 위해 건물에 들어갔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김동식(52) 소방경은 빠져 나오지 못해 고립됐다가 19일 오전 겨우 유해를 수습했다.

노조는 쿠팡 측에 휴대폰 반입과 쿠팡 물류센터 안전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부터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한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쿠팡이 노동자의 휴대전화를 강제 반납하도록 하는 건 노동자를 사람이 아니라 '일회용품'으로 생각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움직임을 두고 A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쿠팡에서 물건을 사본적이 없다. 로켓 배송을 위해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사람이 바로 나와 동료들인데, 현장을 알고서는 도저히 (쿠팡을) 쓰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A씨를 포함해 휴대폰 등 소지품을 돌려받지 못한 계약직·일용직(단기직)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상하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화재 난지 3일 후 보상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태그:#쿠팡, #화재, #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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