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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빛그린산업단지노동조합 고창운 위원장
 광주지역 빛그린산업단지노동조합 고창운 위원장
ⓒ 고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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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내 첫 지역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민간 자본을 지역에 유치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일자리 모델이다. 독일 폭스바겐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임금의 80%를 받는 일자리를 창출한 '아우토 5000'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노사민정 합의 직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실행할 광주글로벌모터스(아래 GGM)가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에서 공장 착공식을 갖기도 했다. GGM은 국내에서 23년 만에 준공된 완성차 공장이다. 이로써 완성차 공장 생산직 노동자 1천여 명이 고용됐다.

4월 29일에는 광주 빛그린산단에서 GGM 공장 준공식이 있었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광주형 일자리에 채용된 직원의 70% 이상이 광주·전남의 2030 청년들"이라며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이어졌다. GGM 측이 면접 응시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 의사, 향후 파업참여 여부 등의 질문을 건넸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21일 '광주형 일자리'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든 고창운 광주지역 빛그린산업단지노동조합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한국노총 산하 광주 빛그린산단노동조합은 지난 8일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치고 신고증을 받았다.

아래는 고창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는 어쩌다 입사하게 되셨나요?
"저는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광주로 올라왔습니다. 당시 광주의 괜찮은 일자리로는 기아차나 기아차 관련 부품 회사들, OB맥주 공장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역 사회 매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접했습니다. 국내 첫 노사민정 상생형 일자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광주형 일자리를 준비해보기로 마음먹고 폴리텍대에 들어가서 1년간 직업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합격해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경영 설명회를 합니다. 이때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이 공장의 주인은 이 공장을 다니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존 기업에서는 기업 측이 경영을 전담합니다. 그러나 처음 시도되는 상생형 일자리에는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요구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조직을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노사민정 모델을 만드는 데 있어 역할 하고 싶습니다. 전통적 의미의 투쟁적 노동조합의 상을 넘어서는,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한 협력적 노사 상생모델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나갈 생각입니다."

-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조금 어색하기도 했고, 특히 사람들의 마음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노동조합의 상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MZ세대가 가진 특성에 맞추어 개개인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에 따르면 초기 경영안정을 위해 35만 대 생산 목표치 달성 시점까지는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유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이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유예' 규정이 그 자체로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의 선택을 받은 이후에 실무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전망과 노동자들의 생존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형 일자리 협약에 대해서 지역 사회나 언론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노동권에 대해서는 35만 대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라고 합니다. 고창운 위원장에게 '상생'이란 무엇인가요?
""함께 잘 살자"를 좀 더 넓게 해석한 것입니다. 기업, 노동계, 정부가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광주형 일자리 노동자들은 분명 다른 완성차 공장 노동자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그러나, 고용을 포기하게 되면 지역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 도시의 활력과 지역민들의 번영을 위해서 광주형 일자리는 꼭 성공해야 합니다. 이 성공의 핵심 키워드가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광주지역 빛그린산업단지노동조합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광주형 일자리'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생형 일자리입니다. 향후 노동운동의 역사에도 길이 남아 논쟁거리가 될 겁니다. 저희는 그 틈바구니에서 좋은 노동조합의 모델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희의 활동을 통해 조합에 속해있는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앞으로의 삶을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고창운, #광주형일자리 노동조합, #광주형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조합, #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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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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