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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보수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의 이란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
 강경 보수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의 이란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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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 보수파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란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각) 대선 개표 결과 라이시 후보가 약 62%(1792만6345 표)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8.4%(242만7201표)에 그친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이란에서 두 번째로 높은 권력자다. 국내 및 외교 정책을 주도하는 자리다. 

이란 유권자들, 왜 투표소에 가지 않았을까 

라이시는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 성직자이자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을 역임했으며, 유력한 최고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유권자 5931만307명의 48.8%인 2893만3004명 만이 선거에 참여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치러진 역대 이런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라이시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인식되면서 투표 의지를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라이시의 경쟁 상대가 될만한 개혁파 유력 후보들을 실각시켜 출마를 막고, 대선 방식도 라이시한테 유리하도록 짜여진 것에 불만을 품은 이란 국민들이 투표소에 가지 않음으로써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이란에서는 대선 투표가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했다는 확인서를 주고 구직이나 장학금을 신청하는 데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투표를 독려했지만,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AP통신은 "이번 대선은 투표가 아니라 라이시를 위한 대관식(coronation)에 가까웠다"라며 "낮은 투표율과 수많은 무효표는 엄격하게 통제된 선거에 대한 이란 국민의 불만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이와 반면에 이란 국영방송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미국의 제재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졌다"라고 주장했다.

재도전 끝에 대권 잡아... 라이시는 누구?

어린 시절 정규 교육을 그만두고 현재 최고 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한 라이시는 이란이 친서방 정권을 몰아내고 이슬람 공화국을 출범시키자 검사가 됐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신임을 얻은 라이시는 대대적인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고, 사법부 수장이자 최고 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 부의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5000여 명의 정치범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이른바 '죽음위원회'의 일원으로 라이시를 지목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살인과 고문 등 반인륜 범죄로 수사받아야 할 인물인 라이시가 대통령직에 오른 것은 이란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비인간적인 조치를 자행했다는 이유로 라이시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패했다가 재도전 끝에 대권을 잡은 라이시는 "부패와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라며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겠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첫 이란 대통령이 탄생한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언론의 논평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불쾌감을 나타냈다. 

보수파가 전권 장악한 이란... "더 폐쇄적 사회 될 것"

이란의 입법, 행정, 사법을 모두 보수 강경파가 장악하면서 서방 및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갈등도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의 핵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시는 일단 대선 기간에는 핵합의 복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2015년 로하니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타결한 기존 핵합의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란의 중동 내 최대 적성국가인 이스라엘에서도 최근 강경파 정권이 출범하면서 양국 간의 무력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라이시의 당선에 대해 "그는 '테헤란의 도살자'로서 수천 명의 이란 국민이 죽은 것에 책임이 있다"라며 "그는 이란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이시가 핵합의 복원을 지지하지만, 서방의 외교 정책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안정 정책 목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도 "이란은 미국의 제재와 국내적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라이시의 당선은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서방과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고, 핵협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라며 "보수파가 권력을 장악한 이란은 지금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가 되어 국민들의 자유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이란 대선,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핵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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