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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백신 접종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 11일 '30세 이상 예비군' 자격으로 동네 병원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지만 주사를 딱히 무서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사랑니 뽑을 때 입안에도 마취주사를 맞아보고, 켈로이드 흉터 치료 때문에 가슴에도 주사를 맞아보고, 여드름 치료 때문에 얼굴 여기저기에도 주사를 맞아보고... 온갖 군데에 각종 주삿바늘을 꽂아본 탓에, 팔뚝에 주사 맞는 건 애교 수준이다.

​그럼에도 먼저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살짝 겁이 났던 건 사실이다. 심지어 주사 맞고 30분도 안 되서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지고 업무를 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는 지인도 있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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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겁 먹었다

그러나 막상 맞은 백신 주사는 예의 다른 주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주삿바늘이 맨살을 뚫고 들어가는데 통증이 아예 없을 리는 만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난히 아프다고 느껴진 것도 아니었다.

맞고 나서 10초 정도 지났을까? 살짝 묵직함이 올라왔다. 그마저도 금세 가라앉아서 나중에는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느낌도 없었다.

"젊은 분일수록 아마 심한 몸살이 와서 힘드실 수 있습니다.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많이 힘들면 119에 꼭 신고해서 응급실로 가시기 바랍니다."

의사 선생님의 살벌한 경고(?)를 들은 뒤, 진료실을 나서는데... 그가 "군대 갔다오신 것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백신 맞은 흔적
 백신 맞은 흔적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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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다녀온 게 벼슬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역의 가치를 폄훼하는 이들이 많아 속상하고 화도 많이 났던 차였는데, 오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게 뿌듯하게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도 경고했지만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면 발열, 두통, 오한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나처럼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그럴 경우를 대비해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해열제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혹시 몰라 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타세O 하나를 샀다. 

백신 접종 후 당일은 샤워를 자제하라고 했다. 주사 맞으러 오가는 길에 땀을 너무 흘린 탓에 방수 패치라도 붙이고 샤워를 하려고 패치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약사 선생님이 "오늘은 샤워하지 마세요"라며 물건을 팔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당일 샤워는 자제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당일 밤이나 새벽에 첫 번째 고비가 찾아온다고 해서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새벽까지 몸에서는 이상 반응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잠도 오질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평소 하던 일들을 처리했다.

2일차에 미열... 해열제 한 알로 끝

2일차였던 6월 12일, 주사 맞은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피멍이 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누르지 않는 이상 크게 거슬릴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다. 여전히 두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은 없었다.

설사를 한 번 했다. 하지만 설사는 평소 자주 하던 터라 백신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녁 무렵부터 조금 몸이 나른해지고 얼굴에 미열이 올라오는 것 같아 전날 사둔 해열제를 한 알 먹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 공원에 나가 산책도 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구매한 해열제
 만일을 대비해서 구매한 해열제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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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인 6월 13일.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저녁에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하는데 오히려 기운이 솟구쳤다.

그 이후로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계속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나는 2일차 저녁에 살짝 미열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전혀 겪지 않았다. 접종한 지 9일이 지난 지금(19일)은 팔에 느껴지던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다. 

살면서 잔병치레를 워낙 자주 했던 탓에, 늘 내 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는데 웬일로 내 몸에 감사하는 일도 다 생겼다. 평소 중국무술을 꾸준히 수련하며 몸을 단련한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마다 반응 제각각, 만일 대비해야

다만 사람들마다 후유증은 제각각이니 나의 후기는 참고만 하시기 바란다.

나처럼 아무 이상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는 지인도 있는 반면에, 맞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렸다는 사람, 밤새 오한과 근육통에 시달렸다는 사람 등 반응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혹시 모르니 해열제는 넉넉히 구비해두고 만일을 대비해 비상시 119를 불러줄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권장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gabeci/222394073711)에 올린 후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태그:#백신, #코로나, #얀센, #예비군, #백신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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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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