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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홈페이지에서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과장을 조금 보태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건 바로 나를 위한 거야'라는 생각에. 나야말로 비일상을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2년 간 경기도의 한 휴양지에서 파견 근무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책은 다채로운 한 달 살기 이야기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글을 읽노라니 파견 근무를 와서도 평일은 일과 자기 계발에만 파묻힌 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안락하고 즐겁게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
 
배지영 지음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배지영 지음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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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여러 힌트가 나온다. 강릉, 완주, 지리산, 제주도, 속초, 군산, 부산 등지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야기가 '어서 집을 박차고 나가라'며 유혹한다. 완주와 군산 빼고는 모두 다 가본 곳인데 내가 몰랐던 숨은 매력지가 곳곳에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동진에 발도장을 찍기 위해 갔던 강릉은 송정해변의 여유가 여행 욕구를 부추겼고, 제주도는 마라도의 달팽이 성당과 귤밭 체험이 인상적이었다. 지리산에서는 정겨운 시골 인심이 부러웠고, 속초는 오징어 난전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군산 서점 탐방을 보자니 지역 서점 활성화에 내심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고, 부산은 수차례 가보았음에도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금 지난 부산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의 몇몇 인터뷰이들이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1년 동안 국내 여러 도시를 돌며 한 달 살기를 해도 꽤 생동감 넘치는 일탈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지역을 옮긴 지 네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떤 즐거움을 만들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책의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내가 이렇다 할 뚜렷한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일과 자기 계발에 파묻혀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함께 시간을 나눌 사람을 찾지 못해서이기도 하구나 싶다.

주말이면 서울로 나가 또다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저녁에는 악기 레슨을 받는 하루가 조금 지치기도 한다. 결국 한 달 살기가 진정한 한 달 살기가 되기 위해서는 '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일상을 치열하게 사는데 여행 와서까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일정을 거부했다는 다섯 번째 이야기 속 이은영 인터뷰이 딸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어쩌면 이 책이 나에게 가르쳐 준 깨달음은 휴양지로 파견 와서까지도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좀 쉬어가"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10명의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작가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서술한 점이 신선했다. 다만,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다보니 조금 밋밋한 느낌도 들었다. 단점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한편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침대에서 조용하고 나긋하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그 자체로 편안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한 달 살기  TMI 질문과 대답' 코너도 알차고 재밌었다. 전반적으로 푹신한 마들렌과 커피 한 잔을 음미한 기분이다. 이제 책을 덮고 할 일은, 찬찬히 여유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이구나 싶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196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 여행을 생활 같이, 생활을 여행 같이

배지영 (지은이), 시공사(2021)


태그:#한달살기, #여행, #비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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