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김광현이 동부지구 팀들을 상대로 시즌 3번째 동반출격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21일(아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리는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도 같은 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예고됐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지난 16일에 이어 2경기 연속 같은 날 동반 등판하게 된다.

류현진은 지난 16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불펜의 방화로 시즌 6승이 무산됐지만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특유의 안정된 투구내용을 되찾았다. 김광현 역시 16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5개의 볼넷을 기록했음에도 6이닝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제는 같은 날 마운드에 오르는 게 익숙해진 두 투수는 월요일 아침 야구팬들에게 함께 승전보를 전할 수 있을까.

'왕년의 메츠 에이스' 맷 하비와 8년 만에 맞대결

류현진은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홈런을 맞는 게 낫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정면승부를 즐기는 투수다. 실제로 류현진의 빅리그 통산 9이닝 당 볼넷은 2.0개에 불과한데 경기 흐름과 작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준 볼넷을 제외하면 실제로 류현진이 '제구가 흔들려서' 내준 볼넷의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하물며 류현진이 한 경기에 4개의 볼넷을 허용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류현진이 지난 16일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무려 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4볼넷 경기는 LA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년 9월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약 1년9개월 만이다. 류현진은 6월에 열린 3경기에서 17.2이닝 동안 무려 8개의 볼넷을 내주며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했다. 볼티모어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류현진의 제구 이슈는 계속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상대하게 되는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최하위(23승46패, .333)에 올라 있는 약체 팀이다. 팀 타율 8위(.239), 팀 홈런74개), 팀 득점(280점) 12위,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15) 등 세부지표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다만 볼티모어의 유일한 3할 타자 세드릭 멀린스를 비롯해 2019년 35홈런에 이어 올해도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트레이 맨시니 등은 경계해야 하는 타자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볼티모어의 선발투수는 파란만장한 빅리그 커리어를 가진 '다크나이트' 맷 하비. 지난 2013년 9승에 그치고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4위에 올랐던 하비는 잦은 부상과 자기관리 실패로 커리어를 망쳤고 올해도 3승8패 평균자책점7.76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비와 류현진은 지난 2013년 8월14일 맞대결을 펼쳐 6이닝4실점의 하비가 패전을 떠안은 바 있다(류현진은 7이닝1실점 승리).

5월에만 5경기에서 4승을 수확했던 류현진은 6월 들어 3경기에 등판해 아직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는 류현진 개인뿐 아니라 에이스 류현진에 대한 의존이 큰 토론토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마침 볼티모어 선발 하비는 7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투수다. 토론토가 팀의 에이스에게 6월의 첫 승이자 시즌 6승을 안겨주기 매우 적절한 기회라는 뜻이다.

'차세대 거물' 아쿠냐 버틴 애틀랜타전 등판

류현진이 지난 16일 양키스전에서 볼넷 4개를 허용하며 고전했을 때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이 마이애미를 상대로 한 복귀전에서 무려 5개의 볼넷을 헌납한 것이다. 당연히 김광현의 빅리그 데뷔 후 최다 볼넷 허용 경기였다(SK 와이번스 시절을 찾아봐도 김광현의 5볼넷 경기는 2018년 8월 9일 NC 다이노스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볼넷 5개를 내주며 자멸했을 법한 경기에서 김광현은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세인트루이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세인트루이스의 2타점을 모두 책임졌던 간판타자 폴 골드슈미트는 "(김광현이 3회 무사2,3루 위기를 막아준 덕분에) 지고 있어도 승리한 기분이었다"며 김광현의 위기관리능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마이애미전 호투를 통해 5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난 김광현은 새로운 기분으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3위 애틀랜타를 만난다. 올 시즌에는 다소 부진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5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한 전통의 명문 애틀랜타는 김광현이 빅리그 진출 후 아직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한 팀이다. 작년 내셔널리그 MVP 프레디 프리먼을 비롯해 발 빠른 스위치 히터 아지 알비스 등 라인업에 경계해야 할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광현이 조심해야 할 타자는 만 23세의 나이에 신인왕, 올스타, 두 번의 실버슬러거를 차지한 거포 외야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다. 1997년생의 젊은 나이에도 워싱턴 내셔널스의 후안 소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토론토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이끌어 갈 강타자로 꼽힌다. 올 시즌에도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음에도 19일까지 18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엔 60경기의 미니시즌으로 치러지면서 같은 지구에 속한 팀만 상대했던 김광현은 올 시즌 인터리그 등판을 포함해 다양한 지구의 팀들을 상대로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물론 안방에서 익숙한 팀만 상대하면 가장 좋겠지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장수하기 위해 긴 이동 시간과 낯선 타자들과의 승부는 반드시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할 과정이다. 물론 이는 박찬호와 류현진 등 다른 빅리거 선배들도 모두 거쳤던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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