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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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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2020년) 9월까지, 3년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A씨(30대)가 말했다. 그는 18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쿠팡 '덕평, 고양, 인천' 물류센터 3곳에서 일했지만, 안전을 신경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일을 시작했다. 2018년 2월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4개월 여 만이었다. 그는 "얼마 전 불이 난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면서 "먼저 일했던 사람이 '여기서 오래 일하면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얼른 도망가라'고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일하면서 여러 번 화재경보를 들었는데, 관리자가 대피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처음에 실종 소방관(19일 오전 유해 확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물류센터 구조가 복잡해서 처음 들어간 사람은 길을 헤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쿠팡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사고난 지 만 이틀이 지나 겨우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248명은 모두 대피했지만, 내부 진화를 위해 건물에 들어갔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김동식(52) 소방경은 빠져 나오지 못해 고립됐다가 19일 오전 겨우 유해를 수습했다. 

"안전 교육 제대로 하지 않아, 10-20분 동영상 틀어준 게 전부" 
 
1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기도 안전 특별점검관, 국토교통부 건축구조기술사, 국토안전관리원 주무관 등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1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기도 안전 특별점검관, 국토교통부 건축구조기술사, 국토안전관리원 주무관 등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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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는 불이 나면, 갇혀 죽을 곳 같은 곳이에요. 물류센터에서 하는 일이 박스 포장을 뜯고 해체하다 보니 인화성 물질이 여기저기에 쌓여요. 통로는 좁은데 거기에 박스, 노끈, 비닐을 두고 아무도 치우지 않고요. 이런 상태에서 불이나면...생각만해도 끔찍하죠. 또 일하다보면 여기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저도 여러 번 넘어져서 일할 때 무릎, 종아리, 팔에 멍자국이 많았어요."

A씨는 "물류센터에서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덕평, 고양, 인천 물류센터에서 각 1번씩 안전교육을 받았는데, 10~20분 동영상 강의를 틀어준 게 전부였다. 안전모 쓰고 다녀라, 여기서 일하는 동안 사고 내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쿠팡은 일하는 동안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야 버틸 수 있는 곳"라며  인권침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쿠팡이 물류센터 내 현장 근로자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최초 화재 발견자가 화재 신고를 하지 못해 신고가 지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씨는 "휴대폰 등 개인소지품은 모두 반납해야 하는 구조다. 개인적으로 먹는 약이 있는데, 그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덕평물류센터 1층에는 복층건물로 물건 포장하는 공간이 있는데, 철골구조라 여름에는 프라이팬 위에 올라가 일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버티며 일하다 몇 명이 쓰러져 실려나간걸 직접 봤다"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5분 이상만 있어도 지적을 받아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껴 일을 그만뒀다"는 A씨는 "쿠팡에서 일할 때 나는 포장하는 기계였지,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게 힘들어도 앞으로 쿠팡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쿠팡, #물류센터,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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